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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입맛 따른 공공기관 낙하산, 개혁 걸림돌

전문가"인사권 분권화"제도적 장치 마련돼야

2014.04.02(Wed) 15:09:22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으로 정권의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 투입 문제가 고질화되고 있다.

집권당이 대선 때 공이 있는 사람이라며 청와대에 천거하면 특별한 하자가 없는 한 자리를 마련해주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부터 낙하산 인사 근절을 누차 강조해 왔다. 박 대통령은 선거공약으로 ‘낙하산, 회전문 인사 등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인사권 분권화 추진’을 내걸었다. 또 당선인 시절에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낙하산 인사가 새 정부에선 없어져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서도 낙하산 인사들이 공공기관에서 요직을 꿰차고 있다. 낙하산 인사는 업무 연관성도 없고 전문지식은 더더욱 없다. 경영평가와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할 목적으로 영입한 대정부 민원 해결사 역할에 주력하는 실정이다. 이 문제가 근절되지 않고선 공공기관 개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여야 정치권에선 “너희 집권시절이 더 문제였다”며 낙하산 인사와 관련한 이전투구 양상만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1년간, 여권 인사 114명 공공부문 장악

지난해부터 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 공공기관의 기관장·감사·이사로 임명된 친박 인사는 84개 기관 소속 117개 직위에 114명이란 지적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기관장이 45명, 감사가 15명, 이사가 57명이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을 바탕으로 이달 이러한 내용의 ‘친박인명사전’’을 발간했다.

명단을 살펴보면, 지난해부터 임명된 87개 공공기관 인사 중 새누리당 출신이 55명(48.2%)으로 가장 많고 대선캠프 출신이 40명, 대선지지 활동 단체 출신이 32명(중복 포함) 등 순이다.

전직 새누리당 의원 출신으로 공공기관 고위직으로 임명된 인사는 16명이었다. 이들 중 기관장은 11명, 감사는 1명, 이사는 4명이었다.

대표적인 인사로는 김병호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 김선동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장, 손범규 정부법무공단 이사장,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원희목 한국보건복지정보원장, 김옥이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 이강희 한국전력공사 이사 등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밖에 야권 인사들을 비방한 트위터 글로 물의를 빚은 안홍철 한국투자공사 사장과 여당 지도부를 만나 자신의 과거 지역구 당협위원장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최연혜 한국철도공사 사장도 포함됐다.

김종학 한국중부발전 이사, 이상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김학송 한국도로공사 사장, 정옥임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이사장, 박대해 기술신용보증기금 감사, 조전혁 한국전력공사 이사, 박보환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 함종한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 등도 올라 있다.

서울경찰청장 재직 중 ‘용산참사’ 철거민 농성 강경 진압을 지휘한 김석기 한국공항공사 사장과 지난해 10월 화성갑 보궐선거 공천을 포기했다는 의혹을 받은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등도 이름을 올렸다.

민병두 의원은 “새누리당 친박인사들이 공공기관을 점령했고 이들의 전리품이 됐다. 공공기관에 대한 친박 중심 인사를 중단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공기업 개혁도 이뤄질 수 없으며 비정상의 정상화 또한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한정애 의원도 대변인 논평을 통해 “낙하산 인사 중에는 도대체 낙하산 인사가 무슨 문제냐고 항변하는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이 있는가 하면 윤창중 사건으로 책임지고 물러났던 이남기 전 홍보수석이 KT 스카이라이프 새 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하려 한다”고 꼬집었다.

여 “참여정부 시절 149명, 보은인사 만연”

새누리당도 노무현 정부시절 낙하산 인사가 149명에 달한다며 반격에 나섰다.

새누리당 함진규 의원은 당 대변인 자격으로 이달 2004년 총선과 2006년 지방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했거나 공천에서 탈락한 인사, 열린우리당 당료, 청와대, 2002년 대선캠프 출신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갔으며 그 명단을 공개했다.

그 면변을 보면 우선 국무총리직을 수행한 이해찬, 한명숙 민주당 의원이 꼽힌다. 고 김근태, 유시민 의원은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됐고 정동영 전 의원이 통일부 장관직에 앉은 낙하산 사례라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17대 총선 및 지방선거 낙선자로 이철 전 한국철도공사 사장, 이해성 전 한국조폐공사 사장, 이헌만 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등도 꼽혔다. 청와대 출신으로는 권영만 전 한국교육방송공사 사장, 장준영 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친노 인사로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이창동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도 포함시켰다.

또한 한법률구조공단,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공항공사, 대한주택보증, 한국농촌공사, 종소기업진흥공단 등 주요 기관장으로 보은 인사 차원에서 대거 임명됐다는 지적이다.

함진규 의원은 브리핑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 집권시절 참여정부는 전문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로 대거 배치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가 단행한 낙하산 인사 실태를 다시 챙겨봐야 한다”며 무분별한 네거티브 공세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당 박대출 의원도 대변인 논평을 통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흑색선전, 네거티브 선거전을 주도하는 민주당의 21세기 마녀사냥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명단에 담긴 인사들 가운데는 친박이 아니라 친이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돼있다. 참여정부와 정치적 인연을 기반으로 공기업 임원에 임명된 100여명이 청맥회라는 모임까지 만들었다”고 밝혔다.

결국 여야간 공방을 살펴보면 정치권은 “너희가 더 문제다”라고 헐뜯지만 낙하산 인사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스스로 시인하는 볼썽사나운 모습만 연출하는 양상이다. 낙하산 인사 근절과 관련한 박근혜 정부의 의지가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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