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산건설이 사실상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건설경기 침체로 경영난을 겪는 중견건설사들에게 어떠한 불똥이 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견 건설사중 워크아웃 상태인 기업은 8곳이며 법정관리중인 건설사는 10곳이다.
구체적으로 상장폐지가 확정된 쌍용건설과 함께, 동양건설산업도 상장폐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인수합병을 시도하는 LIG건설 등도 전혀 진척이 없는 상태다. 워크아웃, 법정관리 꼬리표로 인한 영업기반 악화로 이들 건설사들은 하루하루 연명하는 모양새다.
◆ 더이상 회생계획 수행 불가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는 1일 벽산건설에 대해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현행법은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확정된 경우 법원이 반드시 파산선고를 하도록 정하고 있어 벽산건설은 파산이 불가피하다.벽산건설은 주택경기 침체로 유동성 위기를 겪게 되자 2010년 워크아웃 절차를 시작했고 워크아웃상의 약정을 이행하지 못하면서 2012년 7월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이후 3차례에 걸친 인수합병(M&A)을 시도했지만 자금조달과 관련된 문제로 모두 실패했다.
법원은 지난 달 17일 회생절차 폐지를 위해 관계인 의견을 조회한 후 더 이상 벽산건설이 회생계획을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이같이 결정했다.
재판부는 "벽산건설은 회생계획이 실시된 이후에도 건설경기 침체와 신용도 하락이 계속돼 매출액이 급감하고 계속 적자를 내고 있다"며 "회생계획상으로 변제기가 다가온 회생채권을 전혀 변제하지 못하고 있으며 완전자본잠식상태다"라며 결정 이유를 밝혔다.
벽산건설에 대한 파산선고가 내려지면 법원은 파산관재인을 곧바로 선임하고 이후 벽산건설 소유의 잔여재산을 처분해 채권자들에게 배당하는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벽산건설은 상장폐지도 앞두고 있다. 자본금 전액잠식을 해소하는 입증자료와 사업보고서를 오는 10일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벽산건설의 상장폐지절차가 진행된다.
◆ 워크아웃, 법정관리 중견건설사 돌파구 못찾아
벽산건설의 파산이 경영난을 겪는 다른 중견 건설사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현재 법정관리 중인 여타 중견건설사도 인수합병 등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금호산업을 포함해 ▲경남기업 ▲고려개발 ▲진흥기업 ▲삼호 ▲동문건설 ▲신동아건설 ▲동일토건 등 8곳이 워크아웃 중이다. 파산 절차를 밟게 된 벽산건설을 비롯해 ▲쌍용건설 ▲극동건설 ▲남광토건 ▲동양건설산업 ▲한일건설 ▲LIG건설 ▲우림건설 ▲STX건설 ▲남양건설 등 10곳이 법정관리에 놓여 있다.
하지만 이들 건설사 중 올해 워크아웃 졸업이 확실시되는 금호산업과 대림산업 계열의 고려개발, 삼호를 제외하고 경영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곳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대부분 은행이나 법원 관리를 받으면서 돈 되는 자산을 매각해 외형이 축소됐다.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 업체라는 꼬리표와 인력 이탈 등의 영향으로 영업기반이 악화돼 신규 수주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들을 보면 쌍용건설은 상장폐지가 곧 확정된다. 쌍용건설은 2년 연속 1000억 원대 영업손실과 6000억 원대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 회사는 감사보고서 제출기한인 지난 달 31일까지 자본전액잠식 사유를 해소하지 못해 이달 2~10일 주식 정리매매기간을 거쳐 11일 상장폐지가 확정된다.
이밖에도 주식거래가 정지된 동양건설산업도 지난 달 말까지 50억 원을 마련하지 못해 상장폐지가 불가피한 상태다.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중견건설사들 중 진척이 없는 회사들이 많다. LIG건설은 지난해 5월부터 1년 가까이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2차례 모두 자금 조달 계획 불투명 등을 이유로 유찰됐다. 남광토건과 우림건설도 인수합병과 관련해 진전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건설업체를 인수했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인수합병을 시도하려는 기업은 드물다"라며 “하루하루 연명하는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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