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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후계구도 먹구름, 1순위 조원태도 ‘위태’

조현아 ‘기내난동’ 조현민 ‘책임전가’ 등 3자녀에 불신 증폭

2014.12.31(Wed) 21:59:13

   
 

한진그룹의 3세 승계 구도에 ‘빨간 불’이 켜졌다. 조현아 파문이 확산되면서 오너 중심의 경영세습에 반대여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양호 한진그룹회장은 후계 건과 관련, 다음과 같은 원칙을 천명한 바 있다.
“최고 경영자는 다양한 지식, 풍부한 경험, 철저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경험도, 지식도 없는데 자동적으로 그룹 경영자가 될 수는 없다. 경영자 자리는 쟁취하는 것이지 굴러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조회장은 이런 원칙하에 장녀 조현아 외아들 조원태 막내딸 조현민 세 자녀에게 후계 수업을 시켜왔다. 하지만 ‘땅콩회항’ 사건 이후 이 구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조회장의 경영승계 원칙에 없던 ‘도의적 자질’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땅콩회항’ 사건의 장본인인 조현아 전 부사장에 이어 조현민 전무까지 ‘복수혈전’ 문자를 날리면서 사태가 수습되기는커녕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국민 여론은 “도대체 이런 갑질만 하는 재벌 3세에게 대한항공의 경영을 맡겨도 되나”는 방향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양호 회장의 ‘선택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조현아 후계구도에서 ‘탈락’할 듯

대한항공의 최대 주주는 한진칼(32.24%)이다. 그 다음은 한진(9.69%), 정석인하학원(3.93%)이 각각 주요 주주다. 오너인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지분은 미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회장이 대한항공을 지배하는 까닭은 조회장이 한진칼 지분을 15.49%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이밖에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원태 경영전략·영업부문 총괄 부사장이 한진칼 지분 2.48%, 조현민 통합커뮤니케이션실 전무가 2.47%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포스트 조양호 이후 한진그룹의 경영권은 조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 행방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당초 한진그룹은 삼성 한화 등 국내재벌이 그렇듯 오너 자녀들에게 각각 계열사 경영을 맡긴 후 분리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땅콩회항’ 사건 후 급변했다. 그중 조현아 전 부사장의 몰락이 두드러졌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땅콩회항’ 사건 전까지만 해도 칼 호텔 네트워크 등 호텔 및 관광사업을 물려받을 것으로 관측됐으나 지금은 대한항공 직책은 물론 주요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사퇴한 상태다.

일각에서는 사건이 잠잠해지면 조 전 부사장이 복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그럴 경우 한진그룹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조 전 부사장의 경영 승계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조원태 가장 유력, 경영능력은 ‘안개 속’

대한항공 주변에서는 조원태 부사장이 결국 조양호 회장의 한진칼 지분을 증여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유지대로 장남인 조양호 회장이 경영승계의 대를 이었듯이 조원태 부사장도 같은 코스를 갈 거라는 것. 조 부사장이 올해 조 회장과 함께 한진칼 대표이사에 나란히 선임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조원태 부사장은 인하대 경영학과와 미국 사우스캘리포니아대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조원태 부사장은 2003년 입사 후 4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 직원들 사이에서는 “아무리 오너 자녀라 해도 나이도 어리고 경영 능력이 입증되지 않았는데 4년만에 임원 승진은 지나친 것 아닌가”라는 비판이 제기됐었다.

이번 ‘땅콩회항’사건으로 장녀 조현아의 입지는 줄어든 반면 조원태 부사장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남은 경쟁자라고 해봐야 조현민 전무 정도인데 조 전무도 사려 깊지 못한 언행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어 상대적으로 유리한 처지다.

조 부사장에게도 아킬레스건은 있다. ‘땅콩회항’ 사건 후 조 부사장의 과거 행적과 관련된 자질 논란이 새삼스레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조원태 부사장은 2005년 시비끝에 70대 할머니를 밀친 행위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한진그룹측은 오너 아들의 빗나간 행실이 언론에 확산되는 걸 막느라 꽤 고생했다. 다행히 사건 발생 장소가 도로였기 다행이지 조현아처럼 비행기 안이었으면 사태의 불똥이 어디까지 튀었을지 모른다.

조원태 부사장은 2년 전에는 인하대 운영비리를 비판하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폭언을 퍼부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민단체는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의 사퇴도 요구하고 나섰다. 평화와참여로가는 인천연대와 참여연대(노동사회위원회)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족벌경영과 슈퍼 갑질로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온 조현아·조원태 이사는 정석인하학원의 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정석인하학원의 이사회는 조양호 회장 일가의 족벌경영 체제로 운영되다보니 인하대는 조양호 회장 일가의 부당한 갑질로 그동안 정상적인 대학 운영이 어려웠다. 인하대 학생들은 물론 인하대 교수협의회도 조현아·조원태 이사에 대한 사퇴를 촉구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저런 이유에서 조원태 부사장도 안심하긴 이르다. 경영 능력도 미지수다. 대한항공 직원 사이에서는 조 부사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대한항공 조종사들은“3세들이 경영에 참여하면서 그들의 행태에 불만이 커졌다” 또는 “3세들을 보면 대한항공에 더 이상 희망이 없을 것 같다”는 비관적인 견해가 많다. 따라서 조 부사장이 족벌경영이란 사내 반대 여론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점도 향후 경영 승계의 변수로 보인다.

◆조현민 ‘보복 발언’으로 상승세 꺾여
조양호 회장의 막내딸 조현민 전무는 1983년생이다. 조 전무는 국내 재벌가 자녀 중에서는 최연소 임원 기록을 세웠다. 이 점을 의식한 듯 그는 스스로‘낙하산 인사’라고 솔직하게 인정해 화제를 모았었다. 조 전무의 업무 스타일은 상당히 저돌적으로 평가된다. 현재 그가 맡은 직책은 광고 등 통합커뮤니케이션실과 저비용항공 자회사인 진에어 마케팅 본부장을 맡고 있다.

지난 2월 조현민 전무는 정석기업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부친인 조양호 회장과 함께 정석기업 공동 대표를 맡은 것이다. 정석기업은 한진그룹 순환출자 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진 지분 19.4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조현민 전무가 정석기업 대표이사가 됐다는 것은 부친의 신뢰가 그만큼 커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땅콩회항’ 후 조현아 전 부사장의 입지가 크게 약화하면서 상대적으로 조현민 전무가 한층 유리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사건 직후 조현민 전무도 잇따라 무리한 발언을 해 여론의 비난을 받았다. ‘임직원 모두의 잘못’ ‘반드시 복수하겠어’ 등 언니 조현아와 난형난제의 ‘갑질’ 언행에 자질까지 의심받는 처지에 놓인 것.

조현민 전무가 과거 여행사 대표에게 보낸 살벌한 경고장도 다시금 화제가 됐다. 상무 시절인 2012년 3월 여행정보 사이트 트래블메이트의 김도균 대표와 진에어 승무원의 유니폼 문제로 설전을 벌인 것.

김대표가 “진에어는 한진그룹의 뒷글자 진에서 이름을 따온 것 같다. 진에어 승무원의 상의 유니폼이 조금 짧은 것 같아 민망하다. 승무원이 고객들의 짐을 올려줄 때 보면 배꼽이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너무 여 승무원들을 외모 위주로 뽑는 것 아닌가”라는 글을 올렸다.

이에 발끈한 조현민 전무는 "진에어 작명에 대해 제멋대로 상상한 트윗을 지워달라"고 항의했다. 글이 삭제되지 않자 조현민 전무는 "대한항공 법무실에서 본사공식 편지가 가야 지워주실 건가요. 아님 트레블메이트 CEO 트위터로 보내야 하나요."라고 압박했다. 어떻게 보면 충분히 경청해도 될 사안을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나온 것은 경영자로서 부적절한 언행이었다는 평이다.

“리더가 되고 싶은가? 먼저 인간이 돼라!”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 ‘경영의 신’으로 존경받는 이나모리 가즈오 명예회장의 말이다. 그는 2010년 파산한 일본항공(JAL)을 1155일만에 흑자로 전환시킨 탁월한 경영자다. 그는 말한다.“리더는 좋은 인격을 갖춰 직원들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대한항공 직원들은 바로 그런 리더와 일하기를 꿈꾼다.
 

문홍식 기자

moonhs@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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