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부채비율이 이달 1일 현재 전년대비 136.3%포인트나 껑충 뛴 540.5%에 달해 자산 5조원 이상 민간 재벌그룹 중 부채 상태가 가장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대우건설도 부채비율이 전년대비 95.1%포인트나 뛰며 단번에 관리대상인 200%대를 훌쩍 넘어섰다.
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자산 5조원 이상 49개 민간 상호출자제한기업의 재무상황을 보면 경기둔화 여파가 경영실적에도 반영되는 양상이다. 재계 1위인 삼성은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5조원이나 급감했다. 재계 2위인 현대자동차도 전년대비 매출이 5조원 넘게 줄었다. 재계 3위인 SK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공백에도 불구하고 금융계열사를 제외한 매출액이 현대차를 2년 연속 추월했다.
상호출자제한기업으로 지정되면 계열회사 간 상호출자 및 채무보증이 금지되고, 계열 금융과 보험사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되며 대기업집단 현황을 공시해야 한다.
◆ 구조조정 퇴출, 부채비율 200% 이상 8개로 줄어
부채비율 200% 이상인 민간 그룹은 1년 새 11개에서 1일 현재 8개로 줄었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해 4월 1일 기준 STX(265%), 동양(1223%), 웅진(완전자본잠식) 등 부채비율 200%를 크게 넘는 3개 그룹이 자산과 계열사 매각 등으로 이번 지정에서 퇴출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달 1일 현재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민간 재벌그룹은 현대(540.5%), 한진(452.3%), 한국GM(353.5%), 금호아시아나(272.8%), 대우건설(277.9%), 동부(269.0%), 대우조선해양(254.7%), 효성(220.5%) 등 8곳이다.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현대는 전년대비 부채비율이 무려 136.3%포인트나 늘어 증가폭도 가장 가팔랐다. 현대에 이어 부채비율이 급증한 곳은 대우건설로 전년대비 95.1%포인트나 껑충 뛰었다.이밖에도 한국지엠(78.1%포인트)과 대우조선해양(34.8%포인트)도 부채비율이 급증한 곳이었다. 부채비율이 두 번째인 한진도 전년대비 20.3%포인트 정도 상승해 부채 감축에는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 영향에 따라 최근 5년간 민간 그룹의 부채비율은 평균 20.3% 포인트 하락했다. 이중 총수가 있는 그룹의 부채비율은 2010년 102.8%에서 2014년 82.9%로 줄어들었다. 총수가 없는 집단의 부채비율은 2010년 111.0%에서 2014년 88.2% 감소했다.
하지만 상호출자제한을 적용받는 공기업의 부채비율은 2010년 160.0%에서 2014년 186.4%로 오히려 증가했다. 공기업 중에서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458.2%), 철도공사(425.5%), 가스공사(396.1%), 인천도시공사(349.9%), 지역난방공사(203.1%) 등이었다.
◆ 경기둔화 여파, 실적 전반적 부진
경기둔화 여파로 민간 재벌그룹들의 경영실적은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대기업집단의 평균 당기순이익은 8000억 원으로 전년(1조원)보다 2000억 원(18.3%)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집단은 총 21개로 전년(16개)보다 5개 증가했다. 민간 집단과 공기업집단 모두 당기순이익이 2011년 이후 계속 감소했다.
부채비율 1, 2위인 높은 현대와 한진은 당기순손실도 많았다.
현대는 지난해 재벌그룹 중 가장 많은 9730억 원이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진그룹도 9250억 원이란 순손실을 봐 현대와 막상막하였다. 이어 대우건설(7390억)과 동부(5890억)도 순손실 액이 5000억 원을 넘었다. 효성(4150억), 오씨아이(3770억), 대성(2660억), 한라(2460억), 현대산업개발(2060억), 한진중공업(1960억), GS(1430억), KT(1200억), 동국제강(1000억)도 1000억 원 이상의 순손실을 봤다. 이밖에도 세아(790억), 금호아시아나(210억), 한솔(160억)도 순손실을 기록했다.
재계 1, 2위인 삼성과 현대차도 각각 지난해 당기순이익과 매출에서 전년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삼성은 지난해 순이익 규모가 재벌그룹 중 22조원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전년에 비해선 4조9000억 원이나 순이익 규모가 줄었다. 삼성에 이어 순이익이 많이 줄어든 그룹은 한국타이어(2조8000억), GS(2조1000억), 한국철도공사(1조6000억), 포스코(1조5000억) 순이었다.
삼성에 이어 순이익을 많이 낸 그룹으로는 현대자동차(14조1000억), SK(4조6000억), LG(2조2000억), 포스코(1조9000억) 순이었다.
전년대비 순이익이 많이 증가한 그룹은 현대자동차(1조5000억), 두산(1조3000억), SK(8000억), 한국지엠(2000억) 순이었다.
그룹별 매출(금융계열사 제외)을 살펴보면 삼성이 278조3000억 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이어 재계 3위인 SK가 지난해 최태원 회장의 경영공백에도 156조2000억 원의 매출을 올려 재계 2위인 현대차(150조4000억)를 제쳤다. 특히 SK는 전년에도 현대차보다 2조4000여 억 원 정도 많은 157조897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삼성에 이어 매출 2위의 재벌그룹이 됐다. 지난해 현대차 다음으로 매출을 많이 올린 곳은 재계 4위 LG(116조5000억)였다.
매출액이 전년에 비해 줄어든 곳도 많았다. 이중 현대차는 전년대비 5조1000억 원이나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다. 포스코(4조7000억), S-OIL(3조6000억), 두산(3조3000억원), 현대중공업(2조5000억)도 매출액이 전년대비 크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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