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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부족·가중되는 승객 불안, 이유는 ‘이것’

물리적 훈련 환경 나빠, 비행훈련 현장 사사건건 발목

2014.04.01(Tue) 11:01:15

   
항공기 안전 운항에 조종사가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이번 말레이시아 항공 사고역시 조종사의 자질 문제로 귀결되고 있는 만큼 좋은 인성과 비행 숙련도가 높은 조종사 양성은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무총리를 수장으로 오는 2017년까지 2000명의 항공기 조종사를 양성하는 내용의 ‘청년일자리 창출 및 항공인력 양성계획’을 확정했다. 문제는 이 같은 양성계획이 국내 기상 등 물리적 훈련환경 문제와 국토교통부, 한국공항공사의 민간 조종사 육성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점이다.

항공 전문가들은 “연간 500여명의 조종사가 필요하지만, 현재와 같은 열악한 교육시스템과 정부가 발표한 정책은 공허한 메아리로 그칠 것”이라며 “당장 비행훈련이 가능한 활주로부터 만들라는 훈련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기관 협조도 불통. 물리적 상황도 나빠

현재 국내 조종사 육성 교육은 공군의 퇴직 인력과 항공 대학(ROTC 복무 후 장기 군 복무 후 퇴직), 그리고, 민간 조종사 교육원등의 3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국내 조종사 교육을 위한 물리적 환경의 발목을 잡는 것은 가장 큰 항목은 기상상태다.

조종사가 되기 위해 교육생들의 첫 관문인 자가용조종사 취득을 위한 평균 비행시간은 약 70시간. 올해 겨울처럼 기상이 따듯하면 문제가 덜하지만, 갈수록 잦아지는 황사와 미세 먼지, 눈과 비등으로 국내에서의 초동 비행을 위한 물리적 악기상은 교육 훈련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민간 조종사 교육원의 한 관계자는 “1년 365일 중 국내에서 초동 비행(자가용 조종사 과정)을 할 수 있는 기상 상황은 200일이 채 안 된다”며 “초동 비행에만 6개월 이상이 걸린다”고 말했다. 문제는 또 있다. 통상 초동비행 시기는 교육생들의 이착륙(touch&go) 실습과 공항 접근 및 다양한 기동 훈련이 필요하지만 조종교육을 위한 관제사를 둔 공항 14곳 중 조종사 교육이 가능한 공항은 김포(이착륙만 가능), 양양(민간),제주(이착륙만 가능), 여수(민간), 울산(민간)이며, 나머지 대구(공군), 청주(공군), 무안(공군), 포항(해군), 원주(공군), 군산(미 공군), 사천(공군)공항을 제외하면 교육생들이 제대로 된 훈련을 할 수 있는 훈련 공항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특히 항공대와 한서대 등의 비행훈련원이 있는 울진공항 역시 포화상태로 훈련생 이탈자가 많아지고 있다.

여기다 몇 개 되지 않는 민간 공항들 역시 훈련에 비협조적이어서 다양한 비행 실습을 할 수 있는 공항은 찾기 어렵다. 이렇다 보니 훈련기간은 늦어지고, 비행교육의 연속성은 떨어져 제대로 된 정부가 밝힌 숫자만큼의 조종사 육성은 또 공허한 메아리로 전락할 전망이다.

국내에서 비행훈련을 받다가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스톡톤 공항의 한 비행 교육원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김정훈(36, 남)씨는 “이곳의 경우 365일 비행을 할 수 있는 기상 상황과 인근에 수많은 민간 훈련 공항 관제사들의 서비스 협조가 원활해 만족스럽다”며 “체제비와 교육비가 다소 부담스럽지만 서비스 마인드를 갖춘 안정적인 교육환경으로 한국과 비교할 수 없는 좋은 교육환경을 갖추고 있다”김씨는 “정부의 조종사 육성계획은 허구라며, 민간 조종사 교육원들의 10개월 내 사업용조종사 면허를 받을 수 있다는 광고는 거짓”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정부가 조종교육을 위한 해외유학을 막기 위해서는 민간 교육원의 교육생들이 어떤 고충이 있는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마련이 우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규제개혁 보다 공무원 서비스 마인드 개선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의 각종 규제를 타파하기 위해 두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정부가 말로는 조종사 육성에 나서겠다고 말 하지만 수도권 인근에 비행 훈련을 할 시설조차 없는 현실과 공항일선의 비협조적인 현장 공무원들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민간 조종 교육원의 한 관계자는 “국내 비행훈련 중 이착륙 실습을 하려면 관제탑과 지방 공항 관계자들에게 구걸하는 것처럼 사전에 부탁을 해야 한다”며 “그나마 군 공항을 제외하면 많지 않은 지방 공항에서 훈련을 위한 사전 공항 주기장 신청이 필수지만, 특별한 이유도 없이 주기장 허가를 내 주지 않아 조종 훈련에 어려움이 크다”고 고충을 털어 놨다.

이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환경이라면 조종사가 되기 위해 해외로 비행훈련을 나가는 유학생들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며 “물리적 환경도 최악인 상황에서 일선 현장 공무원들 마저 서비스 마인드가 없는데, 어떻게 안정적인 조종사 교육이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관계자들도 “관제탑에 근무하는 관제사들 역시 비행 훈련을 하는 학생들의 이착륙 무선 교신 등이 귀찮아 민간 조종 훈련생들을 꺼린다”며 “하루 1~2회 민간 여객기 외엔 항공교통량이 없는 지방공항들의 비협조로 국내에서의 초동 비행훈련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선 조종사 교관들 역시 “해외에서 초동비행을 끝내고 돌아와 나머지 100시간의 사업용 조종사 면허를 취득 후 교관으로 비행시간을 쌓는 교육과정도 검토해 볼만 하다”며 “현재와 같은 물리적 기상 악재와 일선 공무원들의 비협조로는 정부가 계획하는 안정적인 조종사 육성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합리적인 비용으로 비행훈련을 받기 위해서는 민간 교육원들의 최적화된 교육 프로그램(유학과 국내 교육 연계) 마련과 당장 정부와 한국공항공사의 서비스 마인드 개선이 우선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들 역시 규제개혁에 앞서 일선 현장의 서비스 교육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 귀 기울여 조종사를 꿈꾸는 국내 교육생들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성과 충분한 비행경력을 갖춘 조종사 양성은 고객 불안을 감소시키고, 향후 항공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따라서 당장이라도 수도권 인근에 제대로 된 훈련 공항건설과 교육현장의 의견을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손정우 기자

jws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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