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16일부터 이틀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열어 현행 0~0.25%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정상화 절차가 적어도 앞으로 두 번 정도의 회의에서는 시작될 것 같지 않다“고 밝혔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가 내년 1월과 3월 그리고 4월에 열리는 점을 고려할 때 옐런 의장의 발언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내년 4월 이후에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기상조론 ’VS ‘거품발생론’ 맞서
연준의 이같은 결정에 대해 미국 내 경제학자는 물론 해외 석학들 사이에서 찬반 양론이 맞서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상 연기에 찬성하는 쪽은 ‘시기상조론’을 내세운다.
지난해 5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출구전략 일정을 공개한 뒤 이머징마켓을 비롯한 국제 금융시장이 큰 혼란을 겪었다는 점. 이어 재닛 옐런 의장이 취임 후 “양적완화 종료 후 6개월쯤이면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했다는 점 등을 들어 연준이 아직 금리 인상을 할 때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특히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불발로 유가 하락이 가속화되면서 인플레이션 반등 기대가 약화된 점을 들어 금리 인상은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월가의 저명한 애널리스트인 딕 보브는 “만약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달러화 가치가 매우 빠르게 상승할 것이고 이는 미국 무역수지 적자를 크게 악화시켜 미국 GDP 성장률 둔화와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금리 인상에 찬성하는 쪽은 ‘인플레 상승과 금융시장 거품론’을 내세운다.
조셉 라보냐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시트는“ 연준이 금리 인상 시점을 늦추면 늦출수록 금융자산 거품이 커져 또 한차례 금융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라보냐 이코노미스트는 그 근거로 인플레이션 상승을 우려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연준이 인정하는 것 이상으로 가파르게 개선되고 있다. 현 수준으로 일자리 창출이 지속될 경우, 올해 연간 일자리 창출 규모가 지난 99년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이다. 6개월 후 미국 실업률은 6% 아래로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은 연준 물가목표치 2%를 훌쩍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지는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 거품이 커지기전에 금리 인상으로 꺽어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시장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연준의 금리인상은 미국 경제 개선에 오히려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도 인플레 상승을 우려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2% 물가 목표치를 넘어서는 등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연준이 고용시장 회복세를 오판하고 기준금리를 플러스 수준으로 유지하지 못할 경우 미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급등이라는 길에 들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준은 고용 회복 속도가 약하다고 보고 있지만 마크 펠드스타인 교수는 그 반대라는 주장인 것이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 한국증시 자금 이탈
마크 펠드스타인 교수의 주장에 동의하는 학자들은, 미국기업의 구인공고 규모가 7년래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시장이 강하게 회복되고 있는 점을 근거로 든다. 전미자영업협회(NFIB)가 발표한 소기업들의 경제낙관지수도 2007년 9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에 따라 미국의 시중금리도 오름세로 전환됐다.
미국 국채 금리도 18일 연준 회의 직후 상승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8bp나 치솟으며 2.14%를 기록했고, 2년물 금리는 0.62%, 30년물 금리도 2.73% 상승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신흥국 자금시장에 변동성이 커진다. 신흥국에 머물던 돈이 미국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기 때문이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10월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하다. 미국이 조기에 금리인상을 하더라도 급격한 자본 유출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현재 18일 현재 원·달러 환율은 급등하고 있고, 증시는 외국인 투매가 이어지는 등 주가가 하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이번 연준의 초저금리 인상 유지 결정에 우리 정부가 안도할 여유가 없음을 반증한다. 연준의 결정은 금리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라 ‘시기’를 봐서 단행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철저한 사전 대비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