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성환중동건설 컨설턴트 “조성환의 쿠웨이트 이야기” 블로거,전 SK건설 중동 지사장 |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형 프로젝트의 입찰서가 발급되었다. 한치의 양보없는 치열한 입찰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준비 기간은 약 3개월. PQ에 통과하여 입찰에 초청받은 업체들은 서둘러 프로포잘팀을 구성하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제부터 프로포잘 매니저를 포함한 팀원 모두는 전사가 되어 휴일을 반납하고 전쟁을 치러야 한다. 마감일이 임박해오면 야간 근무도 각오해야 한다. 간혹 입찰 마감일이 1-2개월 연장되기도 하나 긴장감만 더 할 뿐이다. 이 입찰 경쟁에서 1위를 한 업체는 승자가 되어 모든 것을 독식한다.
수주산업에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수주다. 수주없이는 회사가 존재할 수도 없고, 발전할 수도 없다. 수주란 건설업체의 꽃인 것이다. 이러한 수주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많은 업체들이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입찰 성공률을 조금만 높여도 업체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이익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입찰과 수주 분야에서 탁월한 역량을 갖추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 어떻게 하면 그 어렵다고 하는 수주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경쟁을 뚫고 수주를 따내기 위한 비법은 없는 것일까?
건설업의 속성
원래 시장이란 싸게 사려는 수요자와 비싸게 팔려는 공급자가 만나는 곳이다. 건설업의 속성도 마찬가지다. 시설물이나 플랜트를 건설할 때 발주처는 가능하면 가장 싼 가격으로 짓기를 원하고, 입찰자는 높게 받기를 원한다. 다르게 해석하면 발주처는 입찰자들이 협력하는 것을 방지하고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PQ단계에서부터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한다. 반대로 입찰자들은 최대한 머리를 짜내 어떻게든 비밀리에 정보를 교환하고 가능한한 서로 협력하기를 갈구한다. 오래전부터 내려온 발주자와 입찰자간의 보이지 않는 싸움인 것이다. 대부분의 입찰이 발주처의 의도대로 되어 가지만, 그렇치 않은 경우도 항상 있어 왔다. 기회를 포착하기 위한 전략과 수주전문가 필요한 이유다.
수주 전문가
영업과 기획 그리고 기술을 넘나들며 뛰어난 정보 입수 능력과 통찰력으로 무장한 전략적 전사가 수주 전문가다. 수주 전문가에게 수주란 가장 쉬운 일이기도 하며, 업체에서 부족한 2%를 채울 수 있는 자다. 그러나 수행 전문가는 많아도 수주 전문가는 거의 없는 것이 우리의 실정이다. 업체는 매출 신장, 수익률 향상, 시장 확대라는 목표를 끊임없이 지향한다. 결국 더욱 치열해져만 가는 경쟁 속에 승리해야 하며, 몰려드는 경쟁자로부터 기존 고객과 시장을 방어해야 한다. 신규 시장의 진입과 기존 시장 방어를 책임질 최전방의 핵심 요원이 수주 전문가다. 시장과 기술을 동시에 이해하고 비관적인 환경 속에서도 지적인 책략을 통해 수주를 성공시키는 자다.
우리의 적은 누구일까?
끊임없이 참여할 수밖에 없는 대형 프로젝트 입찰에서 우리의 적은 누구일까? 입찰자들은 서로가 싸울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지만, 넓은 범위로는 같은 배에 탄 친구다. 실제로 싼 값에 계약하려는 피도 눈물도 없는 발주처는 고객이기도 하지만 적의 대상에 더 가깝다. 입찰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터에서 매번 만난다. 어디선가 또 만나야 될 그들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자주 만나 와인을 마시며 친한 벗이 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쓸데없는 저가 경쟁으로 서로가 손해를 보기 보다는 얼마나 돈을 벌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그들의 속마음이다.
가능한 한 입찰에 많이 참여
입찰은 확률 게임이기도 하다. 가능한한 많은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수주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또한 입찰에 적극 참여하게 되면 국제 수준과 다른 입찰자들의 성향을 알게 되고 비즈니스 파트너를 개척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입찰 참여 경험은 실력이 되고, 실력은 그들끼리의 멤버로 인정받게 한다. 어짜피 시장은 경쟁 입찰에 참여하는 자들끼리 나눠먹게 되어있다. 입찰은 기업간 경쟁 격화를 초래하지만, 반대로 상황이 바뀌거나 조건이 좋으면 큰 돈을 벌 수 있다. 비록 배가 불러 더 이상 수주를 필요로 하지 않을 입찰이라도 나중에 보답받을 수 있는 카드로 활용하여 참여해 주는 것이 좋다.
정보 전쟁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모든 종류의 정보를 필요로 한다. 가장 많은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는 자가 유리하다. 발주처, 에이전트, 컨설턴트, 하청업체, 경쟁사, 벤더, 은행 등으로부터 전방위적인 정보를 수집하여, 데이타 베이스로 정리하고 분석해야 한다. 좋은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서는 돈이 들어간다. 물론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은 정보는 상대 입찰자에게 주어 같은 편이라는 인식과 함께, 비밀스런 정보 교환 채널의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발주처 인사와는 친구 혹은 가족과 같은 수준이 되도록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그것이 안되면 에이전트나 지인을 통한 발주처 인사와의 비공식 접촉 창구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발주처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수주 전략을 구체화하는데 도움이 되며 승리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경쟁 업체의 동향, 역시 인맥을 통해 주기적으로 입수 분석하고, 전략상 필요하면 모든 관계를 최대한 활용하여 역정보를 흘리는 방법도 써야 한다. 만약 이번 입찰에서 반드시 승리하기를 원한다면, 실제로 계획하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다른 경쟁자에게 내보여야 한다.
조직의 핵심 역량과 막강 영업팀
모두들 수주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아직도 영업과 수주를 조직의 핵심 역량으로 여기는 업체는 소수에 불과하다. 업체가 추진하는 수주 활동은 빈틈없이 진행되어야 하며 조직의 핵심 역량은 이 수주 활동에 집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영업조직은 소규모의 인원으로 정보만을 수집하는 수동적이 아닌, 능동적이며 공격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최고의 정예팀이 되어야 한다. 최상의 조직과 인원, 그리고 예산과 재량권이 주어진 막강한 영업팀이라야 회사를 먹여 살릴 수 있다.
영업은 항상 전략에 기반둬야
조직은 항상 수주에 항상 목마르다. 수주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전략과 전술을 필요로 한다. 가장 낮은 가격, 기술적인 우위, 최상의 프로젝트 관리능력, 경쟁사와의 차별화 등이 전략에 포함되어야 한다. 해외 경험이 짧은 업체일수록 강점은 찾기 힘들며 약점뿐인 경우가 많다. 철저한 분석을 통해 강점을 찾고, 영업에 활용하여 특화시켜야 한다. 기술력뿐만 아니라, 정보입수 능력, 로비력, 건전한 재무상태, 풍부한 인력 및 장비보유, 스폰서 및 현지 파트너의 영향력 등의 모든 것이 전략화 될 수 있다. 이것들을 이용하여 약점을 보완하는 한편, 경쟁업체와 협력관계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영업은 항상 주고받는 전략에 기반을 두고 움직여야 한다. 가장 완벽한 영업 전략은 바로 주고받음을 통하여 수주를 성사시키는 기술이다.
가격 경쟁력이 최우선
수주 전쟁에서는 가격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가장 낮은 가격을 제출한 업체가 승리자이며 왕이다. 아무리 좋은 전략과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가격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입찰 가격을 상대방보다 낮추기 위한 명확한 전략이 필요하다. 다른 입찰자와 똑같이 생각하고 견적해서는 안 된다. 가격을 낮추기 위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기존 사고의 틀을 과감히 탈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격 차별화는 끊임없는 창조를 요구한다. 가격을 낮추기 위한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회사는 이 차별화를 위해 총체적으로 지원되어야 한다.
유능한 프로포잘 매니저
입찰은 회사의 역량을 프로포잘에 반영하는 일이기에 사내에서 두루 인정을 받고 있는, 경험과 전문지식이 풍부한 인재를 프로포잘 매니저로 임명해야 한다. 유능한 프로포잘 매니저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수주를 성공시켜야 한다. 그만이 프로포잘 단계에서 입찰서의 전체를 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며, 주어진 시간 내에 경쟁력 있는 가격과 좋은 프로포잘을 만들수 있기 때문이다. 최상의 가격, 기술적인 우위, 최상의 프로젝트 관리능력, 경쟁사와의 차별화 등이 프로포잘에 포함되어 반드시 수주하겠다는 강한 욕구가 프로포잘 매니저에게 있어야 한다. 프로포잘 매니저는 마치 축구시합의 골잡이와 같으며 수주 성공 시에는 적절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
진정한 승리는 이익 달성
우리는 왜 끊임없이 입찰 경쟁에 참여하는가? 그것은 수많은 입찰 중에 대박을 칠 수 있는 그 어느 하나를 건지기 위해서다. 낮은 가격으로 수주하는 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다. 진정한 프로는 목표로 삼은 입찰 건을 내 안마당으로 유인한 후, 승리를 엮어내 이익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입찰자들과 인정사정없이 격돌을 벌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속적으로 정보를 교환하여 친목을 나누고 전략을 공유해야한다. 입찰자들은 서로가 적이 되기도 하지만 같은 운명을 짊어진 동료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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