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이순우 행장이 돌연 연임 포기 의사를 밝힌 가운데 차기 우리은행장에 ‘서금회’(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인사가 사실상 내정된 것으로 알려져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우리은행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2일 오전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회의를 열고 3~4명의 차기 행장 후보를 선정했다.
행추위가 선정한 후보군에는 이광구 우리은행 부행장과 이동건 수석부행장, 윤상구 전 우리금융 전무, 김양진 전 수석부행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과 복수의 관련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우리은행 행장추천위원회의 본격적인 선임 절차가 진행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서금회 멤버인 이광구 우리은행 부행장이 차기 행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행장은 서금회 출신 멤버다. 서금회는 지난 2007년 금융권 서강대 동문들이 만든 모임으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각각 지난 3월과 5월 선임된 이덕훈 수출입은행장과 정연대 코스콤 사장, 지난달 지명된 홍성국 대우증권 신임 사장 후보자 등이 서금회 멤버다.
당초 이순우 행장 유임이 유력했지만 지난 달 부터 이광구 부행장이 부상하면서 내정설까지 흘러나왔다. 이 행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청와대와 금융당국 입김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터져 나오고 있다.
행추위는 이날 오후 선정된 후보에게 면접 일정 등을 통보한 후 이달 5일 면접을 진행할 예정이다. 행추위는 이달 9일 임시 이사회에 최종 후보를 추천한다.
차기 행장 후보는 오는 30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된다.
행추위 관계자는 “회의를 열고 복수의 후보를 추천했다. 후보가 누구인지와 숫자는 정확히 말해줄 순 없지만 언론 등에 거명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편 우리은행이 KB금융그룹과는 달리 최고경영자 후보군을 공개하지 않는 ‘비공개 원칙’을 고수하자 청와대 등에서 이미 차기 행장을 결정하는 ‘밀실인사’가 이뤄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당초 이순우 현 우리은행장도 후보군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연임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 행장은 돌연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 행장은 지난 1일 저녁 늦게 임직원들에게 메일을 통해 연임 포기 의사를 밝혔다. 이 행장의 연임 포기에 대해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즈한국>과 통화에서 “민영화를 위한 작업도 어느 정도 마무리 되고 해서연임에 관해 워낙 많은 얘기들이 나오다 보니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뜻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