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창작환경세미나 |
개성 강한 영화계여서 ‘표준’이 어려운가. 영화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표준계약서를 둘러싸고 영화 단체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3월 27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 주최로 열린 ‘영화창작환경 개선을 위한 세미나’에서 영화관계자들은 표준계약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각본을 쓴 황조윤 작가는“우리 영화계에 표준계약서가 필요한 이유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감독표준계약서·시나리오표준계약서 등 각종 계약서가 단체에 따라 산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비효율적인 사태를 영화인 스스로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발전기금 6년 후 고갈
김도학 ㈜M&E산업연구소장은 2012년 영화스태프 근로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소개하면서 “시나리오 작가가 1년간 평균 영화에 참여해 받은 수입은 731만원, 감독은 1,633만원이었다. 특정작품의 평균수입도 작가 450만원, 감독 425만원에 불과했다. 최고은 작가와 곽지균 감독 등이 자살한 것도 이같은 생활 빈곤과 작품 활동 제한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김 소장은 “영화인들의 4대 보험 가입과 실질적 지원을 위해서는 최소 100억원 이상의 재원이 매년 필요하다. 그러나 영화발전기금이 올해 징수 완료되면 6년 후인 2020년에는 완전 고갈된다”면서 대책을 촉구했다.영화인들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도입을 추진한 것이 감독·작가·근로표준계약서 등이다. 하지만 단체마다 다른 표준계약서에 영화제작자·감독·시나리오작가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것이다.이준익 감독(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도 "앞서 계약의 대상자인 제작사에 표준계약서 이행에 대한 협의를 시도했지만 1, 2차 모두 성과가 없었다. 표준계약서 학습 의지가 전혀 없다"고 개탄했다.
복잡한 계약체제 개선해야
이 감독은 복잡한 계약체제를 원인으로 들었다. "영화현장에서 계약서를 쓰는 사람은 크게 감독, 스태프, 배우다. 수백 명의 사람은 제작사와 계약서를 쓰게 된다"며 "생산인력 계약서는 투자사와의 계약서와 연계돼 있다. 투자·배급·상영까지 수직계열화 안에 극장과 배급사 계약이 또 있다. 투자사와 배급사는 같은 회사지만 계약서를 쓴다. 투자사는 펀드들과 계약서를 쓰고 펀드는 모태펀드와 계약서를이날 서로의 이해관계에 얽매여 다른 목소리를 내던 감독·제작자·시나리오작가들은 "창작자의 권리보호와 창작환경 개선을 위해 영화감독, 시나리오작가, 기획프로듀서, 제작자 등을 중심으로 한 창작자 연대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충분한 논의는 바람직하지만 효율적인 결론에 이르는 길이 너무 멀어서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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