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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FTA 타결, 득실 따져보니

의료 문화 등 서비스산업 유리, 금속 등 1차산업 타격

2014.11.10(Mon) 18:04:12

   
 

한국과 중국간 FTA(자유무역협정)가 전격 타결됐다. 한중FTA 타결은 2012년 5월 협상 개시 선언 후 30개월만이며 중국과 수교를 맺은지 22년 만이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0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회의장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실질적으로 타결됐다고 선언했다.

한중FTA 타결로 한국의 경제 영토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넓어지게 됐다. 한국의 경제영토는 지난 9월 말 기준 61%로 세계 3위였으나 이번 한중 FTA 타결로 73%까지 확장될 전망이다.

중국은 국내총생산(GDP)이 8조8605억달러로 경제 규모가 한국의 8배에 달하며 세계 GDP의 12.3%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가 13억명이 넘어 세계 각국이 눈독을 들일만큼 내수시장이 탄탄하다. 따라서 한중FTA가 발효되면 침체된 한국 경제에 새 활력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은 가장 많은 29%를 차지하고 있다. 아세안(16.1%), 유럽(13.5%), 북미(12.7%)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규모다. 한중 FTA가 발효되면 5년 후 한국의 실질 GDP가 0.92~1.2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한중 FTA로 비관세장벽이 낮아지면 내수시장 접근성이 높아지게 돼, 중국이 성장엔진으로 키우고 있는 환경과 식품, 의료서비스, 화장품 등에서 선점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반면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한중 FTA 체결로 인해 우리 농수산물이 2020년 최대 20%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조3600억 원으로, 한미 FTA에 따른 농업 피해액 8150억 원보다 월등히  많다. 

한편 우리 농민의 거센 반발을 샀던 쌀시장 개방은 이번 한중FTA에서 완전 제외키로 합의됐다. 

이번 한중 FTA는 낮은 수준의 FTA로 평가된다. 한중 양측이 서로 민감한 분야(농수산물·공산품)에 이견을 보이다 문제가 되는 품목을 뺐기 때문. 전문가들은 이번 한중FTA 협상 타결에 대해 “높은 수준으로 협상이 타결됐을 경우 피해를 보는 분야도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몇 배 이득을 더 볼 기회였는데 협상을 서둘러 끝낸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이번 한중FTA 타결로 전기·전자·기계·화학 등 분야의 이득이 기대된다. 특히 고무와 플라스틱, 화학제품 분야가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금속가공 등 '뿌리산업'은 타격이 클 전망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한중 FTA 체결과 관련,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고무제품과 플라스틱 제품' 업종에서는 55.5%가 "유리하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48.1%), 목재 및 나무제품(42.9%), 가죽가방과 신발(33.3%), 식료품(33.3%)을 생산·유통하는 중소기업들도 유리하다는 답했다.

 '불리하다'는 답변은 금속가공제품(38.1%), 1차 금속(29.4%), 자동차 및 트레일러(27.3%) 업종에서 많이 나왔다.  이는 관세 때문이다. 중국의 고무와 플라스틱 제품 수입관세율은 40~45%,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은 20~100%다. 목재와 나무제품, 가죽가방과 신발도 많게는 100%까지 관세가 붙는다. 

우리 중소기업들은 FTA 이후 국내시장에서 같은 종류의 중국산 제품과 경쟁할 경우 품질(응답비율 77.4%), 디자인(67.4%), 브랜드파워(66.3%) 면에서 우위에 있다고 자신했다. 

하지만 가격에서는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가격경쟁력이 비슷하다"는 응답은 17.4%에 그쳤고, 72.1%는 "낮다"고 답했다. 업종별로는 전기장비, 기계 정도만 가격경쟁에서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한·중 FTA 발효에 대비해 품질 및 기술력 제고, 대체시장 개척,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 인하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투자 부문은 전망이 엇갈린다. 한중FTA 체결 후 중국 자본의 국내 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높지만 질적인 면에서 국내 경제 활성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이해영 한신대 국제관계학부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중국 자본의 흐름을 살펴보면 제조업, 서비스업 등에 투자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부동산, 주식, 채권 등 금융시장으로 몰리는 추세다. 금융시장에만 몰리는 차이나 머니는 우리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에서 만든 국산 제품을 다시 국내로 들여올 때에는 관세가 낮아져 분명히 이득이 된다. 하지만 이 경우도 해당 기업에만 좋고 국가 경제 전체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서비스산업은 기대가 크다. 의료, 법률, 교육, 문화산업 등은 경쟁력이 충분한만큼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유민 기자

2umi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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