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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 전 감사팀 간부 증언

“케어캠프에서 17억 횡령은 불가능한 일”
채 전총장 동창생 이씨 이직한 A사, 삼성물산에 부품 납품

2014.03.27(Thu) 10:39:42

   


“한 편의 추리영화를 보는 것 같다.”법조계의 한 인사는 26일 삼성그룹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 고교동창 이모씨를 수사 의뢰한 것과 관련, 이같이 말했다.2010년 그날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고교동창 이모씨, 삼성그룹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최근 채 전 총장과 관련된 검찰 수사는 채 전 총장과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씨의 개인 비리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2010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2억원의 돈이 임씨 모자 계좌에 입금된 것과 관련, 돈의 출처를 조사 중인 것. 검찰은 2억원 송금자는 이씨이지만 그 배후에 대기업이 관련됐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이런 상황에서 삼성은 이씨를 횡령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2억원은 이씨가 횡령한 회삿돈 17억원의 일부이며 삼성이 자회사를 이용해 로비했다는 오해를 풀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측의 해명은 객관적인 근거 제시 없이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식이어서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이씨 보유 케어캠프 지분율 삼성전자 임원보다 높아

의혹을 풀 열쇠는 이씨가 쥐고 있다. <비즈한국>은 어렵게 구한 이씨 휴대폰 번호로 통화를 시도했다. 삼성의 해명이 있던 26일부터 27일 이틀간 연속해서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음만 갈뿐 이씨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음 순서로 이씨 주변에 대한 취재에 들어갔다. 취재 결과 몇 가지 뚜렷한 의문이 제기됐다.

첫 번째 의문은 이씨가 정말 회삿돈을 횡령했을까 하는 점이다. 삼성이 이씨를 횡령 혐의로 검찰에 진정을 냈을 땐 일단 근거 자료가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제기된다.

먼저 이씨와 삼성과의 관계부터 확인해보자. 이씨는 삼성물산에 입사해 2000년까지 차장으로 근무했다. 이후 삼성물산에서 퇴사한 이씨는 케어캠프에 입사한다. 케어캠프는 삼성물산의 자회사로, 의료용품 전자상거래 및 판매를 목적으로 2000년 4월 설립된 회사다.이씨는 2000년 8월 21일 케어캠프 등기 이사로 취임한다. 이후 이씨는 12년 동안 케어캠프에서 근무하며 경영지원실 상무 자리에 오른다. 그러다가 2012년 3월 28일 돌연 해임된다.이 시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케어캠프 주주토론방에 작성된 의견을 보면 이씨가 케어캠프를 키운 일등 공신이라고 적힌 글들이 눈에 띈다. 이는 이씨가 케어캠프 회사 발전에 공헌이 컸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자타가 인정하는 일등공신이 왜 해임됐을까. 삼성측 주장대로 횡령 때문일까.

삼성이 의심을 사는 대목은 두 가지다. 첫째는 삼성 설명에 따르면 이씨의 횡령 사실을 내부 감사를 통해 적발했는데 즉시 해임조치를 취하지 않고 해를 넘겨 이씨가 퇴사했다는 점 둘째 3년이 지난 올해 2월 뒤늦게 수사 의뢰를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 채 전 총장과 삼성 연루 의혹이 제기되자 이인용 사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검찰 수사 중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내용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만 말했다.

그 다음 의문은 이씨가 보유한 케어캠프 보유 지분이다. 케어캠프 최대 주주는 삼성물산이 54.31%로 최대 주주다. 케어캠프 임원들의 주식 보유 현황을 살펴보면 2009년 당시 대표이사엄창섭을 포함한 임원 7명은 0.06%~0.02%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의 지분은 0.63%로(1만2000주 보유) 대표이사보다 10배가 넘으며 케어캠프 임원 모두를 합친 것보다 많았다. 이러한 형태는 삼성전자 임원을 통틀어 비교해 봐도 찾아삼성은 바이오제약 및 의료기기 분야를 미래 먹거리 차원에서 집중 육성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의 의지가 강하게 담겨 있다. 케어캠프라는 의료기기 도매업체도 같은 맥락에서 설립됐다. 이런 회사의 지분을 이씨가 삼성의 어느 임원보다 많은 지분을 보유했다는 사실은 오너의 절대적 신임이 있었음을 반증한다.

이씨는 케어캠프를 퇴사하자마자 쉴 틈도 없이 곧바로 2012년 4월 A사로 이직한다. A사에서 이씨의 직책은 재무담당 부사장. 주목할 점은 A사가 삼성계열사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A사는 2012년 삼성물산 사우디아라비아 민자 발전소 현장에 부품을 공급하는 등 삼성과 밀접한 회사다.

횡령사고 인지 즉시 수사 의뢰, 이씨만 예외

삼성은 허술한 조직이 아니다. 민간기업으로는 국내 최대 첩보망과 탄탄한 조직망을 갖췄다. 삼성은 통상적으로 자회사에 주요 부품을 납품하는 회사를 검증한다. CEO부터 회사 재무상태 전반을 꼼꼼하게 체크한다. 따라서 삼성은 자회사에 주요 부품을 납품하는 A사의 CFO가 이씨라는 사실을 모를 리 없을 것이고 자회사에서 17억원이나 횡령한 범법자를 고소하기는커녕 도와준 셈이 된다. 이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삼성은 회사에 부정을 저지르거나 자금 횡령을 하는 임직원들에 대해선 추상같이 단죄한다. 이씨의 경우는 예외다. 17억원이나 회삿돈을 횡령한 임원을 즉시 사법당국에 수사 의뢰하지 않은 것은 삼성의 신상필벌 원칙에 크게 어긋난다. 삼성은 이씨의 이직 사실을 몰랐을까. 거액을 횡령한 임원이 자회사에 납품하는 회사의 재무 담당 최고위직 경영책임자의 일인 임원으로 옮겨갔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것채 전 총장 관련 삼성의 기자회견이 있은 뒤 <비즈한국>은 삼성 감사팀 간부로 근무하다 퇴직한 인사를 만났다. 이 인사는 삼성의 발표에 몇 가지 의문을 제기했다. 이 인사는 “삼성에서는 횡령사고가 좀처럼 발생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뒤 “횡령 사실이 인지되면 즉시 사법당국에 수사 의뢰하는 등 신속하게 조치하는 게 원칙이다. 2012년 11월 삼성전자 직원인 김모씨가 회삿돈을 횡령 한 사실을 내부 감사를<비즈한국>은 이 인사의 발언을 토대로 추가 취재에 들어갔다. 케어캠프가 리베이트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것은 사실이었다. 이씨는 검찰 수사 개시 직후인 2012년 3월 28일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감사팀 전 직원의 증언은 사실 관계를 잘 모르고 원론적으로 한 말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 근거는 케어캠프 재무제표에서 확인된다. 케어캠프는 2009년 이후 연속 흑자를 기록하다가 2011년 돌연 33억원 적자 전환됐다. 적자의 사유가 이씨 횡령 때문이라면 이씨가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는 삼성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하지만 횡령 자체가 이번 사건의 본질은 아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씨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는지 여부도 사생활의 영역이지 이번 사건의 본질은 아니다. 본질은 임씨에게 전달된 2억원이 이씨의 돈인지 삼성의 돈인지 실체를 가려내는 것이다.

최윤정 기자

you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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