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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잦은 교체와 비전문성이 가장 힘들어”

[인터뷰] 취임 반년간 바쁘게 뛴 와타나베 미카 글로벌커뮤니티협회장

2014.03.27(Thu) 08:36:38

   
▲ 와타나베 미카 글로벌커뮤니티협회 회장


“한국의 행정기관은 담당자들이 자주 바뀐다. 거의 매년 바뀌는 것 같다. 게다가 다문화에 대해 전혀 모르는 공무원들이 부임한다. 때문에 잘 진행되던 프로그램이 중단되거나 새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10월 다문화단체들의 연합체인 글로벌커뮤니티협회 초대 회장에 선임된 와타나베 미카(54·渡邊美香) 물방울나눔회 회장은 반년동안의 활동을 이야기하면서 행정기관 담당자들의 잦은 교체와 비전문성이 가장 힘든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을 무척 사랑한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문화 가정에 대한 한국인들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로 온 공무원들이 업무를 잘 모르는 데다가 성심성의껏 일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심지어 담당 공무원이 인종 차별적 발언을 하는 경우까지 있다. 기본적으로 떠날 사람들이어서 애정이 없는 거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공무원들의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다문화가족들은 분명한 한국인이다. 한국 발전에 기여하고 특히 우리 자녀들은 한국을 위해 꼭 필요한 인재들이다. 갈수록 개방화되어 가는 한국에서 한국어와 외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데도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초등학교에서부터 차별을 당하고 있다”

1988년부터 27년째 한국에서 살아온 와타나베 회장은 아직도 다문화가족들에게 차별적인 한국 사회의 정서에 대해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다문화가정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눠 보라. 가난하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지만 한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을 한국인과 한국정부가 포용해야 한다”면서 “우리 협회도 자주적인 민간단체로서의 위상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국회 다정다감포럼


다문화가족의 증가에 따라 활동해온 16개 다문화단체들은 지난해 10월 통일된 목소리를 내기 위해 글로벌커뮤니티협회를 창립했다. 와타나베 회장은 한국의 민주화 과정과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를 모두 경험했다. 유한대학교 산업일본어과 겸임교수로 강의도 맡고 있다.

일제 강점 시절 한국인 고통 ‥ 충격 받아

“1988년도에 한국에 왔다. 일본 연극의 기원이 한국에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연극을 공부하려면 한국에 와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그가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중학교 1학년 기독교학교를 다닐 때 들었던 한국인 목사의 설교였다. 그 목사는 일제 강점 시절 일제의 박해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신앙을 지켰던 얘기를 들려줬다.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인으로서 부끄럽기도 했고 한국인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또 연기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대부분 재일교포 2세였다. 그들 대부분이 성실하고 믿음직스러워 배울 점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주변 사람들 중에 재일교포이거나 한국과 관계된 사람들이 많았다. 그들은 대부분 훌륭한 사람들이었다. 내가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서편제, 일본에선 나올 수 없는 영화

“형편이 좋지 않아 힘들게 공부했다. 동국대 연극대학원장이던 장항기 박사가 도와 줘서 공부를 할 수 있었다”면서 “남편(이민영 부천한일문화교류회 회장) 역시 아는 선생님의 소개로 만났다”며 웃었다.

이어 “한국에 살며 한국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한국 문화를 사랑하게 됐다”며 “<서편제>란 영화를 보고 정말 깊은 감동을 받았다. 한 맺힌 고통을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시키는, 즉 강력한 내부 에너지를 외부로 발산시켜 표현하는 그런 예술이나 문화가 일본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은 제도는 잘 돼 있다. 그러나 개인에 대한 규제가 많고, 사회가 정한 틀에 갇혀 살 것을 강요한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좀 다르다. 특히 <서편제>의 경우 개인의 내적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잘 묘사했다고 본다. 일본에선 그런 영화가 나오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다문화 지원, 중장기 프로그램 절실

한편 다문화단체 지원에 대해 “베트남이나 동남아에서 온 이주 여성들의 경우, 한국인들의 선입견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는다. 그러나 그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해보면 정말 우수한 인재란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이 사람들이 능력을 발휘하고 사회 인식도 개선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지원은 예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 보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된 것 같지는 않다”며 “예를 들어 예절교육 같은 건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배워도 될 것이다. 또 취업관련 프로그램의 경우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 꿈드림학교


그는 “비전을 가지고 중장기 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3년 정도의 장기적 인력 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담당 공무원들이 자주 바뀌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공무원들이 너무 자주 바뀐다. 그래서 잘 진행되던 취업 프로그램이 갑자기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매년 바뀌는 담당자‥애정 없어

“무엇보다 우리 같은 다문화 여성들과 그 자녀들을 대한민국에 필요한 인재로 육성하겠단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공무원들이 자신의 일에 대해 애정을 가져야 할 것인데, 해마다 보직이 바뀌면 어떻게 업무에 대한 애착이 생기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지원은 정말 필요하다. 회비만으로 운영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이라면서도 “하지만 지원이 체계적이지 못하다. 대부분 일회성 지원이고 겹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 여성가족부, 법무부가 따로 지원하다 보니, 누구를 상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고, 교육 프로그램도 겹치는 경우가 많아 비효율적”이라며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는 통합된 기관이 필요하다. 글로벌커뮤니티협회를 만든 것 역시 여러 다문화 단체를 통합해 통일된 목소리를 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담당자만이라도 인식 개선이 돼야 한다. 그래야 진정성있는 정책, 실효성 있는 정책이 추진될 것”이라고 했다.

구경모 기자

chosim3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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