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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에서 배우는 돈 이야기

동가숙서가식과 중국여성의 욕망

2014.03.27(Thu) 08:06:22

   


‘동가숙서가식’(東家宿西家食)이라는 성어가 있다. 중국 제나라에 부잣집 딸이 있었는데 맞선을 봤다. 신랑 후보는 둘이었다. 신부 집 동쪽에 사는 신랑감은 잘생겼으나 가난했고 서쪽 신랑감은 부자였으나 못생겼다. 신부 아버지가 딸에게 물었다. 누구한테 시집가고 싶냐고. 딸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동쪽 집에서는 잠을 자고 서쪽 집에서는 밥을 먹겠습니다”이는 중국 예문류취(藝文類聚)에 소개된 고사성어로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단적으로 드러내준다.

부귀영화를 꿈꾸는 중국 여성들의 생각은 수천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이 없다. 중국의 인기 맞선 TV 프로그램인 페이청우라오(非誠勿擾)에 출연한 미모의 여성은 외모는 준수하나 재산이 별로인 남성 출연자의 프로포즈를 거절하면서 이런 말을 남겼다.“자전거 뒷자리에서 행복하게 웃기보다 차라리 벤츠 뒷자리에서 울고 싶어요”

중국에서는 물질을 중시하는 여성을 바이진뉘(拜金女)라고 부른다. 중국에는 이 바이진뉘가 넘쳐나 사회 문제가 될 정도다. 그렇다고 여성만 탓할 건 못된다. 남자도 여자 못지않게 배금주의에 물들어 있다.

로이터 통신과 리서치업체인 입소스(IPSOS)가 세계23개국 2만 4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중국인이 돈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을 성공 기준으로 본다는 답변도 중국(69%)이 가장 높았다. 미국인은 33%였다.

돈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본성은 공자도 솔직히 인정했다. 공자는 논어(論語·里仁)에서 “부귀는 사람의 바라는 바(富與貴是人之所欲)”라고 기술했다.

중국 역사상 가장 탁월한 정치가로 꼽히는 상앙은 이렇게 말했다.“백성들의 부귀에 대한 욕구는 관 뚜껑을 닫은 뒤에야 그친다”

이렇게 돈을 좇다보니 중국에선 돈과 관련된 성씨까지 탄생했다. 바로 전(錢)씨다. 전씨의 시조는 삼황오제 가운데 한 명인 전욱의 손자 팽조(彭祖)이다. 팽조는 800살까지 장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는 중국인 특유의 거대담론식 과장이 빚어낸 것이다. 팽조의 후예가 주나라 조정의 전폐(錢幣)를 다루는 전부상사(錢府上士)였고 여기서 전씨가 유래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인간의 욕심을 표현한 또 다른 고사성어로 득롱망촉이 있다. 중국 역사상 두 번째로 통일 대업을 이룬 후한(後漢) 광무제가 수하의 장군인 잠팽(岑彭)이 농나라를 공격할 때, 이런 서신을 보낸다.“사람은 만족할 줄 못하기 때문에 괴로워한다. 이미 농을 얻었는데도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금 촉을 얻기를 바라고 있다. 군대를 동원할 때마다 이로 인해 머리카락이 희어진다”하지만 모든 중국인이 돈을 절대적 가치로 여긴 것은 아니다.

논어 술이편(述而篇)에 이런 경구가 나온다. “나물 밥 먹고 물 마시고 팔로 베개 삼아도 즐거움이 그 속에 있나니 옳지 못한 부귀는 한낱 뜬구름과 같다(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아시아 최고 갑부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은 논어의 이 구절을 평생 좌우명으로 삼고 기업을 일궜다. 지난해 맥쿼리코리아의 부동산투자신탁 계열사를 인수, 한국 부동산 시장에도 진출한 리카싱 회장은 전 재산의 3분의 1(약 6조원)을 사회에 기부해 귀감이 됐다.

한국의 재벌 중에는 이처럼 통 큰 기부를 한 이는 없다. 오히려 조선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나눔 정신을 실천한 거부들이 적지 않다. 경주 사람들은 경주 최부자를, 제주에선 김만덕을 기린다. 경주 최부잣집은 “부와 권력을 함께 얻으려 하지 말라”는 가훈을 엄격하게 지키며 가난한 이웃에 덕행을 베풀었다. 19세기 조선 제일의 부자였던 거상 임상옥도 유명한 말을 남겼다.

“기업은 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

이정규 편집인 기자

ikmens@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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