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권오준 주도, 볼리비아 리튬 사업 좌초 위기

포스코, 계약 위반 시 패널티 조항 안 넣어 사업 지연 자초

2014.03.26(Wed) 09:22:15

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기술 담당 임원 시절부터 수년간 주도해온 볼리비아 리튬 관련 사업이 물거품 될 위기에 빠졌다.

<비즈한국> 취재 결과 포스코가 절반 이상의 지분을 갖는 한국 컨소시엄은 볼리비아와 2012년 7월 정식 계약을 체결하고도 20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사업을 한발자국도 진척시키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득보다 실이 많았던 엉성한 일처리와 함께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의 문제점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철강시장 침체가 장기화 되는 가운데 포스코는 내부 기술인 출신 권 회장을 중심으로 리튬 등 소재 사업을 확장해 차세대 먹거리 창출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그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져 향후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 획기적인 신기술 개발, 첫 단추 잘못 끼워

리튬은 컴퓨터와 휴대전화 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와 전기자동차 등에 사용되는 2차전지의 주원료로 쓰이면서 석유를 대체할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권 회장은 기술총괄 시절부터 포스코가 역점을 두고 개발한 리튬추출 신기술을 주도했다. 포스코는 2012년 염수(소금물)에서 화학반응을 통해 직접 리튬을 뽑아내는 방식으로 기존 12개월이 걸리던 리튬 추출 시간을 최소 8시간으로 단축시키고 회수율을 80%까지 끌어올리는 신기술을 개발해 냈다.

권 회장은 이 기술을 바탕으로 지난 2년간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등 리튬 자원을 보유한 국가들을 여섯 번이나 방문하는 등 신시장 개척에 직접 나섰다.

볼리비아 우유니소금호수에는 세계 매장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540만 톤의 리튬이 묻힌 것으로 추정돼 세계 각국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칠레나 아르헨티나산 리튬에 비해 순도가 낮아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왔지만 포스코가 리튬 추출과 관련한 신기술을 개발한 이후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울러 자원 외교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가 수년간 주력해 온 볼리비아 리튬 사업에다수 국내 언론들도 볼리비아 리튬사업에 대해 장밋빛 전망 일색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그 이후 볼리비아 리튬사업은 난항을 겪기 시작한다. 이유가 무엇일까.

◆ 성과 없는 사업, 개시 여부도 불투명

한국과 볼리비아는 리튬사업과 관련해 2009년 4월 이후 다섯 차례나 조건을 변경하며 MOU(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산고를 겪었다. 그러다 2012년 7월 포스코와 광물자원공사가 주도한 한국 컨소시엄은 볼리비아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기대를 모았다.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한국과 볼리비아가 각각 50% 지분으로 자본금 총 260만 달러(한화 약 28억 원)를 출자해 합작법인 설립 후 지난해 말까지 월 1톤을 생산할 수 있는 파일럿 플랜트(시범설비)를 완공한다는 것. 양측은 파일럿 프로그램의 성과가 타당성이 있으면 대규모 생산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한국컨소시엄 지분 50% 중 포스코 26%, 한국광물자원공사 9%, 그 외 4개사가 15% 지분으로 참여한다는 조건이었다. 사실상 한국 컨소시엄은 절반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포스코 주도로 사업을 추진해 왔다. 포스코는 리튬 추출과 관련해 개발한 신기술을 이 프로젝트에 적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약 체결 후 볼리비아 측이 갑자기 내용 변경을 요구하면서 당초 계약 조건인 120만 달러(약 13억 원)의 출자금 납입도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볼리비아가 개발도상국이라 하더라도 120만 달러에 불과한 출자금을 출자하지 않고 있는 점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컨소시엄의 엉성한 계약처리의 문제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포스코 등 컨소시엄은 볼리비아 측이 계약 변경을 요구하며 출자금 납입을 이행하지 않음에도 어떠한 패널티 조항도 삽입하지 않은 것. 이렇듯 미숙한 계약 체결은 리튬사업을 하염없이 지연또한 당초 연구개발(R&D)기간에 볼리비아 측이 신기술 특허를 가진 포스코에 기술사용료를 지급하기로 돼 있었지만 최종계약 과정에서 삭제됐다. 포스코가 신기술을 제공하고도 아무 댓가를 받지 않기로 한 것에 동의한 셈이다.

복수의 한국 컨소시엄 관계자들은 “볼리비아의 돌발 행동에 따라 우리도 아직 자본금을 납입하지 않아 손해 본 것은 없다”는 점만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매우 근시안적인 시각이다. 2012년 7월 이후 볼리비아 리튬 값은 고공행진 했고 일본 중국 등이 탐내기 시작했다.

양손에 떡을 쥐게 된 볼리비아 정부로서는 한국컨소시엄과 계약을 이행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게 된다. 볼리비아로서는 다행히도 계약을 위반해도 패널티는 없다. 그렇다면 상책은 사업을 최대한 미루는 것.볼리비아 정부가 공장 착공을 미루는 데는 이런 계산이 깔려 있다.

포스코는 뒷북을 쳤다. 포스코는 지난해 1월부터 직원을 볼리비아 현지에 파견하는 등 대응에 나섰으나 해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볼리비아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볼리비아 쪽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이명박 정부에서 볼리비아 리튬 사업과 관련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던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도 정권이 바뀌면서 관망하는 양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볼리비아 리튬사업이 답보상태라는 사실을 광물자원공사 등으로부터 보고를 받아 알고 있다. 안타깝지만 현재로서는 정부 차원에서 조치할 일은 없는 것 같다”고 밝혔다.

◆ 무리한 자원외교, 경영진 판단 착오 맞물려

볼리비아 리튬 사업이 무산 위기에 처한 원인은 이명박 정부의 무리수를 둔 자원외교와 함께 포스코 경영진의 판단 착오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자원 외교를 새로운 국정기조로 삼아 드라이브를 걸었다.

그 중에서도 볼리비아 리튬 사업은 이명박 정부가 가장 공을 들인 사업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볼리비아를 수차례 특사로 방문했고, 크고 작은 일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부처들이 동원돼 홍보에 열을 올렸다.

2009년 볼리비아 리튬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볼리비아 측에서 요청한 리튬추출기술 개발에 나섰고 그 총대를 포스코가 맸다. 이후 볼리비아와 리튬 산업화 연구개발을 위한 MOU를 수차례 체결하는 등 리튬 확보가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좀처럼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0년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통해 2억5000만 달러(약 2700억 원)에 달하는 차관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이 약속은 현재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이행 중이다. 막대한 차관 제공의 명분은 볼리비아 사회간접 자본(SOC) 건설을 지원한다는 것이었지만 실제로는 리튬 등 자원 확보 차원에서였다.

그러나 2010년 10월 갑자기 볼리비아 정부가 ‘리튬 산업화 정책’ 발표 이후 리튬자원 개발에 대한 외국자본의 참여를 금지하고 나섰다. 이후 리튬 확보는 배터리개발 사업으로 급전환됐다. 2012년 7월에야 포스코 등 한국 컨소시엄은 볼리비아와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비즈한국> 취재 결과 이 계약은 ‘나홀로 계약’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볼리비아의 리튬 자원과 관련해 눈독을 들이는 나라는 한국 외에도 많다.

민주당 전정희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컨소시엄 외에도 중국, 네덜란드가 공식적으로 볼리비아와 협약 또는 계약을 체결하고 리튬배터리공장 건설 등 리튬관련 사업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볼리비아에 첫 통신위성 발사를 지원하는 등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리튬확보를 위한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모랄레스 대통령간 정상회담 직후 일본 정부는 볼리비아 대통령을 불러들여 한국보다1억 달러 더 많은 3억500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볼리비아가 각국이 제공하는 달콤한 제안을 저울질하는 과정에서 한국이 후순위로 밀려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외변수를 따져보지 않고 정권에 부화뇌동한 포스코의 경영진의 판단도 사업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00년 이후 민영화가 이뤄졌으나 여전히 포스코 수장 자리는 정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었다. 2009년 초 포스코 회장에 선임된 정준양 전 회장도 대표적인 MB맨 이었다. 그는 이명박 정부 실세였던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차관의 비호설이 제기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전문가들은 포스코가 보유한 리튬 관련 신기술도 전가의 보도는 못된다고 말한다. 리튬 확보에 혈안이 된 선진국들이 앞다퉈 유사한 기술개발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속담에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포스코의 볼리비아 리튬사업이 그 형국이다.

비즈한국

webmaster@@bizhankook.com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