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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양적완화 종료, 한국 가계부채 리스크 점증

2014.10.31(Fri) 09:51:49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가 양적완화 종료를 선언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영국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30일 “미국이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해 온 지난 6년 동안 신흥국 시장에 돈이 넘쳐났다. 경기 침체 조짐을 보이는 중국은 물론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 브라질과 러시아, 칠레 등 신흥국은 미국이 추가적 조치로 금리를 인상하면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흥국들은 지난해 5월에도 ‘버냉키 쇼크(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시사)’로  외환시장이 크게 요동쳤다. 이후 국제 금융시장은 양적완화 축소 시기와 규모에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 재닛 앨런 연준 의장

◆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 매우 빨라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할까.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여타 신흥국과는 달리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높은 외환보유액 수준, 낮은 단기외채 비중, 경상수지 흑자 등 경제 기초 체력이 튼실하다. 양적 완화 종료로 신흥국 등의 자금유출에 따른 시장 불안 가능성은 있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기재부의 이런 입장과 달리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이미 달러 강세로 국내 증시가 7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고, 7거래일 동안 1조6243억원이 빠져나가는 등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계부채의 경우, 미국이 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을 본격화하면 국내 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어 저금리를 믿고 가계 대출을 받은 가계들은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최근 들어 가계부채는 정부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증가 속도가 매우 빠르다. 금융위원회가 국정감사 때 공개한 자료를 보면 가계부채는 8월과 9월에 5조5천억원씩 늘어 두 달 사이에 11조원에 달했다. 작년 동기 증가액이 6조6천억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두배 가까이 육박한다. 이 수치는 향후 미 연준의 금리 인상 폭에 따라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시사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 미국 재무부, 한국 환율 개입 경고

환율 리스크도 우려된다. 한국은행이 15일 기준금리를 종전 연 2.25%에서 2.00%로 인하한 것도 최경환 경제팀의 성장 드라이브 정책에 부응한 측면 외에 ‘글로벌 환율전쟁’에 대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환율은 경상수지 및 기업의 실적과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다. 최근 미국 재무부가 한국의 환율정책에 대해 경계심을 나타난 것도 최근의 달러 강세와 무관하지 않다.

미국 재무부는 의회에 제출한 환율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 5~7월 외환시장에 깊숙이 개입했다. 이 기간 동안 원화 절상을 막기 위해 140억 달러를 쓴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 재무부는 또 "한국 정부 당국은 외환시장 개입을 무질서한 시장 환경과 같은 예외적인 조건에서만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원화 가치는 경상수지 흑자, 외환보유액 등을 고려하면 원화 가치는 여전히 저평가됐다. 한국은 주요 20개국(G20)의 수준에 맞춰 외환 시장에 개입해야 하며, 개입시 사실을 즉각 공개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과거 미국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기 전 환율보고서를 통해 유사한 압박을 가한 사례가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향후 환율 문제가 불거지면 미국은 압박의 강도를 높여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양적완화 외에도 대비해야 할 리스크는 다수다. 신흥국 금융불안, 일본 아베노믹스 진행상황, 중국의 경기둔화 가능성, 유럽의 재정위기 재부각 가능성 등 다양한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 당국은 미국의 양적완화가 다른 위험 요인과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부채 문제는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문홍식 기자

moonhs@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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