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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달같이 달려드는 그리움

양산 순매원‥봄의 전령 매화

2014.03.24(Mon) 16:26:16

   


봄이다. 바람은 아직 차다. 그러나 하늘엔 청자빛이 감돌고 햇살은 따뜻하다. 겨울의 추위를 견딘 생명들이 땅을 뚫고 올라온다. 봄은 멀리 남쪽에서 시작된다던 어른들의 말처럼, 남녘땅 양산엔 봄기운이 이미 충만하다. 낙동강에 봄이 오면 양산 원동마을엔 매화가 핀다.

삐뚜로만 피었다 지는 그리움

매화가 폈다. 3월 중순이 매화가 절정이다. 메마른 가지에 기대 혹독한 추위를 견딘 하얀 생명력이 강변에서부터 산등성이까지 흰 구름처렁 뭉게 뭉게 피어난다. 육지의 봄을 알리는 전령사인 셈이다. 오태환 시인의 시처럼 “삐뚜로만 피었다가 지는 그리움”이다.

부산역을 목전에 둔 경부선 원동역. 무궁화호가 정차한 조용한 시골역이 사람들로 북적인다. 카메라를 든 사람, 등산복 차림의 산행객 등등 저마다 복장은 달라도 원동마을에 온 목적은 한 가지다. 순매원의 매화를 보기 위해서다.

원동역 뒤로 이어진 길을 따라 올라가니 이내 한 무리의 매화가 득달같이 달려든다. 매화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는다. 하얀 꽃치마가 분분히 날리는 매화비가 아련하다. 다시 길을 따라 걷는다. 5분이나 걸었을까. 사진 촬영하기 좋은 곳이란 팻말과 함께 전망대가 나온다.

   


전망대 아래로 순매원이 펼쳐진다. 농원 옆으로 기찻길과 낙동강이 나란히 달린다. 매화, 강 그리고 기차가 어우러진 특별한 풍경을 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낙동강의 유장한 물길과 하얗게 핀 매화, 그리고 그 사이를 질주하는 기차의 역동적인 모습을 한 앵글에 담을 수 있는 곳은 순매원밖에 없기 때문이다.

구름같이 흐드러진

순매원은 양산에서 규모가 꽤 큰 매실농원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넓은 것은 아니어서 가벼운 걸음으로 둘러보기에 적당하다.

농원으로 들어가 매화나무 아래로 걸음을 옮긴다. 백매화, 홍매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멀리서 본 매화는 구름 같다. 백매화는 흰 구름 같고 홍매화는 빨간 구름 같다. 바람이 불면 바람에 넘실거린다. 가까이 다가가 사진을 찍는다. 구름 같던 매화들이 송이 송이 드러난다. 향기가 그윽하다. 자신도 모르게 카메라에 손이 간다. 아찔한 그리움이다. 숭어리째 피어나는 그리움이 가슴을 친다.

   


순매원을 한 바퀴 돌았으며 배를 채우자. 배가 불러야 그리움도 느끼는 법. 매화 아래서 국수 한 그릇, 막걸리 한 사발에 파전 한 조각으로 식도락을 즐겨보자. 즉석에서 구워낸 노릇노릇한 파전, 고명과 함께 양푼에 말아 내는 국수는 순매원에 들르면 꼭 먹어야 할 인기 메뉴다.

자료제공: 한진관광

구경모 기자

chosim34@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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