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 5년 동안 10배, H&M도 연평균 30% 성장
21세기 산업시장의 화두는 과다생산에 따른 과소비다. 의류 시장도 이에 따른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패스트패션 성장세는 눈부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옷장 속에 패스트패션 의류 한 두개쯤 없는 사람이 없을 만큼 이들의 국내 매출액은 이미 1조원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정작 국내 의류시장의 이 같은 우려는 표면적일 뿐 이들 성공 이면에는 패션산업의 과 생산, 과소비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피해가 크다는 것이 소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패스트패션이 쏟아져 국내 의류시장을 잠식하고, 저렴한 옷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과소비가 문화처럼 자리잡아 결국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이제부터라도 패스트패션 구입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격이 저렴해 무심코 하나 둘 구입했다 정작 입어보지도 못하고 헌옷이 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SPA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동구매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우리 소비자들은 옷 소비는 잘 하고 있는 걸까?
◆SPA브랜드 폭풍성장, 어디까지
국내의류시장에 진출한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브랜드는 지난 2007년 일본의 유니클로를 시작으로 스페인의 ZARA, 스웨덴의 H&M, 미국의 GAP등 이다. 이제 국내 토종 브랜드는 이들 글로벌 SPA브랜드에 들놀이를 서고 있다는 자조감이 팽배하다.
SPA 브랜드들의 사업모델은 의류기획·디자인, 생산·제조, 유통·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회사가 맡아 고비용 유통망은 피하고, 대형 직영매장을 운영,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는 형태를 말한다. 이렇게 고객 요구를 빠르게 반영, 1~2주 만에도 다양한 제품을 무제한으로 공급해 소비자 입장에선 흡사 슈퍼마켓에서 과자를 고르듯 의류구입을 하게 하는 마력을 갖고 있다.
이미 에이치앤엠(H&M)이 한국 진출 4년 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 지난해 122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같은 수치는 전년(899억원)대비 36% 이상 증가한 금액이다. 지난 2007년 국내시장에 진출한 일본의 유니클로 역시 당시 매출액 726억원에서 지난해 6940억원의 매출을 기록, 5년 만에 9.6배 폭풍 성장했고, 자라 역시 지난해 매출액은 집계가 안됐지만, 첫 진출이후 2012년까지 6배 커졌다. 이에 따라 각각의 패스트패션 기업들은 자매브랜드의 국내 진출을 적극 고려중이다. 따라서 조만간 국내 의류시장은 외국계 SPA브랜드의 주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응해 국내 토종 SPA브랜드인 이랜드의 스파오, 미쏘, 제일모직의 에잇세컨즈등이 시장 수성에 나서고 있지만 맥을 못 쓰고, 언더우드, 해리스톤 등 국내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38개 브랜드 의류들은 지난해 퇴출됐다.
◆SPA의류 무의식적 구매, 과소비 조장 찬반 논란
미혼인 커리어 우먼 이은숙(38, 여)은 스파 브랜드 옷 종류만 30여 가지에 이른다. 매월 400여 만원의 수입 중 이씨가 의류 구입에 지출하는 비용은 약 30만원, 이중 패스트패션 브랜드 의류 구입액은 10만원이 넘는다.
이씨는 “가격이 저렴하다보니 계절이 바뀔 때나 혹 직장에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경우 SPA브랜드 매장을 찾아 과자 고르듯 옷을 구입한다”며 “가격도 싸고, 그때그때 트렌드를 반영한 각종 의류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어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풀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김익수(가명)씨도 “한번에 20만원이 넘는 청바지를 구입하는 것은 부담 되지만 품질도 엇비슷하고 다양한 종류의 바지를 구입할 수 있어 지난 1년간 SPA매장에서 산 바지만 벌써 여섯벌이 넘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세일 때 구입한 청바지를 포함해 5벌의 바지가격은 20만원이 조금 넘는다”며 “브랜드 청바지 한 벌 가격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어 부담 없이 SPA브랜드 옷을 구입하지만 정작 입는 것은한 두벌에 불과하다”고 멋쩍어 했다.
반면 또 다른 소비자는 “SPA브랜드가 국내 의류시장의 거품을 걷어내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특히 아웃도어와 고가의 브랜드 의류 한 벌 가격이면 4~5벌의 유행에 맞는 의류를 구입할 수 있어 고가 옷 거품이 많은 의류들의 대안이 된다는 점에서 나쁜 소비는 아니다”라고 옹호의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아무런 부담 없이 구입한 각종 패스트패션 의류를 정작 소비자들은 입어 보지도 못하고 장롱 속에 쳐 박아 뒀다 그냥 버린다는 점이다. 이은숙씨는 “봄을 맞아 겨울옷을 정리하려다 보니 최근 몇 년 간 구입한 겨울 패스트패션 의류만 20여 벌에 이르더라”며 “이중 정작 몸에 걸친 옷은 몇 벌 되지 않아 무의식적으로 싼 옷이란 인식 때문에 과소비했음을 깨닫게 됐다”고 허탈해 했다. 이처럼 패스트이화여대 가정관리학과 교수이자 소비자시민모임의 사무총장인 이은영 교수는 “패스트패션의 옷 가격이 저렴하다 보니 소비자들의 과소비가 또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게 됐다”며 “이 같은 소비는 자원 낭비일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친환경적이지도 않아 바람직한 소비문화는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옷을 생산하는 기업 측면에서는 매출이 늘어 신나겠지만, 궁극적으로 쉽게 구입하고, 쉽게 버리는 것이 문화처럼 되면서 무감각한 소비가 늘어난다”라며 “소비산업에서 봐도 좋은 현상은 아니며, 지양해야 할 왜곡된 과소비 문화”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옷을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노동 비용은 큰 차이 없다”며 “최근에는 중국을 비롯해 동남아의 싼 노동력을 착취에 대한 비난이 일기도 한 만큼 의류시장의 착한 소비문화 정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제라도 소비자들의 SPA브랜드 구입에 대한 합리적 소비의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패스트패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올바른 소비문화 정착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