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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락 전환인가, 일시 조정인가?

중국 위안화 약세에 국제 금융계 전망 엇갈려

2014.03.21(Fri) 17:22:46

   


지난달 28일. 중국 국영은행들에게 중국인민은행의 지시가 전달됐다. “미국 달러를 사들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날 중국 화폐인 위안(元)화의 가치는 미국 달러당 6.1451위안으로 급락했다. 10개월 만에 최저 시세였다. 하락폭은 전날대비 0.9%가 떨어진 것으로 중국이 2005년 위안화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이후 가장 큰 폭이었다. 중국이 정한 하루 최대 변동폭이 상하 1%라는 점을 감안하면 위안화 하루 변동폭 한도를 거그리고 보름이 지난 3월15일 중국 정부는 위안화의 하루 환율변동폭을 상하 1%에서 2%로 확대했다. 이어 위안화의 가치는 빠른 속도로 하락해 3월20일 현재 달러당 6.233위안을 기록했다. 지난해 2월 이후 1년1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위안화는 그동안 꾸준한 오름세였다. 그러던 것이 1월14일의 6.0406위안을 고점으로 꺾여 가파른 경사를 내려 왔다.

위안화의 하락 이유로는 미국의 양적 완화 축소, 중국 경제성장률의 둔화, 중국의 실세 금리 하락, 신흥시장 환율 하락 추세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꼽히고 있다. 또 중국인민은행이 단기 투기성 핫머니의 유입을 막기 위해 시장에 개입해 환율변동폭을 키웠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2월28일의 ‘달러 매수-위안 매각’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하락세를 유발하고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중국 경제를 책임진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위안화 환율변동폭을 확대한 데 대해 “위안화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마틴 펠트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위안화 약세는 리커창 총리가 수출을 늘려 올 성장목표 7.5%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분석했다.중국 기업들이 홍콩에서 싼 이자의 자금을 빌려 중국의 지방정부와 부동산시장에서 돈놀이를 하는 데 대해 쐐기를 박기 위한 조치, 지방정부의 신용거품을 제어하는 이득이 있다는 풀이도 있다.

“달러 당 6.20위안이 위험경계선”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기업들의 손실은 커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최근까지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면 돈을 버는 파생상품을 사들였다가 이번 하락세에 큰 손실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 톰슨로이터 등은 위안화 강세를 예상한 중국 기업들의 손실이 이미 25~30억 달러에 달하고 추가 2% 하락시 55억 달러, 추가 10% 하락시 15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베이징(北京)의 한 은행 외환담당자는 “기업들로부터 위안화 매각, 달러화 매수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분위기가 위안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국제 금융계는 위안화의 약세가 지속될 것인지, 아니면 조정을 거쳐 다시 강세로 돌아설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일단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견해는 위안화에 대한 투자 매력이 사라졌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한 자산운용 전문가는 “많은 투자자들이 낮은 변동성을 매력으로 삼아 위안화에 투자했으나 갑작스런 약세로 인해 큰 손실을 보았기 때문에 낮은 변동성에 따른 매력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 자료출처: <로이터>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위안화가 달러당 6.30위안 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달러당 6.20위안을 금융상품 손실이 나는 경계선으로 보고 있어 현재 위험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부진한 중국의 경기지표를 들어 중국 경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수정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정한 올해 성장률 목표 7.5%를 밑돌 것이라고 본다. 골드만삭스는 7.6%에서 7.3%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는 7.6%에서 7.2%로, JP모간은 7.4%에서 7.2%로 각각 전망치를 낮췄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견해가 더욱 강하다. 최근의 약세는 일시적인 조정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영국 국영은행 RBS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위안화 절하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며 오히려 외환시장의 압박에 의해 절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골드만 삭스(Goldman Sachs) 역시 “방대한 외화보유량, 거액의 무역 흑자, FDI(외국인직접투자) 유치 증가 등의 요소가 위안화 강세를 지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중국 정부가 위안화의 국제화를 추진하고 있는 점 등 위안화의 절상 여건이 건재하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에의 영향은 엇갈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서는 분야별로 엇갈리는 편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중국 측의 변동폭 확대 조치를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17일 인천 한은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지역경제보고서 국제컨퍼런스에서 기자들에게 “중국의 결정은 자신감의 발로이며 중국의 시장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므로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양증권은 위안화 약세로 인해 중국의 이탈 자금이 단기적으로 한국에 유입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국 증권시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했다.반면 국제금융센터는 위안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상품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했다.

이재명 기자

jaimi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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