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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살기위해 장사하면 죄인가

2014.03.20(Thu) 14:56:50

   
▲ 윤철한 국장


최근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했던 이슈 중 하나가 ‘갑'과 '을' 문제였다. 남양유업, 편의점, 아모레퍼시픽 등 그동안 ‘갑’에 의해서 억눌려 있던 ‘을’의 분노가 봇물 터지듯 표출됐다.

연일 기업을 비난하거나 고발하는 기자회견이 이어졌다. 국회도 경쟁하듯 관련 법안을 쏟아 냈다.

사업자간 계약서에 인용된 '갑'과 '을'이란 단어는 우리사회의 힘의 불균형을 대변하는 용어가 됐다.

갑의 횡포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지난 시절 우리는 ‘잘 살아보세’를 외치며 경제발전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 ‘을’ 보다는 ‘갑’이 항상 우선이었다. ‘을’의 피해는 잘살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대가로 취급했다.

정부는 '갑'을 위한 정책을 펼쳤고, 사법부는 ‘갑’의 횡포에 관대했다. 결과적으로 중소기업이나 영세사업자와 자영업자의 피해는 늘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인식은 불공정거래행위를 총괄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소관법령을 봐도 드러난다. 공정위 소솬 소비자보호 법령은 소비자기본법을 중심으로 약관규제법, 표시광고법, 전자상거래법 등 9개에 달한다. 반면 영세사업자 보호 법령은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가맹사업법, 대규모유통업거래법 등 4개에 불과하다. 소비자보호와 관련해서는 금융이나 통신, 의료 등 다양한 부처와 기관에서도 업무를 처리한다. 영세사업자 보호와 관련한 공정위의 운신의 폭은 너무나 한정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단지 숫자의 차이 때문만은 아니다. 소비자와 비교했을 때 대리점, 유사가맹점 등 다수의 ‘을’인 영세사업자나 자영업자의 직접적 보호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우리 공정거래법은 주로 대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이나 과도한 경제력 집중에만 포커스를 집중하고 있다.

시민운동을 하다보면 많은 민원을 받게 된다. 소비자민원의 경우 문제이나 도움이 수월하다. 그러나 영세사업자의 경우 상당히 어렵다. 사업자간 계약, 즉 사적 자치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는 이유로 당사자의 책임으로 떠넘기기 때문이다. ‘억울하면 소송해라’ 라는 말은 당신 일에 관심 없다는 뜻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최근 갑을 논쟁으로 인식의 변화는 과거보다는 나아지긴 했지만 출범 최기 경제공정위가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다수의 영세사업자가 보호될 수 있도록 제도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회도 본연의 업무인 관련 법 제정에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범위를 확대해 권리를 침해받고 있는 영세사업자도 소비자 관련법에 따라 권리구제를 받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공정위는 단지 먹고살려고 시작했는데 사업자란 이유로 불이익이나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명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권과 정부가 이젠 ‘을’을 보는 관점의 변화와 결단이 필요할 때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윤철한 시민권익센터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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