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오너 일가가 대주주인 서울광고 직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기업들은 매출이 줄어들고 영업 이익이 감소하면 자구 차원에서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서울광고가 그 케이스다. 그런데 서울광고에는 다른 기업에선 볼 수 없는 특이한 현상이 있다. 바로 ‘배당잔치’다.
이익 감소 불구, 고배당
서울광고는 홍우식 대표와 그 관계인들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서울광고의 주요 매출처는 남양유업. 남양유업의 TV광고와 인쇄물 제작을 대행해 주며 안정적인 수입을 올리고 있다.
서울광고 홍우식 회장과 오너 관계인들은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총 125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그렇게 해서 오너 일가의 주머니는 두둑해졌지만 직원들의 사정은 달랐다. 서울광고 직원들은 2001년도만 해도 79명이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2년 27명만 남았다. 11년 사이 52명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난 것이다. 1년에 약 5명꼴이었다. 사유는 매출 감소로 인한 구조조정 차원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1990년대는 합작회사와의 관계로 28개팀이 운영이 됐다, 합작사와의 결별이후 꾸준히 인원이 정리됐다. 이유는 광고주와의 계약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현재는 추가 감원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감원할 정도로 회사가 어려운데 배당금은 챙겨가는 경영 행태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했다.
서울광고는 1980년 5억원의 자본금으로 설립됐다.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홍우식 60% 미국 다씨 40%였다. ‘서울다씨’라는 상호를 걸고 출발한 서울광고의 주요 매출처는 남양유업이다. 그로부터 20년 후인 1999년 서울광고의 내부거래 현황을 살펴보면 총매출액 137억원에 33억원의 이익을 냈다. 이중 남양유업과의 거래는 68억원으로 내부 거래 비율은 절반을 상회한다.홍우식 회장은 2003년 미국 다씨 지분을 모두 인수한다. 이후 서울광고 배당률을 살펴보면 매년(2013년 제외) 평균 137%에 달하는 높은 배당률을 기록했다.
2013년 남양유업의 밀어내기 사태로 광고가 줄어들자 서울광고도 직격탄을 맞았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서울광고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35% 줄어든 66억원에 그쳤다. 이는 2000년대 들어 최저 규모로 특히 영업이익은 86%나 감소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서도 대주주에 대한 배당은 빠지지 않았다. 홍 회장 일가가 남양유업 최악의 해에 수령한 배당금은 3억원이다.
내부거래가 오히려 ‘독’
업계에서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동생회사 밀어주기가 독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남양유업의 묻지마식 광고 물량 몰아주기로 홍우식 회장 개인이 배당금을 챙기는 데는 도움이 됐지만 서울광고 직원의 입장에서는 고용불안을 야기했고, 전적으로 남양유업과의 내부거래에 의존해 자생력을 잃게 되었다는 해석이다.
서울광고가 처음부터 남양유업에만 매달린 것은 아니었다. 서울광고는 회사 설립 초기만 해도 남양유업 외에 여러 업체의 광고를 수주 제작하며 의욕적으로 사업을 벌였다. 하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자 보수적 경영으로 돌아선다. 이익금의 일부를 회사 유보금으로 쌓아두고 유능한 인재를 스카웃하는 대신 직원 수를 줄이며 이익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
남양유업은 지난해 455억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대리점 밀어내기 사태로 매출이 급감한데다 원유 단가 상승과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까지 물게 돼 적자로 전환된 것. 이 영향으로 서울광고의 남양유업 광고제작 수입도 58억원에서 36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게다가 2012년 400억원 가까이 됐던 광고대행 취급액도 지난해 273억원에 그쳤다. 향후 남양유업이 매출을 회복하지 못하면 서울광고도동반 부실이 예상된다. 서울광고 직원들은 언젠가 또 감원이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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