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다. 하지만 돈을 대하는 가치관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중국과 한국을 비교해보자. 한국인들이 즐겨 인용하는 격언으로 ‘견금여석(見金如石)’이 있다. 고려 말기 충신 최영 장군은 “황금을 보기를 돌 같이 하라”는 부친의 가르침을 평생 따랐고, 이후 7백여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 정신은 살아있다.
중국인의 생각은 다르다. 중국인들은 돈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정도를 넘어 사랑하고 뽀뽀하고 신주단지 모시듯 떠받든다. 아마도 최영장군이 중국에 가서 똑같이 말했다면 그 돌이 어딨냐고 벌떼처럼 덤벼들었을 것이다.
부자를 향한 중국인의 욕망은 상술의 귀재인 유대인보다 더 강렬하다. 중국에 전가통신(錢可通神)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돈은 귀신과도 통하고 나아가 귀신을 부릴 정도로 힘을 지녔다는 뜻이다.
전가통신은 당(唐)나라 장고(張固)의 저서 <유한고취(幽閒鼓吹)>에서 유래됐다.
당나라 상국 장연상은 고위층이 다수 연루된 비리사건을 맡아 엄정 조사를 지시했다. 다음날 장연상의 책상에 돈 3만 관이 놓여 있었다. 장연상은 노발대발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라고 명령했다. 그러자 이튿날 5만 관이 놓여 있었다. 장연상은 더 화를 냈다. 그 다음날 10만 관이 놓여 있었다. 그 돈을 본 장연상의 안색이 변했다. 그는 “10만 관이라는 돈은 귀신과 통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를 거절했다가 내게 화가중국 진(晉)나라 때 노포(魯褒)가 지은 <전신론(錢神論)>에서도 돈의 위력이 드러난다. 이 책에서 노포는 “돈은 귀가 없지만 능히 귀신을 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중국인이 돈을 신격화한 예는 수두룩하다. 중국의 수많은 신 가운데 가장 인기 있고 존경받는 신은 관우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관우는 재물신으로 통한다. 중국인들은 집집마다 관우상을 정성스럽게 모시고 아침저녁으로 절을 올리면서부자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런 중국인의 ‘배금주의’에 비해 우리 선조는 한결같이 ‘물욕’과 ‘색욕’을 경계했다. 선비들은 재물에 정신을 쏟는 대신 책 읽기에 열중했다.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나 일일부독서구중생형극(-日不讀書口中生荊棘)같은 격언이 그 증표다. 하지만 이런 인문 존중 정신은 1960년대 후 산업화의 길을 겪으면서 급속히 퇴색된다. 한국 성인 남성 10명 중 3명은 1년에 책 한권도 읽지 않는다는 근자의통계(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보듯 교양보다는 돈을 좇는 세상으로 바뀌었다.
배금주의가 기승을 부릴수록 공동체는 허물어지고 인간의 삶은 황폐해진다.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는 저서 ‘감정노동’을 통해 황금만능 시대의 폐해를 고발했다. 그는 “배금주의가 판치면 인간관계가 상품관계로 바뀐다”고 경고했다.돈은 사람을 부리지만 패가망신시키기도 한다. 권력자도 예외는 아니다. 이명박 정권 시절 ‘상왕’으로 통한 이상득 전 의원이 대표적 사례로 돈을 밝히다 결국 쇠고랑을 찼다. 법정에서 그는 ‘삼인성호(三人成虎)’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금 옥고를 치르고 있는 국내 재벌총수들도 따지고 보면 돈 욕심이 지나쳐 주화입마(走火入魔)를 당한 케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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