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데스크칼럼] 백종원은 선생님도 멘토도 아닌 '사업가'인 것을…

방송 활동, 지자체 축제 자문도 사업 위한 전략…'영웅' 만들어낸 방송사 '공적 책임' 돌아봐야

2025.04.29(Tue) 14:12:02

[비즈한국] 한때 국민 멘토로 불렸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요즘 말로 ‘나락’에 빠졌다. 누군가는 그에게 “초심을 잃었다”​고 하고, 누군가는 “본색이 드러났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초심을 잃은 적도, 본색을 숨긴 적도 없었다. 백종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사람이다. 다만 그가 살아온 방식과 대중이 그에게 기대한 모습이 달랐을 뿐이다. 백종원의 본질은 선생님도 연예인도 아니다. 그는 철저한 사업가다.

 

그가 요리를 가르치고, 장사를 도와주고, 골목을 살리는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그 모든 장면은 결국 하나의 결과로 이어졌다. 백종원이 쌓은 것은 단순한 호감이 아니라 ‘더본코리아’라는 거대한 브랜드였다. 가게 하나를 살리든, 프로그램 하나를 성공시키든, 그 모든 행위는 그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수익성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사람들은 그 과정을 보고 ‘착한 선생님’을 기대했지만, 백종원이 바라본 것은 언제나 숫자였고, 시장이었고, 비즈니스였다. 그리고 그는 이 비즈니스 세계에서 놀랍도록 능숙했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선생님이나 연예인이 아닌 철저한 사업가였고, 방송 출연과 지역축제 자문 모두 회사의 이익을 위한 전략이었다. 지난 3월 더본코리아 주주총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백종원 대표. 사진=박정훈 기자

 

방송사를 여러 차례 옮겨다닌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때 업계에서는 백종원이 한 방송사에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프로그램이 대성공을 거두자 상표권을 본인이 갖기를 원했다는 것. 이는 단순히 출연료나 편성권을 둘러싼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 자체의 지분을 요구한 것과 다름없다. 방송사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였고, 이로 인해 백종원과의 관계에도 균열이 생겼다고 한다.

 

그러나 이 역시 비난할 일은 아니다. 사업가라면 당연히 자신의 이름이 걸린 성공한 브랜드에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협상에 따라 얼마든지 가져올 수도 있다. 백종원에게 방송은 그저 인기몰이의 수단이 아니었다. 브랜드 확장 전략의 일부였고, 결국은 모든 가치를 자기 손안에 쥐려는 당연한 시도였다. 그가 요구한 것은 과한 것도, 부도덕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그가 착한 선생님처럼 남기를 바랐던 대중의 기대와는 방향이 달랐을 뿐이다.

 

백종원의 사업 감각은 방송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최근 몇 년 동안 그는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지역 축제 컨설팅 사업에도 적극 뛰어들었다. 표면적으로는 지역 경제를 살리고, 축제에서 발생하는 바가지 상술을 막아 ‘공정한 장터’를 만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때로는 기존 업자들과 충돌했고, 지자체 행정과 정면으로 부딪히기도 했다. 대중은 그런 모습을 마치 혁명가처럼 바라봤다. 부당한 구조를 깨고 새로운 기준을 세우려는 정의로운 인물처럼 추앙했다.

 

하지만 조금만 냉정히 보면, 이 역시 철저하게 계산된 비즈니스다. 축제의 질을 개선하고 바가지 상술을 막는 과정에서 백종원은 결국 더본코리아 브랜드의 신뢰성을 강화했다. ‘백종원이 관리한 축제는 다르다’는 인식을 만들어내면서, 그의 회사가 추구하는 지역 사업 확장의 발판을 다진 것이다. 나아가 향후 지역 상권 진출, 홍보 대행, 식자재 납품 등 다양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낸 셈이기도 했다. 결국 그의 행동은 지역을 위한 것도, 순수한 공공성 실현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최종적으로 이익이 돌아간 곳은 그의 회사 더본코리아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대목은 있다. 방송은 원래 일정 수준 이상의 공공성을 담보해야 한다. 상업적 요소를 뺄 수 없더라도, 기본적으로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시청자에게 ​제공해야 하며, 교육적 기능과 공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할 방송사들이 사업가를 ‘국민 멘토’로 포장하고, ‘공공재’처럼 추앙하도록 부추긴 것은 과연 정당했는가. 방송사들은 분명히 알았을 것이다. 백종원이 철저한 사업가라는 사실을. 그런데도 그를 자선가처럼 내세우고, 그 이미지로 시청률과 광고 수익을 올리는 데만 몰두했다. 이는 대중을 기만한 것인 동시에 방송 스스로 공공적 가치를 훼손한 행위다. 아무리 공중파 방송의 위상이 예전만 못해도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 있는 법이다.

 

백종원 개인이 자기 이익을 추구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공공성을 가장한 방송과 지자체, 그리고 그를 둘러싼 시스템이 그것을 방조하고, 때로는 적극적으로 이용했다는 데 있다. 대중은 그 결과로 만들어진 허상을 믿었고, 이제 그 허상이 깨진 자리에는 냉혹한 현실만이 남았다. 백종원에게 실망했다면, 그 실망의 절반은 방송과 시스템에도 돌려야 한다. 공공적 신뢰를 팔아 상업적 이득을 취한 대가를 이제야 치르게 됐다.

 

백종원은 선생님이 아니다. 방송인도 아니다. 지금까지 일관되게, 철저한 사업가였다. 그는 변하지 않았다. 다만 필요에 의해 영웅을 만들고 시간이 지나면 그 영웅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익숙한 연극’을 우리가 또 한 번 반복했을 뿐이다.​ 

봉성창 기자

bong@bizhankook.com

[핫클릭]

· [가장 보통의 투자] '흑백요리사' 테마주, '이븐'하게 수익낼 수 있을까
· [현장] 백종원도 어려운 '골목상권 살리기', 서울시가 나선 결과는…
· 백종원 더본코리아, 돼지고기 스테이크 상표 출원…외식사업 어디까지 뻗나
· [단독] 더본코리아 '백종원의 빽포크' 상표 출원, 한돈 판매 나선다
· '노브랜드 vs 빽보이'…저가 피자로 한 판 붙은 정용진·백종원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