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쿠팡이 일부 캠프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프레시백 배송을 테스트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배송 기사 사이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프레시백 사진이 빠르게 퍼지며 정식으로 도입되면 기존 프레시백보다 회수 작업이 수월할 것이란 이야기가 들려온다. 일각에선 쿠팡이 새로운 프레시백 도입보다 ‘헐값 프레시백 회수 노동’ 문제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찍찍이 사라질까’ 일부 캠프서 테스트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수도권 일부 캠프를 중심으로 새로운 프레시백 도입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쿠팡이 테스트 중인 프레시백은 기존 프레시백과 비슷한 크기의 압축 스티로폼 상자로 추정된다. 기존 프레시백이 윗면과 앞면, 좌우가 벨크로 테이프(찍찍이)로 고정된 것과 달리 새로운 프레시백은 뚜껑과 상자가 완전히 분리되는 모양이다. 뚜껑 상단에는 운송장이, 상자 옆면에는 쿠팡 로고와 바코드가 부착되는 형태로 설계됐다.
벨크로를 없애는 대신 측면에 잠금장치를 더해 열고 닫기 쉽게 만든 점이 눈에 띈다. 기존 프레시백은 벨크로로 고정돼 개봉하기 어렵다는 고객 불만이 많았다. 배송 기사 역시 프레시백을 회수해 정리할 때 벨크로를 모두 뜯어서 펼쳐야 하다 보니 작업과정에서 부상도 자주 발생했다.
프레시백 변경 테스트는 쿠팡 본사 패키징팀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프레시백에 냉동과 냉장 상품을 합배송할 때 드라이아이스를 넣는데, 이때 냉장 제품에 손상이 생기는 부분을 개선하려는 목적이다.
다만 테스트 중인 프레시백이 실제 도입되기는 무리라는 예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테스트에 들어간 프레시백 박스가 조금 무겁다는 반응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정식 도입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배송 기사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프레시백이 도입된다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간 프레시백의 벨크로를 뜯어 펼치는 작업이 고됐던 만큼 새로운 프레시백에 거는 기대감도 크다. 한 배송 기사는 “벨크로를 뜯는 작업이 정말 힘들다. 요즘은 날씨가 따뜻해져 좀 낫지만 겨울철에는 더 안 뜯긴다”며 “현재 테스트 중인 프레시백처럼 뚜껑과 상자가 분리되는 형태면 회수 작업이 훨씬 수월할 것 같다”고 전했다.

#기사들 “프레시백 회수 수수료도 집하와 동일하게”
일부 기사들은 쿠팡이 프레시백 회수 수수료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프레시백을 교체라는 꼼수를 부린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 배송 기사는 “프레시백의 벨크로를 뜯는 것이 노동 강도가 세다고 기사들이 불만을 토로해왔다. 이제 벨크로가 없는 형태의 프레시백을 만들고 ‘노동 강도가 낮아졌으니 수수료를 올리지 않겠다’고 꼼수를 부리려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현재 쿠팡의 배송 기사(퀵플렉스)는 프레시백 회수 시 건당 100~200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상품 배송 건으로 방문한 가구에서 프레시백을 회수(연계)할 경우는 100원, 프레시백 회수만을 위해 방문(단독)할 경우는 200원이다.
쿠팡의 퀵플렉스 노동자들은 프레시백의 회수 수수료가 노동력 대비 터무니없이 적다며 불만이 컸다. 퀵플렉스로 근무 중인 A 씨는 “프레시백을 회수하면 벨크로를 뜯어 펼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프레시백에 운송장이 그대로 붙어있고, 안에는 아이스팩과 보냉재도 들어 있다. 캠프로 돌아와 프레시백을 반납하고 아이스팩, 운송장, 보냉재를 각각 분리수거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프레시백 한 개당 아이스팩이 두세 개씩 들어 있는데 이걸 계속 들고 다니면 너무 무겁다. 그래서 대부분 회수 후 기사들이 직접 아이스팩을 뜯어 안에 있는 물과 얼음을 버린다. 이런 걸 다 하고서 겨우 100원을 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적은 수수료 때문에 기사들 사이에서는 프레시백 회수 작업이 기피 업무로 꼽힌다. 프레시백 회수가 제대로 안 된다는 고객 불만도 늘었다. 그럼에도 쿠팡은 프레시백 회수 수수료를 조정하지 않았다. 지금도 프레시백 수수료 체계를 변경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쿠팡은 프레시백 회수율을 높이기 위해 대리점을 더 압박하는 분위기다. 쿠팡은 올 초 대리점 평가제인 SLA 제도(서비스수준평가제)를 신설했다. 배송 미수행률, 반품 미수행률, 고객 컴플레인, 고객만족지표 등 네 가지 평가 지표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평가 결과는 내년 재계약 시점에 적용한다. 평가 결과가 저조한 대리점은 재계약이 어려워진다.
배송 기사 B 씨는 “SLA 총 100점 중 50점이 프레시백 회수 성과다. 프레시백 회수율이 떨어질 경우 대리점 재계약이 어려워지는 것”이라며 “결국 대리점은 기사들을 압박할 수밖에 없다. 기사 위탁 계약서에 ‘프레시백 수행률이 낮으면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넣은 대리점이 생겼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B 씨는 “대리점에서 ‘프레시백 수행률(연계 90% 이상, 단독 70% 이상)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재계약이 힘들다. 배송이 끝난 후라도 프레시백을 회수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기사들이 야간에 3회전 근무(담당구역을 3번 왕복해 배송하는 것)가 끝난 뒤 프레시백을 수거하러 4회전 근무를 하기도 한다”며 “쿠팡은 매년 배송 단가를 낮추고, 기사들의 근무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사들은 프레시백 수거에 적정한 수수료를 부과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한 배송 기사는 “프레시백 회수에 적정 수수료가 지급되면 전담팀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비용을 제대로 주지 않아 회수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프레시백도 집하이기 때문에 정당한 집하 수수료를 매겨달라는 것이 기사들의 요구다. 반품 수수료(반품 상품을 집하할 때 받는 수수료)는 집하 수수료와 동일한데, 왜 프레시백 회수만 100원, 200원의 비용을 주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배송 기사들이 받는 집하 수수료는 보통 건당 700원 정도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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