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이양구 동성제약 회장(63)이 보유 지분 전량을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양구 회장은 동성제약 최대주주다. 이번 지분 거래가 완료되면 브랜드리팩터링이 동성제약 최대주주가 되는 동시에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 동성제약은 이양구 회장의 조카 나원균 동성제약 대표(39)가 경영을 이끌고 있다. 이 회장은 나원균 대표와 상의 없이 단독으로 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원균 대표는 돌연 경영권을 상실할 위기에 놓인 셈이다. 동성제약은 1957년 설립된 중견 제약회사로 배탈 치료제 ‘정로환’과 염색약 ‘세븐에이트’로 잘 알려져 있다.

#이양구 회장 갑작스런 지분 매각 앞과 뒤
동성제약은 지난해 10월 나원균 부사장을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기존 대표이사 이양구 회장은 미등기 임원으로 전환됐다. 나원균 대표는 이양구 회장의 조카다. 제약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나 대표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동성제약도 당시 “이양구 회장은 이사직을 사임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남은 기간 PDT(광역학치료) 사업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그런데 이양구 회장이 지난 21일 돌연 동성제약 지분 14.12% 전량을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4월 21~22일 이틀에 걸쳐 동성제약 지분 10.80%를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했다. 나머지 3.32%는 임시주주총회 완료 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동성제약은 “주식 계약 체결일(4월 21일) 이후 50일 이내에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임시주주총회에서 정관변경 및 이사와 감사 선임 안건을 제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동성제약은 오는 6월 10일 전까지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새로운 경영진 선임 안건을 다루게 된다.
이양구 회장은 동성제약 지분을 주당 3256원, 총 120억 원에 매각했다. 지분이 거래된 21일 동성제약의 주가는 3720~3905원이었다. 전거래일인 4월 18일에는 최대 4325원까지 올랐다. 이 회장이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동성제약 지분을 매각한 것이다.
지분 거래가 완료되면 동성제약 주주는 △브랜드리팩터링 14.12% △나원균 대표 4.09% △이경희 씨(66) 1.55% △이용훈 씨(34) 1.26%가 된다. 이경희 씨는 이양구 회장의 누나이자 나원균 대표의 모친이다. 이용훈 씨는 이양구 회장의 장남이다. 나원균 대표 일가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브랜드리팩터링에 못 미친다. 동성제약의 경영권이 브랜드리팩터링에 넘어간 셈이다.
동성제약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이양구 회장이 동성제약이나 나원균 대표와 상의 없이 단독으로 지분을 매각했다는 것. 제약업계에서는 이양구 회장과 나원균 대표가 갈등을 빚다가 해결되지 않자 이 회장이 보유 지분을 매각해 경영권까지 외부에 넘겼다고 해석한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지분 매각과 관련해 “아직은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임시주주총회가 어떻게 될지에 따라서 입장이 정해질 것 같다”고 밝혔다.
브랜드리팩터링은 디지털 마케팅 전문 기업으로 동성제약과는 사업적 연관을 찾기 어렵다. 백서현 브랜드리팩터링 대표는 바이오 업체 셀레스트라(옛 클리노믹스) 대표를 겸하고 있다. 따라서 동성제약과 셀레스트라의 시너지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브랜드리팩터링과 셀레스트라 모두 동성제약과는 그간 이렇다 할 사업적 인연이 없었다. 브랜드리팩터링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어서 따로 말씀드릴 게 없다”고 전했다.

#마지막 변수 딥랩코리아의 알 수 없는 정체
나원균 대표는 대표 취임 6개월 만에 경영권을 상실할 위기에 놓였다. 변수는 있다. 동성제약은 24일 딥랩코리아라는 회사를 대상으로 70억 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이 교환사채는 동성제약 자사주 7.13%와 교환이 가능하다. 딥랩코리아는 오는 5월 26일부터 교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딥랩코리아와 이경희 씨가 나원균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다면 나 대표 측 우호 지분은 12.77%로 늘어난다. 브랜드리팩터링과 지분 경쟁이 가능한 수준이다.
딥랩코리아는 2023년 11월 설립됐으며 전 아무개 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전 씨는 딥랩코리아 지분 10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동성제약 내부에서는 딥랩코리아가 나원균 대표의 우군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앞으로의 경영권을 생각해 교환사채를 발행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딥랩코리아에 대해 알려진 내용은 많지 않다. 딥랩코리아는 최근 동성제약 외에도 80억 원 규모의 옵티코어 전환사채를 인수했다. 옵티코어가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딥랩코리아의 자산총액은 2023년 말 기준 2억 8300만 원에 불과했다. 2023년에는 매출도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사업 초창기여서 매출이 없었을 수는 있다. 어쨌든 기업 규모가 크지 않음에도 사채 인수를 위해 수십억 원 규모 현금을 조달한 점이 눈길을 끈다.
딥랩코리아는 홈페이지나 SNS(소셜미디어)조차 확인되지 않는다. 구체적으로 하는 사업은커녕 본사 위치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딥랩코리아의 사업목적은 △화장품 판매업 △건강기능식품 판매업 △일반식품 전문 유통업 등이다. 본사 주소는 서울특별시 마포구에 위치한 한 건물 2~3층으로 기재돼 있다.
비즈한국은 4월 28일 법인등기부에 기재된 딥랩코리아 본사 주소지를 방문했다. 주소지에는 광고대행사가 입주해 있었는데, 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딥랩코리아와 무관한 회사”라고 설명했다. 건물 경비원도 “딥랩코리아라는 회사 사무실은 이 건물에 없다”고 말했다.
딥랩코리아가 건물주와 협의해 이 건물에 주소만 올려뒀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딥랩코리아가 어디서 어떤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본사 위치도, 사업 내용도 불분명한 회사가 수십억 원을 조달해 동성제약 교환사채를 인수한 것이다. 동성제약 교환사채 발행을 두고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박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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