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SK텔레콤이 해킹으로 고객의 유심(USIM·가입자 식별 모듈) 관련 일부 정보가 유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SK텔레콤은 28일부터 전체 가입자 대상으로 무료로 유심 교체에 나섰다. 그러나 대리점에서는 유심물량 부족해 오픈런에도 허탕 치는 가입자들이 늘어나고, 홈페이지에서도 대기자수가 폭증해 접속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심지어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집단행동에 나서려는 움직임마저 일고 있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고객 대상 유심 무상 교체, 유심보호서비스 가입 후 피해 발생시 100% 보장을 약속했지만, 계속해서 금융사고와 대포폰 개설 우려 등이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불안감은 SK텔레콤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날 3.98% 내린 5만 5500원으로 시작한 SK텔레콤 주가는 하락 폭을 늘려가며 7% 이상 떨어졌다. 전체 이용자(2500만 명)의 유심을 교체해 주기로 하면서 재무적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와 함께 초기 대응이 소비자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면서 다른 이동통신사로 변경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김아람 연구원은 “전 고객이 유심을 교체한다고 가정했을 때 재무적 부담은 1700억 원 수준으로 주가 핵심 요소인 주주환원 삭감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제1통신사로서 신뢰성 확보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SK텔레콤의 올해 연결 매출은 17조 8000억 원, 영업이익은 2조 원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태로 인한 대응 비용을 1700억 원으로 가정한다고 하면 매출 대비 부담은 거의 영향이 없다고 볼 수 있지만,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8~9% 줄어드는 셈이어서 그저 무시하기에는 어려운 수준이다.
특히 SK텔레콤은 시장 최고 수준의 주주환원을 보여줬기 때문에 수익이 줄어들면 배당에도 간접적인 압박이 올 수밖에 없다. 비용 때문에 배당을 줄일 가능성이 낮다고 하더라도 투자자들에게 꾸준한 배당 수익을 제공해왔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민감하게 여길 수밖에 없고, 당분간 주가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많은 가입자들이 겪고 있는 불편이 심각하고, 신뢰 회복과 피해 대응이 우선이라는 점에서 당분간 투자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의 올해 1분기 실적은 양호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희망퇴직에 따른 인건비 절감 효과와 5G 기반의 안정적인 무선 매출, AI 사업 등으로 인해 1분기는 물론, 올해도 이익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5G와 AI에서 꾸준히 사업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SK텔레콤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긍정적이지만, 현재로서는 가입자 이탈과 피해보상 문제 등 추가 리스크 요소를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도 이번 사태와 유사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사이버 보안 투자가 시대 흐름으로 전개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해 말 미국 정부는 중국의 해커 그룹 ‘솔트 타이푼(Salt Typhoon)’의 공격으로 미국 9개 통신사 네트워크망이 해킹당한 사실을 확인했다. 솔트 타이푼은 트럼프 대통령, 밴스 부통령 등 미국 정계 인사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해킹 공작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미 의회는 초당적 합의로 사이버 보안 강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정부는 물론 민간 기업에 대해서도 사이버 보안 투자를 대폭 확대하도록 한다.
결국 미국 정부의 지출 확대, 사이버 보안 기업들의 기업공개(IPO), 빅테크 기업들의 인수합병(M&A), 각국의 사이버 보안 지출 증가 등으로 이와 관련한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의 해킹 사태로 유심 관련주와 사이버 보안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이날 유심을 공급하는 유비벨록스와 엑스큐어는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한솔인티큐브, 코나아이, 샌즈랩, 케이사인, 드림시큐리티 등도 올랐다. 다만, 보안 관련주가 단기 모멘텀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적 개선으로까지 이어질지 여부는 확인이 필요하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핫클릭]
·
[가장 보통의 투자] 최상목도 샀다는 30년 만기 미국채, 지금 사야할까
·
[가장 보통의 투자] 기술 특례상장은 성공 보증수표가 아니다
·
[가장 보통의 투자] 탄핵 인용 압도하는 관세 폭탄 악재, 얼마나 지속될까
·
[가장 보통의 투자] 과연 공매도 재개가 주가 폭락을 불렀을까
·
[가장 보통의 투자] 상법 개정안에 떨지 않는 '가치주'가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