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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특수 뜨거웠던 밀키트 시장, 4년 만에 이럴 수가…

무인 전문점 줄고 매출액 감소, 제조공장은 폐업도 어려울 지경…불경기에 가성비 찾는 소비자들 외면

2025.04.28(Mon) 15:47:50

[비즈한국] 팬데믹 시기 급성장했던 밀키트 시장이 급격히 축소되는 분위기다. 창업 붐이 일며 우후죽순 생겼던 무인 밀키트 판매점들은 몇 년 사이 덩치가 크게 줄었다. 매출 부진이 이어지며 밀키트 제조 공장은 운영도 폐업도 쉽지 않은 상황에 놓였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밀키트 제품. 소비기한이 임박해 할인 판매 중이다. 사진=박해나 기자

 

#가격 경쟁력 잃은 밀키트, 마트엔 폐기 직전 재고 쌓여

 

24일 낮 시간대 찾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밀키트(반조리 식품) 코너에는 할인 상품이 가득했다. 판매가 되지 않아 소비기한이 임박한 폐기 직전의 상품이다. 소비기한이 하루 남은 제품은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 중이고, 이틀이 남은 제품은 2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할인율은 높았지만 밀키트를 구매하는 고객은 많지 않았다. 밀키트 코너를 둘러보던 중년의 부부는 할인 상품을 몇 번 집었다 내려놓기를 반복하다 결국 구매하지 않고 떠났다.

 

2021년 창업 시장에서 가장 인기를 끈 아이템은 밀키트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 대신 집밥 수요가 늘었고,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준비할 수 있는 밀키트를 찾는 소비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특히 무인 밀키트 전문점은 소자본에 1인 창업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창업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시장도 빠르게 성장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17년 100억 원에서 2021년 3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2025년에는 시장 규모가 7253억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2022년 들어 외식 수요가 늘어나자 밀키트 전문점을 찾는 고객 수는 눈에 띄게 줄었다. 유행처럼 번지던 밀키트 전문점의 창업 속도에 힘이 빠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그렇지만 업계에서는 밀키트 시장의 성장 속도가 다소 느려질 수는 있어도, 꺾이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많은 소비자가 밀키트의 편의성에 익숙해졌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2021년 열린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에서 예비 창업자들이 밀키트 창업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변수는 불경기였다. 경기불황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는 가성비 상품을 찾게 됐고, 밀키트의 가격대가 합리적이지 않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밀키트의 가장 큰 문제는 가격 경쟁력이 낮다는 점이다. 밀키트는 채소나 식자재를 소분해 포장하고 유통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다”며 “물류비, 제조비 등으로 보면 식당보다 결코 싸지 않다.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사람들이 밀키트를 찾지 않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대형마트의 밀키트 제품도 판매가 부진할 수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마트를 찾는 고객층은 저렴한 가격에 식재료를 구입하려는 사람들이다. 그런 소비자가 가격대가 높은 밀키트를 구매하겠나”라며 “밀키트 시장이 커지던 초반에는 기업들이 투자 개념으로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공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점차 상품 가격대가 올라가면서 소비자들이 밀키트를 찾지 않게 됐다. 불경기가 길어질수록 점점 냉동상품이나 저렴한 마트 델리(즉석조리식품) 등에 대한 소비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무인 밀키트 전문점 크게 줄어, 밀키트 제조 공장도 한숨

 

무인 밀키트 전문점의 규모도 크게 줄었다. 무인 밀키트 판매점 프랜차이즈인 A 브랜드는 2022년 140개가 넘었던 점포 수가 현재 60개로 줄었다. B 브랜드도 2022년 464개까지 가맹점포를 확대했지만 2023년 363개로 축소됐고, 현재는 가맹점 수가 264개다. 3년 새 가맹점 수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C 밀키트 전문점도 2021년 44개였던 가맹점이 다음 해 28개로 줄었고, 현재 남은 가맹점은 7개뿐이다.

 

판매점 수가 크게 줄었는데도 점포당 평균 매출액은 오히려 감소했다. B 브랜드는 2021년 가맹점당 평균 매출액이 2억 348만 원으로 집계됐지만 2023년에는 1억 3150만 원으로 축소됐다. A 브랜드도 2023년 가맹점 평균 매출액이 1억 3219만 원으로 2021년(2억 5638만 원)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상당수 브랜드는 몇 년 새 가맹사업을 아예 철수했다. 일부 무인 판매점은 밀키트 판매량은 크게 줄이고, 아이스크림이나 냉동식품 등의 판매 비중을 높이며 겨우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밀키트만 구매하려 매장을 찾는 수요가 얼마나 되겠나. 그 과정 자체를 번거롭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밀키트를 구매해 집에 가서 조리를 하고, 쓰레기도 처리해야 한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밖에서 한 끼를 간단히 해결하는 게 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불경기로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밀키트 소비도 줄어들었다. 사진=최준필 기자

 

밀키트 공장들도 줄폐업 위기에 놓였다. 밀키트 열풍이 불며 2021년 산업단지에 입주했던 제조 공장들이 하나둘 공장 운영을 포기하고 있는데, 뒤이어 들어올 업체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수도권 산업단지에 위치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3~4년 전쯤 밀키트 제조업, 육가공 업체를 하겠다며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 식품업을 하기 위해서는 일반공장에 관련 설비를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직접 비용을 투자해 공사하고 들어간 업체들이 상당수”라며 “그때 들어간 업체들이 ​지금 ​모두 공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새로 입주하려는 식품업체가 없는 상황이라 공장을 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업종(밀키트)을 하겠다는 업체가 있으면 그대로 공장을 넘겨주면 된다. 그게 아니면 돈을 들여 식품 설비를 철거하고 공장을 원상복구해야 한다”며 “원상복구에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식품업체에 공장을 넘기려고 기다리는 거다. 하지만 밀키트 시장이 완전 침체하다 보니 문의도 거의 없어 다들 속을 끓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소 관계자도 “몇 년 전에는 하루에도 몇십 개씩 식품공장 임대 문의가 왔다. 하지만 지금은 조용하다”며 “식품업종의 유행이 빠르게 바뀐다. 밀키트 유행은 완전히 식었고, 요즘은 베이커리 공장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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