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6월 3일 조기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후보자들은 부동산 정책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공급 확대’, ‘규제 완화’, ‘세금 정상화’, ‘청년·고령층 지원’ 같은 문구가 경쟁적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시장과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이번에도 결국 말뿐일 것이다”라는 냉소가 지배적이다.
왜 부동산 공약은 반복될수록 믿음을 잃어가는 것일까? 이번 대선 후보들의 지금까지 언급되었던 주요 부동산 공약들을 정리하고, 과거 공약 실패 사례를 비교해보며, 실질적인 대안까지 함께 생각해 보자.

과거 부동산 공약 실패 사례부터 확인해 보자.
문재인 정부(2017-2022)는 부동산 정책을 국정 핵심과제로 삼았다. 후보 시절 “집값을 잡겠다”고 약속했으며, 취임 후에도 8·2 대책, 9·13 대책, 12·16 대책 등 강력한 수요 억제 정책을 연달아 내놓았다. 그러나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임기 동안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공급 부족과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오히려 시장 왜곡을 심화시킨 것이다.
박근혜 정부(2013-2017)는 ‘부동산 정상화’를 공약했지만, 경기 침체 우려에 발목이 잡혔다. 초기에는 규제 완화를 통해 거래 활성화를 유도했으나, 정작 수요 회복에만 집중하고 전월세 시장 관리에는 실패해 ‘전세대란’을 초래했다.
이명박 정부(2008-2013)는 ‘반값 아파트’를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재정악화, 부지 확보 실패, 실수요자 외면 등으로 현실화하지 못했다. 공급 공약이 선언적 구호에 그친 대표 사례다.
노무현 정부(2003-2008) 역시 ‘부동산 투기 근절’을 천명했지만, 서울 강남권 아파트 가격 급등을 막지 못했다. 종합부동산세 신설 등 조세 정책은 강화했지만, 시장 수요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실질적인 집값 안정에는 실패했다.
결국 역대 정부의 부동산 공약은 ‘강한 의지’를 천명했으나, 실제로는 공급 부족, 정책 혼선, 시장의 반발, 사회구조 변화 미반영이라는 벽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됐다.
과거 부동산 공약이 실천되지 않은 이유들을 정리해 보자.
첫째, 공급 목표의 과장과 실행력 부족이다.
역대 정부들은 ‘100만 호’, ‘150만 호’, ‘250만 호’ 등 대규모 주택 공급을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토지 확보, 재원 조달, 사업성 부족 등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예를 들어, 노무현 정부의 100만 호, 이명박 정부의 150만 호,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 20만 호 등 대규모 임대주택 공약이 있었으나, 엄청난 비용 부담과 LH공사 등 공공기관의 재정 악화로 인해 공약이 100% 이행된 경우는 드물었다.
둘째, ‘반값 아파트’ 등 선심성 공약의 실현 불가다.
이명박 정부는 서울 등 집값이 비싼 지역에 ‘반값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토지 보상가 상승, 건축비 인상, 자금난 등으로 인해 시세의 70~80% 수준으로 분양가가 상향 조정됐다. 시범지구(강남 세곡, 서초 우면) 외에는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고, 대규모 공급이 오히려 전셋값 급등과 주택시장 침체를 불러왔다.
셋째, 공공임대주택·기본주택 등 실현성 논란이다.
최근 대선에서 제시된 ‘기본주택 100만 가구’ 등 공공임대 확대 공약도 부지 확보, 재원 조달, 사업성 등의 구체적 실행 방안이 부족해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예를 들어, 3기 신도시 전체 공급 물량이 35만 가구임을 감안하면, 수도권에서 100만 가구 택지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넷째, 시장과의 괴리, 규제 일변도의 부작용이다.
문재인 정부는 29차례에 걸친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 안정에 실패했다. 정부가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임대차보호법 등 규제를 강화하면서 오히려 공급 위축, 전셋값 폭등, 거래 절벽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다섯째, 구체적 실행방안·재원 대책 미흡이다.
공공임대주택 품질 개선, 민간임대 유인책 등도 세부 실행 방안이나 재정 계획이 부족해 비판을 받았다. 예를 들어, 세금 감면 혜택을 약속하면서도 구체적인 감면 방식이 빠진 경우가 많았다.
결국 대규모 공급 약속의 현실적 한계, 선심성 공약의 실현 불가, 구체적 실행방안·재원대책의 부재, 시장과 괴리된 규제 일변도의 정책 실패, 공공임대주택 등 장기적 재정 부담과 실행력 부족 등의 반복적 실패는 유권자들의 정책 불신으로 이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신뢰 받는 부동산 정책을 위해 이번 대선에서는 이런 공약들이 나오길 기대한다.
첫째, 공급 확대의 ‘실현 가능성’ 확보다. 공급 목표를 현실적으로 제시하고, 토지확보·인허가·재원조달 등 구체적 실행계획을 공개해야 한다. 도심 고밀 개발, 용적률 상향 등은 지역사회와의 소통·합의, 인프라 확충과 병행돼야 한다.
둘째, 규제와 시장 기능의 균형이다. 투기 억제와 실수요자 보호, 시장의 자율적 공급 기능을 조화롭게 설계해야 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임대차2법, 분양가상한제, 토지거래허가제도로 주택규제 등 규제만을 위한 제도는 폐지하고 영원히 부활할 수 없도록 강력하게 못을 박아야 한다.
셋째, 중장기적 ‘백년대계’로 접근해야 한다. 단기 성과에 집착하는 선거용 정책이 아니라, 공공임대주택 비율 확대(최소 20% 목표), 주택보험제 도입 등 장기 로드맵이 필요하다.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정책 설계와 법제화가 중요하다.
부동산 정책은 단기간에 해결될 수 없는 복합적 과제다.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공급 확대’, ‘규제 완화’의 구호만으로는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실현 가능한 목표, 구체적 실행계획, 장기적 관점, 시장과의 소통, 정책의 일관성 확보야말로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이 반드시 제시해야 할 진짜 부동산 공약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한국갤럽조사연구소 부동산조사본부 팀장을 역임했다. 네이버 블로그 ‘빠숑의 세상 답사기’와 유튜브 ‘스튜TV’를 운영·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경기도 부동산의 힘(2024)’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2023)’ ‘인천 부동산의 미래(2022)’ ‘김학렬의 부동산 투자 절대원칙(2022)’ ‘대한민국 부동산 미래지도(2021)’ ‘이제부터는 오를 곳만 오른다(2020)’ ‘대한민국 부동산 사용설명서(2020)’ 등이 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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