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탈출이 이어진다.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은 2024년 8월 이후 30%대를 회복하지 못했고, 외국인 보유 금액은 2023년 말 738조 원에서 2025년 1월 666억 조원까지 줄었다. 위기감을 느낀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105개 저평가 우량주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도입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 중 매주 한 가지를 선정해 경영 현황과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분석하고, ‘국장의 추락’을 막을 기대주인지 알아본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종목 10위 자리를 지켜온 종목이다. 4월 25일 기준 주가는 11만 9100원, 시가총액은 21조 9893억 원이다. 메리츠금융은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메리츠증권, 메리츠캐피탈 등을 보유한 지주사다. 2011년 3월 국내 최초 보험지주사로 설립돼 사업을 확장해 왔다.
눈에 띄는 건 주가 상승세다. 최근 2~3년 차트를 보면 메리츠금융의 주가는 우상향을 그렸다. 상승세는 수익률에도 반영됐다. 1년 수익률은 53.1%, 6개월은 13.6%, 3개월은 9.0%를 기록한다. 지난 3월 6일 종가 12만 7400원을 기록한 뒤 살짝 꺾였으나 다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메리츠금융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 중에서도 주주 가치 제고에 ‘진심’인 편이다. 주주가 일정 기간 동안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익(배당소득, 주식 평가 이익)을 뜻하는 총주주수익률(TSR)이 80%에 가까운 종목이다. 가치 제고 방안을 내거나 이행하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메리츠금융은 2024년 7월 4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했다. 더불어 계획 이행 현황을 분기별 실적과 함께 발표한다고 명시했다. 공언한 대로 메리츠금융은 2024년 2~4분기에 △자사주 매입·소각 수익률 △총주주수익률(TSR) △자사주 매입 현황으로 나눠 밸류업 계획 이행 현황을 발표했다.
메리츠금융은 △본업의 성과로 수익 창출 △효율적인 자본 배치 △투명하고 적극적인 주주환원 △동등한 주주 가치라는 4가지 원칙을 기반으로 밸류업 계획을 설정했다. 기준이 되는 핵심 지표는 총주주수익률, 실행 지표는 주주환원율이며 목표는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을 주주환원에 쓰는 것으로 정했다. 구체적으로는 5개년 당기순이익 연평균 성장률 28.2%, 5개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 22.5%, 자기자본비용(COE) 8.3%, 선도적인 중기 주주환원책, 경영진 중심의 분기 IR 진행과 주주소통 강화 등을 세웠다.
중기 계획은 2023회계연도부터 2025회계연도까지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한 상태다. 내부 투자수익률과 주주환원 수익률을 비교해 연결 당기 순이익의 50%를 주주에 환원한다. 장기적으로는 2026회계연도 이후부터 수익률 수준에 따라 자본 배치를 재설정한다. 주주가치 제고를 기준으로 내부 투자와 주주 환원 중에 결정하는 식이다.

내부 투자수익률이 자사주 매입·소각 수익률 혹은 요구수익률(투자 결정 시 투자안이 받아들여지기 위해 벌어들여야 하는 최소한의 수익률)보다 높을 경우 내부 투자를 우선으로 한다. 이때 주주환원 규모는 줄어들지만 가치 제고에는 효과적이다. 반대로 내부 투자 수익률이 자사주 매입·소각 수익률이나 요구수익률보다 낮으면 주주환원을 우선한다. 만약 내부 투자 수익률과 주주환원 수익률이 비슷하다면 내부 투자를 추진한다. 미래 이익을 확보하는 것이 주주가치 제고에 더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메리츠금융은 2024년 총주주수익률 78.3%, 주주환원율 53.1%를 달성했다. 자사주 매입 규모는 1조 원, 배당 2400억 원으로 총 1조 2400억 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시행했다. 2024년 연결 당기순이익이 2조 3334억 원인데, 목표한 대로 절반이 넘는 금액을 주주환원에 사용한 셈이다. 자사주 매입·소각도 지속적으로 시행 중이다. 지난 4월 14일에는 자사주 461만 4700주를 소각했다. 금액으로는 약 5000억 원에 달한다.
총주주수익률은 2023년 43.9%에서 1년 사이 34% 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배당수익률은 5.5%에서 2.3%로 줄었지만,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주식수익률이 38.4%에서 76.0%로 늘어난 덕이다. 2023년 말과 2024년 말 주가를 비교해 보면 5만 9100원에서 10만 4000원으로 2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메리츠화재를 필두로 당기순이익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향후 주주환원 수준이 기대되는 이유다. 메리츠금융의 당기순이익은 2조 3334억 원으로, 전년(2조 1254억 원) 대비 9.8% 늘었다. 주요 계열사인 메리츠화재가 당기순이익 1조 7105억 원으로 2조 원에 가까운 실적을 내면서다. 메리츠증권은 6301억 원(캐피탈 배당금 1088억 원 포함), 메리츠캐피탈은 1171억 원을 기록했다.
이렇다 보니 증권가에서는 메리츠금융을 ‘밸류업 모범생’ 혹은 ‘피난처’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다만 이미 주가가 많이 오른 만큼, 추가 상승을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으로 주가 상승세가 이어졌으며 당분간 자사주 중심의 주주환원을 유지할 것”이라면서도 “주가 수준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이익 체력이 개선됐음을 증명해야 한다. 메리츠화재는 안정적인 실적을 예상하지만 메리츠증권의 수익성 향상 여부는 불확실하다”라고 짚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
[밸류업 기대주 분석] "2027년까지 달린다" 신한지주, 주주환원 목표 달성할까
·
[밸류업 기대주 분석] 현대모비스, 미국발 관세 충격에도 '박스권' 지킨 이유
·
[밸류업 기대주 분석] '역대급 실적' KB금융, 주주환원에 아쉬움…하반기 기대
·
[밸류업 기대주 분석] 국제정세 불안할수록 인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아쉬운 점
·
[밸류업 기대주 분석] '형님' 시총 넘었던 기아, 다시 뛰어오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