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임상 3상에서 돌연 자진 중단" 제약업계에 요즘 무슨 일이…

상업성 고려해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선회…전반적 투자 심리 위축도 한 몫

2025.04.24(Thu) 17:13:48

[비즈한국]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임상시험을 ‘자진 중단’하거나 임상시험계획을 ‘자진 취하’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LG화학은 통풍치료제 티굴릭소스타트의 다국가 임상 3상을 자진 중단한다고 밝혔다. 후기 단계인 3상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 등으로 임상이 중단되는 경우는 있어도 ‘자진 중단’은 이례적인 만큼 회사의 결정은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다만 최근 6개월 사이 주요 임상의 ‘자진 중단’ 혹은 임상시험계획의 ‘자진 취하’ 사례를 살펴보면 이 같은 결정은 낮은 임상 성공률 우려 등 단순한 원인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임상시험을 ‘자진 중단’하거나 임상시험계획을 ‘자진 취하’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임상 ‘자진 중단’, 한 달에 한 번꼴로 발생

 

지난달 27일 LG화학은 ‘투자판단 관련 주요경영사항’을 통해 통풍치료제 ‘티굴릭소스타트’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자진 중단한다고 알렸다. 티굴릭소스타트는 1일 1회 경구복용 통풍치료제로, 통풍의 주요 원인인 요산을 생성하는 효소 ‘잔틴 옥시다제’의 발현을 억제하는 작용기전을 가졌다. 회사의 신약 파이프라인 중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르고, 글로벌 임상 3상에서 유효성을 입증한 첫 통풍치료제인 만큼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하지만 LG화학 측은 “임상 결과 티굴릭소스타트의 안전성 및 위약 대비 우월성을 확인했으나, 상업화 가치를 고려한 전략적 자원 재배분 결정에 따라 임상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LG화학 측은 ‘항암 파이프라인’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체 파이프라인 21개 가운데 절반가량인 10개가 ‘항암 파이프라인’이다. 전임상 2개, 임상 1상 6개, 임상 3상 2개이다. 이러한 선택은 회사가 지난해 4분기 252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5년 만에 영업실적이 적자로 돌아선 것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신학철 부회장은 같은 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모든 비용을 원점에서 면밀히 분석 후 내부 효율성을 개선하고, 효율적인 투자를 위한 우선순위 조정과 최적의 자원 투입으로 재무 건전성을 지속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6개월 사이 주요 임상의 ‘자진 중단’ 혹은 임상시험계획의 ‘자진 취하’ 사례를 살펴보면 총 7건으로, 한 달에 한 번꼴로 발생했다. 지난해 지씨셀, 큐라클 등이, 올해 들어서는 한국유나이티드제약, 지놈앤컴퍼니, LG화학, 에이프로젠, 펩트론 등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임상 진행 중 자진으로 중단하는 것을 두고 임상 실패 우려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최근 사례를 보면 원인은 시장 환경, 전략 수정, 경제성, 규제기관 정책 변화 등 다양한 것으로 나타난다. 시장 환경과 전략 수정 등에 따른 자진 중단이 가장 많았다. 

 

#‘시장 변화 대응’ 사례 가장 많아

 

지씨셀과 지놈앤컴퍼니는 ‘시장 환경’이 이유였다. 지씨셀은 지난해 11월 유방암, 위암 등 고형암에 쓰이는 세포치료제 ‘AB-201’의 호주 임상 1상을 자진 취하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임상 1상을 기획하던 2022~2023년과 달리 치료 환경이 변화해 피험자 등록이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피험자 등록 가속화를 위해 국내 임상에 선택과 집중을 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경쟁 제품인 ‘엔허투’의 성장이 피험자 모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놈앤컴퍼니는 지난달 마이크로바이옴 면역항암 치료제 ‘GEN-001’의 담도암 환자 대상 국내 2상을 조기 종료했다. 키트루다와 화학 항암제의 병용요법이 담도암 1차 치료요법으로 승인받는 등 시장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신약개발 환경 변화에 따른 연구개발 타당성 및 투자 대비 사업성 검토 결과, 신약 개발 전략을 수정함에 따라 임상시험 조기 종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략 수정’ 사례도 적지 않다. 큐라클은 지난해 12월 혈관내피기능장애 차단제로 개발 중인 ‘CU06’의 적응증 확장 파이프라인인 ‘CU104’의 임상 2상 시험계획승인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이미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한 ‘CU06’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전략적이라는 판단에서다. LG화학도 지난달 같은 이유로 통풍치료제 ‘티굴릭소스타트’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자진 중단했다. 회사는 미국 시장조사 결과 통풍치료제 개발을 중단하고 항암 파이프라인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투자 심리 위축’ 영향받았나

 

이밖에 ‘경제성’, ‘규제기관 정책 변화’ 등도 사유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지난 1월 기능성소화불량증 치료제 ‘UI028’의 임상 3상 자진 중단 결정을 내렸다. 목표 약가 획득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공시에서 “경제적 타당성 검토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규제기관과 협의했으나 당사가 목표하는 약가 획득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UI028의 개발 지속이 당사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임상 3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규제기관의 정책 변화에 따라 수혜를 입은 경우도 있다.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AP063’을 개발 중인 에이프로젠은 유럽의약품청(EMA)이 임상 3상 데이터 없이 바이오시밀러의 품목허가를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내용의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 임상 3상을 자진 중단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자진 중단 결정에 따라 당사는 AP063 임상 3상 개발비가 절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MA와 사전 협의 과정에서 면역원성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소규모 추가 임상 1상 시험 결과 등의 데이터 보완을 요구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투자 심리 위축’을 기업들의 임상시험 자진 중단이 늘어난 이유로 꼽는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큰 만큼 시장에 변화가 생기면 임상 기간이 길어지기 전에 종료하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것이다. 제약사 관계자 A 씨는 “중단 시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문제가 있지만 선택과 집중이 나을 수도 있다. 임상 기간이 길어질수록 비용은 계속해서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바이오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도 바이오산업 평가 및 2025년도 전망’에서 기업들은 2024년 바이오산업 국내외 주요 이슈로 ‘바이오 투자 심리 위축’을 71.2%로 가장 많이 응답했다. 이어 생물보안법 등 미중 지정학적 갈등(28.8%), 바이오제약 기업 상장 위축(32.2%) 순이었다. 바이오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자금 지원’이 40.7%로 가장 높았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핫클릭]

· [미래 10년 먹거리] '키울까, 줄일까' GS리테일 신사업 고민 커지나
· [현장] 오픈소스 택한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주권 AI'에 담은 전략

· '제2의 KDDX 사업 되나…'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 공정성 논란
· 한국 찾은 '외국인 환자' 역대 최다, 만족도 낮은 까닭은?
· 2024년 의약품 임상시험 실적 살펴보니 "유전자·내분비계 각광"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