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이 성능 평가방식을 놓고 공정성 논란이 벌어졌다. 사업을 주관하는 방위사업청이 동일한 환경과 조건에서 객관적으로 차량을 비교 평가한 최고성능 확인 결과를 반영하지 않겠다고 갑자기 통보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방사청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표류 중인 KDDX 사업처럼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도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동일한 환경·조건에서 명확한 평가 기준을 가지고 실물 장비를 평가해야 공정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은 신속시범획득사업의 하나로 2026년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다목적 무인차량은 군인 대신 감시·정찰·전투·물자이송의 다양한 작전을 수행하는 플랫폼으로, 육군이 처음 전력화하는 무인체계다. 첫 양산규모는 500억 원으로 현대로템의 ‘셰르파’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아리온스멧’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9월 말부터 올해 2월까지 육군 시험평가단의 시험평가를 통해 두 장비가 모두 작전운용성능(ROC)을 충족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육군의 시험평가 외에도 방사청이 최대 성능을 직접 확인하는 과정이 이어진다.
방사청은 그동안 ‘최대 성능을 시험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제안요청서(RFP)에 어떻게 최대 성능을 확인해 평가에 반영할지를 업체에 제시하지 않았다. 방사청은 이번 사업의 선정기준을 ‘가격’보다는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 현대로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양 사는 자신들이 선정한 공인인증기관에서 발급한 무인차량 성능을 제안서와 함께 제출했다. 양 사의 성능시험은 각각 다른 환경과 조건에서 수행됐다. 방사청이 실물 평가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지만, 제안서 평가 이후 ‘실물 평가’를 통해 속도, 탑재 중량 등 6개 항목을 실제로 검증하리라고 예상했다.
그런데 방사청이 지난달 말 갑자기 제안서와 함께 제출한 업체별 자체 성능시험 성적표를 기준으로 서류와 실물 평가를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공정성 논란이 불붙은 것이다.
이 사업은 제안업체가 실물 장비를 이미 보유한 상태에서 최대 성능을 확인하고 기종 결정에 반영하는 최초의 구매사업이다. 방위사업법시행령 제27조와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 제73조에 따르면 방사청은 구매시험평가를 진행할 때 업체의 시제품이 존재한다면 ‘실물에 의한 평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최대성능에 대한 신뢰성 있는 상대비교 평가를 위해서는 동일한 시험조건(시험도로, 환경, 방법 등)으로 수행된 시험결과를 활용해 상대와 비교평가를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동일한 환경·조건에서 명확한 평가 기준으로 양사의 실물 장비를 평가해 우열을 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사청은 실물 평가를 진행하되 기존 제안서에 담긴 내용보다 성능이 안 좋게 나올 경우에만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예컨대 제안서에 차량의 성능을 최고 시속 40km라고 기재했는데 실제 측정해 최고 시속 60km가 나와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방사청은 지난 3월 두 차례 업체와 회의한 후 ‘최대 성능·기준·방법 등을 수용, 향후 민원·소송 등 어떠한 형태로든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란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의 최대 성능 확인 과정에 설사 문제가 있더라도 일체 이의 제기를 하지 말라는 데 동의해야 후속 협상이 가능하다는 의미여서 업체는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방사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제안서에 증빙할 자체 시험성능을 공인해준 인증기관도 국가공인이 아닌 사설기관으로, 업체별로 평가방식이 상이해 평가의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은 각각 시제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실물 평가가 필수적이다. 두 참가업체는 제안서만 평가하자는 업체와 최고성능을 확인해 보자는 업체로 의견이 나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방사청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사업자를 결정 못하고 있는 KDDX 사업처럼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도 지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방사청이 평가 방식과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아 촉발된 문제다. KDDX 문제처럼 어느 한쪽이 지게 되면 형평성 문제로 업체 간 다툼으로 번질 수 있다. 다행히 양 사는 KDDX와 달리 해외수출을 추진 중이라 피해를 덜 받을 수 있다. 방사청은 공정한 평가가 될 수 있도록 기준과 방법, 절차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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