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우리나라 5대 패션기업 가운데 지난해 유일하게 호실적을 낸 엘에프(LF)가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 사옥에 접한 건물을 400억 원에 매입한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LF는 엘지(LG)상사 시절이던 1996년 본사 건물을 세우며 신사동에 둥지를 튼 이후 일대 부동산을 매입하며 거점을 확대했다. 현재 신사동에 보유한 건물은 이번에 매입한 것을 포함해 여섯 채에 달한다. LF 측은 “업무 공간이 부족해 매입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업계와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LF는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 사옥에 접한 대명빌딩 건물을 400억 원에 매입했다. 이 건물은 1992년 지하 2층~지상 7층(연면적 2975㎡) 규모로 준공된 업무시설로, 현재 소프트웨어개발 업체 등이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LF 측은 10일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4일 만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건물에 금융기관 근저당권이 설정되지 않은 것으로 미뤄 매매대금은 모두 현금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
LF는 현재 신사동 일대에만 건물 여섯 채(동관, 신관, 별관, 서관, 삼영빌딩, 대명빌딩)를 보유하고 있다. LG상사 시절인 1996년 지하 3층~지상 9층 규모 동관(본사) 건물을 신축한 이후 2006년과 2007년 인근 건물을 매입해 각각 신관과 별관으로 사용해 왔다. 2009년에는 본사 건물 건너편에 보유하던 땅에 지하 4층~지상 5층 규모 서관 건물을 새로 지었다. 2017년 10월에는 동관(본사) 건물 북쪽에 맞닿은 삼영빌딩을 500억 원에 추가로 사들였다.

LF는 이번 건물 매입으로 일대 건물들을 한 번에 재건축할 여건도 갖췄다. 현재 서관을 제외한 동관(본사), 신관, 별관, 삼영빌딩, 대명빌딩 등은 서로 대지가 맞닿아 있는데, 이들을 합하면 4068㎡ 규모인 네모반듯한 형태의 땅이 나온다. 앞선 건물들은 준공 19년 차(서관)~33년 차(삼영·대명빌딩)로 통상 오피스 건물 재건축이 논의되는 시기를 맞았다. 건물주 의사에 따라 기존 건물들을 허물고 넓은 대지를 활용해 새로운 건물을 지을 수 있다.
LF 관계자는 “현재 업무 공간이 부족해서 임차해 사용하고 있는 건물이 많은데, 본사 인근에 업무 공간을 확보하고 효율성을 높이고자 건물 매입을 결정했다”면서 “현재 일대 개발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LF는 2006년 11월 LG상사에서 분할한 패션기업이다. LG패션이라는 이름를 사용하다 2014년 LF로 상호를 바꿨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전년 대비 3% 늘어난 1조 9563억 원, 영업이익은 120% 증가한 1261억 원으로 삼성물산 패션부문,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FnC 등 국내 5대 패션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호실적을 냈다. LF는 2018년 부동산신탁회사인 코람코자산신탁을 인수하며 부동산 금융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LF 최대주주는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손자이자, 구자승 전 LG상사 사장의 장남인 구본걸 LF 회장이다.
차형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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