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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존비즈온은 왜 '굳이' 제주은행 2대 주주가 됐을까

최대주주 신한금융이 경영 주도, 제주 외 지역 성장성도 한계…일각 "추후 인터넷전문은행 재도전" 분석

2025.04.22(Tue) 16:47:28

[비즈한국] 더존비즈온이 지난 18일 제주은행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566만 9738주 전량을 570억 원에 인수했다고 밝혔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5월 26일이다. 유상증자가 최종 완료되면 더존비즈온은 제주은행 지분 14.99%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된다. 현재 제주은행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75.31%의 신한금융지주다.

 

더존비즈온은 지난해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다가 올해 3월 철회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추진 과정에서 개발한 디지털 기술을 제주은행에 적용해 디지털부문 사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더존비즈온은 이를 위해 투자금 전액을 디지털뱅킹 분야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가에서는 더존비즈온의 투자를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김수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핀테크는 AI(인공지능) 시대 가장 성장이 기대되는 산업으로 데이터가 많은 산업 특성상 AI로 비용을 절감하고, 새롭게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가 무궁무진하다”며 “더존비즈온은 기업 고객 13만 개사 이상, 전자세금계산서 처리 금액만 300조 원이 넘는 상황으로 누구보다 풍부한 기업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주은행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영위할 수 있는 각종 라이선스를 보유했다”며 “더존비즈온이 보유한 통합 ERP(전사 자원관리) 시스템의 마지막 퍼즐인 ‘뱅킹’이 구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금융권에서는 더존비즈온에 두 가지 궁금증을 던진다. 하나는 제주은행 경영 주도권과 관련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제주은행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더존비즈온은 2대 주주인 만큼 제주은행 경영에서 주도권을 갖기는 어렵다. 경영상 이견이 발생하면 더존비즈온의 의견이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구조다. 또 제주은행은 지방은행이어서 성장에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더존비즈온이 제주은행을 발판 삼아 더 큰 목표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 중구 더존비즈온 서울사무실. 사진=박정훈 기자


#제주은행 최대주주는 신한금융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신한금융지주와 더존비즈온의 제주은행 지분율은 각각 64.01%, 14.99%가 된다. 더존비즈온이 2대 주주가 되지만 최대주주인 신한금융지주의 지분율과는 차이가 크다. 제주은행의 주요 의사 결정은 신한금융지주에 달린 셈이다.

 

신한금융그룹과 더존비즈온은 우호적인 관계로 알려졌다. 더존비즈온이 인터넷전문은행 ‘더존뱅크’를 추진할 당시 신한은행이 컨소시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은행은 더존비즈온 지분도 2.04% 보유 중이다. 2021년에는 더존비즈온과 협력해 ‘더존X쏠비즈 기업통장’을 출시했다.

 

하지만 우호적인 관계가 영원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특히 신한금융그룹은 오너 경영 체제가 아니기 때문에 경영진이 교체되면 경영 방향도 전면 수정될 수 있다. 당장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채 1년도 남지 않았다.

 

더존비즈온이 제주은행 지분을 추가 매입해 최대주주가 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행법상 비금융주력자는 지방은행 지분 15%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시중은행은 4% 이내)​. 더존비즈온은 ICT 기업으로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한다. 또 이희수 제주은행장, 김호대 제주은행 부행장 등 ​현재 ​제주은행 주요 경영진이 신한은행 출신이다. 이들 사이에서 더존비즈온이 경영 주도권을 갖기는 쉽지 않다.

 

더존비즈온 관계자는 “신한금융과는 그간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하며 신뢰 기반을 다져온 만큼 향후에도 각자의 전문성과 강점을 바탕으로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라며 “협업 과정에서 발생할 일부 이견은 충분히 조율 가능한 구조라고 본다”라고 전했다.

 

제주은행 최대주주는 신한금융지주다. 서울시 중구 신한은행 본점. 사진=박정훈 기자


#인터넷전문은행 재도전 위한 포석?

 

제주은행은 지방은행 특성상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영업구역이 제한된다. 제주은행 정관에는 “영업구역은 제주특별자치도, 부산광역시 일원 및 서울특별시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핀테크 시대가 도래하면서 지방은행의 수도권 고객 확보가 수월해졌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제주 외부에서 제주은행 고객을 찾기는 어렵다. 제주은행이 서울시와 부산시에서 적극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상품 다수는 제주특별자치도민을 위한 것이다. 이 때문에 제주특별자치도민이 아니고서야 제주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삼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제주은행은 전국 30곳에 영업점을 두고 있다. 이 중 서울지점과 부산지점을 제외한 28개 영업점이 제주특별자치도에 있다. 제주은행의 지난해 순이익은 104억 원이었다. 주요 시중은행이 수조 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다.

 

일각에서는 더존비즈온과 제주은행이 미래를 보고 투자한 것으로 짐작한다. 더존비즈온과 제주은행이 역량을 보강해 추후 인터넷전문은행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거라는 분석이다. 더존비즈온은 실제 인터넷전문은행을 추진했고, 제주은행도 과거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설이 나돈 바 있다. 다만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2022년 “제주은행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앞서의 더존비즈온 관계자는 “현재로는 구체적인 방향이나 계획을 언급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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