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아시스가 티몬의 최종 인수예정자로 선정됐다. 남은 관문은 6월에 열리는 관계인 집회다. 회생계획안이 최종 가결되기 위해서는 채권자, 담보권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낮은 변제율에 실망한 채권자 사이에서는 ‘파산이 낫다’는 격앙된 목소리도 들려온다.

#오아시스 인수 가능성 커졌지만, 미정산 피해자는 한숨
14일 서울회생법원은 신선식품 새벽배송 업체 오아시스를 티몬의 최종 인수예정자로 선정했다. 인수는 100% 신주 인수방식으로 이뤄지며 인수 대금은 116억 원으로 책정됐다. 다만 오아시스가 추가 운영자금을 투입해 변제할 예정인 미지급 임금 및 퇴직금 공익채권(30억 원)과 퇴직급여충당부채(35억 원) 규모를 감안하면 실질 인수대금은 181억 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오아시스는 티몬 인수 후 5년간 종업원 고용을 보장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오아시스가 티몬을 인수하는 가격이 시장의 예상가보다 낮을 것으로 추측해왔다. 티몬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떨어진 만큼 가격이 저렴하지 않다면 오아시스가 굳이 티몬을 인수할 이유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한때 기업가치가 2조 원에 달했던 티몬은 200억 원에 못 미치는 가격에 인수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아시스는 3월 티몬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티메프 측이 2월 중 오아시스와 접촉해 인수를 제안했고, 이후 한 차례 더 미팅하며 구체적인 계약 조건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티몬 매각은 스토킹 호스(조건부 인수예정자를 정해 놓고 공개경쟁 입찰 진행) 방식으로 추진됐으나, 오아시스 외에 티몬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은 없었다.
오아시스의 티몬 인수 결정은 6월 중 결론 날 것으로 예상된다. 회생계획안 제출기한이 5월 15일까지이며, 회생계획안이 제출되면 6월 중 회생계획안의 심리 및 결의를 위한 관계인 집회를 개최해 최종 인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다만 6월에 열릴 관계인 집회에서 회생계획안이 순조롭게 가결될지는 미지수다. 회생계획안이 가결되려면 회생담보권자 4분의 3 이상, 회생채권자 3분의 2 이상에게 동의를 얻어야 한다. 하지만 변제율이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보니 채권자 동의를 얻기 힘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티몬 측은 회생계획안이 인가될 경우 일반 회생채권의 인수합병(M&A) 변제율이 0.8%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티몬이 파산할 경우 채권자들이 받을 수 있는 청산 배당률 0.44%와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통상 회생 절차를 밟는 기업의 변제율이 10~30%수준인 것과 비교된다. 업계에서는 티몬의 회생 가능성이 낮고 자산 가치가 거의 없다는 점 때문에 변제율이 낮게 책정됐을 것으로 분석한다.
신정권 검은우산 비상대책위원회(티메프 피해자 단체) 위원장은 “16일 티몬 측과 만나 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인수가가 확정된 것 등을 전달 받았다”며 “채권단은 일단 오아시스가 티몬을 인수해 채권을 안아주는 것은 환영한다. 다만 변제율 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고 설명했다.

#“1억 원 피해봤는데 변제액은 고작 80만 원”
변제율이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일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채권단 사이에서는 ‘파산이 낫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 위원장은 “회생절차를 밟고 기다리자는 사람도 있는 반면 이럴 바에는 파산하는 게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얼마 되지도 않는 채권액을 받는 것으로 ‘너희 이제 해결된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듣느니 차라리 깔끔하게 파산하는 게 낫겠다는 감정적 표현”이라고 전했다.
이어 “변제율이 청산 배당률 0.44%보다 높아졌으니 된 게 아니냐고 판단할 수 있지만, 그건 피해자들의 상황을 몰라서 하는 말”이라며 “1억 원 피해를 본 채권자는 80만 원을 받는 거다. 지금 판매자(셀러) 채권자만 2만 명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에서는 관계인 집회 참석 자체를 거부하는 채권자도 상당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신 위원장은 “채권단은 관계인 집회에 직접 참석해 동의 여부를 재판부에 밝혀야 한다. 1억 원의 피해를 본 채권자가 80만 원을 받기 위해 생업을 포기하고 지방에서까지 올라와 참석해야 하는 것”이라며 “그분들은 다소 격한 감정적 표현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관계인 집회에서 회생담보권자 및 회생채권자의 동의가 이뤄지지 않아 회생계획안이 부결되더라도 곧바로 파산 절차를 밟게 되는 것은 아니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퍼센티지(동의율)가 안 되더라도 법원에서 강제인가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부결 후 바로 파산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후 법원이 어떤 결정을 할지는 모르는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회생절차에 들어간 IT·건설 서비스 전문 기업 HN Inc의 회생계획안은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HN Inc의 최종 인수예정자로는 SM그룹 계열사 태초이앤씨가 선정된 상황이었다. 회생계획안 부결 후 HN Inc측은 법원에 강제인가를 희망하는 의견서를 제출했고, 관계인 집회에서 부결된 지 1주일 만에 법원은 HN Inc 회생계획안을 강제 인가했다.
티메프 미정산 피해자들은 현재 할 수 있는 것이 회생계획안 투표뿐이라는 것에 허탈감을 느끼고 있다. 신 위원장은 “동의를 하거나 하지 않는 것밖에 선택지가 없다. 국내법상 회생이라는 절차가 그렇더라”며 “그 와중에 구영배 대표는 KCCW 회사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어 채권자들이 더 화가 나고 실망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검은우산 비대위는 지난해 9월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와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김동식 인터파크 커머스 대표 등 4명을 사기·횡령·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8일 첫 공판기일이 열렸고, 구 대표를 포함한 관계자들은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면서도 검찰의 공소사실은 모두 부인했다. 티메프 경영진에 대한 재판은 격주 화요일마다 열릴 예정이다.
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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