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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해진공 CB 전환과 HMM 민영화 둘러싼 셈법

매각가 상승 우려, 실적·기업가치 제고도 주가에 영향…해진공 "결정된 것 없어"

2025.04.22(Tue) 10:08:26

[비즈한국]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HMM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해 지분을 늘렸다. 일각에서는 이번 지분 확대가 HMM 민영화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 보유 주식수가 늘어났는데 주가에 변화가 없으면 그만큼 보유 주식 가치가 증가한다. 이는 매각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매수자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HMM의 9000TEU급 메탄올 연료 컨테이너선 HMM그린호. 사진=HMM 제공


KDB산업은행과 해진공은 최근 7200억 원 규모의 HMM CB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CB란 일정기간 경과 후 소유자의 청구에 의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채를 뜻한다. 이로써 KDB산업은행의 HMM 지분율은 33.73%에서 36.02%로, 해진공의 HMM 지분율은 33.32%에서 35.67%로 각각 증가했다.

 

이번 CB 전환으로 HMM 민영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DB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주식이 늘면 그만큼 주식 총가치가 상승해 매각가도 상승하게 된다. HMM의 최근 주가인 약 1만 9000원을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KDB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의 주식 총가치는 11조 2250억 원에서 13조 9610억 원으로 증가한다. 매수자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HMM의 우수한 재무구조도 매수자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HMM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1.51%에 불과하다. 일반 기업 같으면 재무 관리 모범 사례로 뽑힐 수준이다. 역설적으로 재무구조가 우수하기 때문에 매수자가 매각가 인하를 요구하기 어렵다.

 

KDB산업은행과 해진공은 2023년 HMM 매각을 추진한 바 있다. 하림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막바지 협상까지 진행했으나 매각 조건에 대한 이견으로 최종 협상에는 실패했다. 하림그룹은 지난해 2월 “은행과 공기업으로 구성된 매도자 측과 입장 차이가 있어 협상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HMM 주가는 2023년 중순 이후 큰 변화가 없다. 주가가 하락하지 않는 한 KDB산업은행과 해진공이 HMM 매각가를 낮출 명분이 없다. 주가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매각하면 공적 자금 낭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고, 나아가 배임 소지도 있다. 그렇다고 KDB산업은행과 해진공이 HMM 민영화를 포기할 수도 없다. 이미 HMM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했기 때문에 공적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라도 매각을 성공시켜야 한다.

 

안병길 해진공 사장은 3월 기자 간담회에서 “HMM 매각에 소극적이라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고, 빨리 채권단 관리를 마치고 싶다”며 “HMM 자체가 사기업이기도 하지만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좋은 주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KDB산업은행과 해진공이 섣부르게 HMM의 CB 전환을 진행했다고 지적하지만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KDB산업은행과 해진공은 당초 계약에 따라 주당 5000원으로 CB를 전환했다. 현재 HMM의 주가는 1만 원이 넘는다. 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CB 전환권 행사가 가능한데도 하지 않으면 배임이 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HMM이 자사주를 통해 KDB산업은행과 해진공의 지분율을 줄일 것으로 전망한다. HMM은 올해 초 연내 2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 후 소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HMM이 KDB산업은행 보유 주식을 자사주 형태로 매입하면 그만큼 KDB산업은행의 HMM 지분율이 감소한다. 다만 통상적으로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면 주가가 상승하기 때문에 총가치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HMM은 최근 기업가치 제고에 힘쓰고 있다. 지난 1월에 “2030년까지 배당성향 30%와 시가배당률 5% 중 작은 금액 이상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하겠다”며 “향후 1년 내 주주환원 예상금액은 2024년 결산배당을 포함해 2조 5000억 원 이상”이라고 공시했다. 시가배당률이란 배당금이 주가의 몇% 인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주가도 상승한다. ​​다만 민영화에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서울시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사. 사진=이종현 기자


또 다른 변수는 HMM의 향후 주가 추이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HMM 실적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iM증권과 대신증권이 예상한 HMM의 올해 영업이익은 각각 1883억 원, 1364억 원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3513억 원에 비해 크게 하락한 수치다. 대신증권은 심지어 HMM의 2026년 영업이익을 541억 원으로 전망했다. ​

 

​실적 악화는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HMM의 주가가 상승하면 매각가도 상승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매각가도 하락해 민영화 작업이 상대적으로 쉬워진다. ​다만 HMM의 실적이 크게 악화되면 매수자 입장에서 HMM 인수 필요성이 낮아질 수 있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 선복량 증가 추세와 미국의 상호관세 정책에 따라 글로벌 컨테이너 물동량 감소와 운임 하락이 예상된다”며 “HMM의 영업이익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와 크게 동조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컨테이너 운임 하락에 따라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예상했다.

 

그나마 동원그룹, 하림그룹 등 일부 기업은 여전히 HMM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서울시 성동구 성수동 ‘용가리가 사라졌다’ 팝업스토어에서 기자들과 만나 “(HMM을) 다시 내놓으면 그때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의 임기는 오는 6월까지다. 차기 회장 선임 일정을 고려하면 HMM 매각은 빨라도 7월 이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HMM 매각을 둘러싼 환경이 좋지 않아 차기 정부에서도 민영화 작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해진공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어서 특별한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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