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코로나19를 겪으며 유통업계는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최근에는 고물가와 내수침체 등으로 소비시장이 위축되면서 유통시장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기업들은 생존 전략을 고심하며 미래 먹거리를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국내 주요 유통기업이 꺼내든 신사업 카드는 무엇인지 살펴보고, 향후 성장 전망 등을 분석한다.

#롯데쇼핑 위기감에 신동빈 회장 경영 복귀
3월 24일 열린 롯데그룹 정기주주총회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롯데쇼핑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상정됐다. 신 회장이 롯데쇼핑 사내이사직에 복귀하게 된 건 5년 만이다.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의 위기감이 커지면서 신 회장이 다시 경영 전면에 나선 게 아니겠냐는 추측이 나온다.
롯데쇼핑은 ‘유통명가’의 자존심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롯데쇼핑은 2015년 이후로 줄곧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29조 1276억 원이던 매출액은 매년 줄어 지난해에는 13조 9866억 원까지 떨어졌다. 8537억 원이던 영업이익도 지난해 4731억 원으로 줄었다. 작년 롯데쇼핑의 당기순손실은 9843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 회장은 올 초 열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지난해는 그룹 역사상 가장 힘들었던 한 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이 유통 판도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점을 패착으로 지적한다. 롯데쇼핑은 2018년 이커머스 사업부를 신설하고 온라인 사업을 추진했다. 5년간 3조 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온라인 매출 2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9년 코로나19 발발로 소비 시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옮겨갈 때, 경쟁사들은 발 빠르게 이커머스 사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롯데쇼핑은 2020년이 돼서야 롯데 유통 계열사를 통합한 온라인몰인 ‘롯데온’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롯데온은 출범 초기부터 서버 불안정 문제를 겪으며 신규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다른 경쟁 플랫폼과 비교해 뚜렷한 경쟁력이 없다는 점도 문제도 지적됐다.
롯데온은 론칭 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2022년 매출 20조 원 달성이라는 목표가 무색하게 2022년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 매출은 1130억 원에 그쳤다. 지난해 매출은 1198억 원으로 집계됐고, 영업손실액은 685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쇼핑 전체 사업군 중 매출 비중은 1%에 불과하고, 이익기여도는 마이너스 14%에 달한다.

#롯데온 적자 속 또 이커머스, 이번엔 그로서리 집중
롯데온의 부진에도 롯데쇼핑은 이커머스 사업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신선식품 온라인 장보기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함에 따라 e그로서리 사업에 대한 투자 확대에 나섰다.
롯데쇼핑은 최근 ‘롯데마트 제타’ 앱을 선보였다. 롯데온에서 식료품 부문을 롯데마트 제타 앱으로 분리한 것이다. 지난해 롯데쇼핑은 이커머스 사업부의 e그로서리 사업을 롯데마트로 이관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롯데가 오프라인에 다양한 채널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과의 시너지를 내는 옴니채널 구현에 공을 들여왔다. 현재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강자가 되기 어렵다고 판단해, 기존 고객 유지 차원이라는 방어적 수단에서 마트 관련 앱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롯데마트 제타 앱은 출시 전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영국 리테일 테크기업 오카도와 협업해 선보이는 첫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2022년 오카도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인공지능 기반의 유통 자동화 시스템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OSP)’이 적용된 물류센터 6개를 설립하기로 했다. 관련해 2030년까지 투입되는 자본은 1조 원 규모다. 롯데쇼핑 측은 오카도와의 협업으로 소비자들이 그간 온라인 장보기에서 겪었던 불편함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 언급했다.
롯데마트 측은 “AI장보기라는 콘셉트로 제타 앱을 선보이게 됐다. AI 분석 툴로 소비자의 구매 성향이나 주기, 할인 상품 중 수요가 큰 상품 등을 분석해 고객이 합리적 소비를 하게 도움을 준다”며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을 근간으로 만든 만큼 이번 제타 앱은 오카도와의 협업과 관련한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롯데가 ‘미래형 앱’이라며 내놓은 제타를 경험한 소비자 반응은 냉담하다. 사용자 입장에서 앱의 UI가 불편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영국 리테일 기업인 오카도의 시스템을 들여오다 보니 국내 소비자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롯데가 야심차게 준비한 오카도와의 협업은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분위기다.
한 고객은 “장바구니에 여러 상품을 담아 놓고 가격 비교를 하며 결제 전 필요 없는 것은 삭제하기도 하는데, 제타 앱은 장바구니의 상품 삭제 기능도 없다. 이런 기본적인 기능조차 없는 게 말이 되냐”며 “기존에 사용하던 앱과 비교해 나아진 점이 하나도 없다. 불편해서 앞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사용자도 “10년은 퇴보한 것 같은 디자인과 사용성이다. 대형마트 앱이 맞나 싶은 의구심이 들 정도”라며 “롯데마트가 앱을 개편한 의도를 알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롯데마트 제타는 편의성을 극대화해 출시한 앱으로, 출시 초기인 만큼 아직까지 사용에 어색함을 느끼는 분들이 많다. 고객센터를 통해 들어오는 피드백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추후 이런 부분도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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