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14일 주식시장 개장 후 오세훈 서울시장 테마주는 곧바로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9시 10분 오세훈 시장 테마주로 꼽히는 진양화학은 전장 대비 29.99% 내려 하한가인 3000원에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진양산업과 진양폴리 등도 모두 20% 넘게 하락했다. 지난 12일 오 시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에 대한 실망감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반면 상지건설은 급등세를 이어갔다. 지난 9일까지 6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10일 거래가 정지됐지만 11일 거래가 풀리자마자 상한가로 직행한 데 이어, 14일 개장 이후 곧바로 20% 넘게 오르며 2만 4000원대에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탄핵 3일 전인 4월 1일 3020원까지 거래가 이뤄졌던 점을 고려하면 8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상지건설은 과거 임무영 사외이사가 이 전 대표 캠프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갑자기 ‘이재명 테마주’에 추가됐다.

가장 급등락이 컸던 날은 지난 4일, 바로 탄핵 선고일이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테마주(NE능률, 서연)와 이재명 전 대표의 테마주(상지건설, 동신건설 등)의 희비가 엇갈렸다. 선고 직전까지 –10%~+20%까지 급등락을 반복하던 주가는 선고 직후 하한가(윤석열 테마주)와 순간 급등세(이재명 테마주)를 연출했다.
그 후 이재명 전 대표의 다른 테마주들도 상승세다. 또 다른 테마주인 형지엘리트는 지난 2일 36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한 뒤 약세로 접어든 분위기지만, 이달 들어서만 10%가량 상승한 상황이다. 형지엘리트가 이재명 테마주가 된 것은 이 전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당시 무상교복 정책을 실시했다는 이유다.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정치 테마주도 요동치고 있다. 정치인들의 행보와 뉴스에 주가는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여론 조사 결과에서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의 독주가 점쳐지는 가운데 보수 진영 후보들은 ‘뉴스’에 일희일비하는 모양새다. 최근 지지율 조사에서 보수 진영으로부터 지지율이 높다는 결과가 나온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테마주 평화홀딩스는 14일 오전 1만 2000원 수준에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2월 초 3400원 대까지 떨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두 달 사이에 3배 넘게 오른 셈이다.
평화홀딩스는 김종석 회장이 김 전 장관과 같은 경주 김 씨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됐다. 또 계열사 피엔디티가 김 장관의 고향인 경북 영천에 공장을 둔 점도 테마주 합류 이유로 거론된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우려가 상당하다. 특히 ‘테마주’가 하나의 흐름이 되면서 금융당국이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초반에는 유력 후보에 한정해서 1~2곳의 상장사만 진짜 인연으로 얽혀서 테마주라는 게 만들어졌는데, 그 과정에서 재미를 본 세력들이 ‘억지’로 스토리를 만들어 테마주를 조작해내는 게 최근의 흐름”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에선 이번달부터 윤 전 대통령 탄핵 선고와 관련해 비상시장점검회의를 열고 테마주 등에 대한 불공정거래 모니터링과 사전 예방활동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작전 세력을 쫓아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사 주식을 미리 매집한 뒤 테마주라는 소식을 언론에 흘려 ‘급등세’를 만들어내 차익을 실현하는데, 이 과정에서 당사자인 상장사조차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금융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테마주를 더 양산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력 정치인의 대표 테마주로 꼽힌 상장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5년도 전에 잠시 우리 회사에 근무한 임원이 유력 정치인과 함께 과거에 일한 적 있다는 이유만으로 테마주가 되는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며 “1000원도 안 되던 주가가 지금도 3배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걸 보면 회사 가치는 전혀 고려되지 않는 것 같다”고 우려감을 표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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