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건설업계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중소건설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 문턱을 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우리나라 도급 순위 20위~50위 중견건설사 8곳이 부채비율 위험 수준(200%)을 넘어선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들의 전체 자본 대비 부채 규모는 전년보다 줄었지만, 재정난을 버티지 못하는 사례들이 잇따르면서 중견건설사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불식되지 않는 상황이다.
부채비율은 기업 재무 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한 기업이 자기 자본 대비 외부 부채를 얼마나 많이 지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통상 기업 부채비율이 200% 이하면 안정적이라고 평가하지만, 이를 넘어서면 재무 구조가 부실하다고 본다. 건설업은 다른 업종에 비해 대규모 자금이 선(先) 투입되는 사업이 많기 때문에 부채비율도 높게 나타난다.

11일 비즈한국은 우리나라 시공능력 20위~50위 중견건설사의 지난해 재무제표를 분석했다. 총 30개 기업으로 감사보고서를 아직 공시하지 않은 반도건설(시공능력 29위)은 제외했다. 이 분석 결과에 따르면 30개 사의 부채비율은 122%로 전년 대비 15%p 감소했다. 이 가운데 19곳은 부채비율이 6%p(양우건설)~784%p(신세계건설) 감소했지만, 11곳은 부채비율이 1%p(대광건영)~266%p(금호건설) 증가해 재무 건전성이 악화했다.
중견건설사 가운데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에이치제이(HJ)중공업이었다. 이 회사 부채비율은 2023년 745%에서 지난해 540%로 크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중견건설사 중에서는 가장 높았다. 조선업과 건설업을 영위하는 HJ중공업은 경기 불황에 따른 결손금 누적 등으로 부채비율이 크게 늘었다가 지난해 동서울터미널 등 보유 자산을 매각하면서 줄어들었다.
지난해 부채비율이 200%를 넘어선 중견건설사는 8곳이다. HJ중공업(540%)을 포함해 태영건설(521%), 금호건설(513%), 두산건설(472%), 동부건설(262%), 에스케이에코엔지니어링(257%), 에이치엘디앤아이한라(223%), 에스지씨이앤씨(217%) 등이 지난해 부채비율 200%를 상회했다. 워크아웃 절차를 밟고 있는 태영건설은 2023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재무가 개선됐지만 부채비율이 아직 500%대에 머물렀고, 금호건설은 유동성차입금이 늘면서 부채비율이 266%p나 증가했다.

부채비율이 악화한 원인 중 하나는 건설 원가 상승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0.18포인트로 전년 대비 1%, 3년 전인 2021년 12월 대비 11%가량 상승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자재, 노무, 장비 등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다. 물가 상승기에 건설 원가 상승분을 공사비에 반영하지 못한 건설사들은 수익성이 점차 악화해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누적된 영업 손실은 결손금으로 반영돼 자본 감소를 견인했다.
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과 PF 부실도 역할을 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미분양 주택은 7만 173호로 전년 동월 대비 7684호(12%) 증가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만 1480호로 전년 대비 2배가량(1만 623호) 늘었다. 실제 지난해 부채비율 상위 중견건설사가 분양한 더 팰리스트 데시앙, 강릉 아테라,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트럴시티 등 아파트에서는 1, 2순위 청약에서 미달이 나왔다. 여기에 PF 사업이 부실화되면서 지급보증 형태로 존재하던 우발채무가 실제 부채로 잡히는 사례도 등장했다.
한편 올해 국내 중견·중소건설사 9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거나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법정관리는 기업이 자력으로 회사를 꾸려가기 어려울 만큼 부채가 많을 때 법원이 지정한 제삼자가 기업활동을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신동아건설(58위)과 대저건설(103위)을 시작으로 2월 삼부토건(71위)과 안강건설(116위), 대우조선해양건설(2022년 83위), 삼정기업(114위), 3월 벽산엔지니어링(180위), 지난 1일 이화공영(134위)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충북 지역 1위 건설사이자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 96위인 대흥건설도 8일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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