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상호관세를 부과한 지 13시간 만에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대해 상호관세 중 기본관세(10%)만 부과하고 개별 국가 관세는 유예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에는 상호관세(25%) 중 기본관세만 부과되고 개별 관세(15%) 부과는 유예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유예기간인 90일 이내에 무역과 관련해 합의를 이루지 못한 국가에 대해서는 나머지 개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록 일시 유예를 했지만 상호관세로 인해 한국 경제에는 빨간 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사태로 내수가 흔들리던 한국 경제에 트럼프 대통령이 수출 둔화라는 또 하나의 치명타를 가한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행이 2월 경제전망에서 내놓았던 ‘비관적 시나리오’보다 더 좋지 않은 상황이 펼쳐지면서 우리나라 성장률이 0%대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국가 정상이 관세 인하 협상에 나선 일본이나 아시아 다른 국가는 물론 유럽 등과 달리 우리나라는 6월 3일 대선까지 정상 외교가 불가능하다는 점도 경제 둔화 우려를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관세(25%), 자동차 관세(25%)에 이어 상호관세까지 내놓으면서 국내외 경제기관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은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경제선행지표와 소비자심리지수 등 주요 경제지표를 발표하는 미국 싱크탱크인 컨퍼런스 보드는 ‘상호관세는 미국과 세계 경제를 약화시킬 것이다’ 제목의 보고서에서 “상호관세의 시행은 미국과 전 세계에 대해 성장 악화와 물가 상승, 글로벌 공급망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상호관세로 올해 미국의 성장률이 1.2%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계 경제성장률도 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봤다. 특히 한국도 상호관세로 인해 올해 성장률이 0.3%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컨퍼런스 보드는 이러한 전망치는 상호관세가 1년 유지되고, 미국 상품에 대한 보복 관세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장기간 유지되고, 중국 등 다른 나라의 보복이 커지면 한국의 성장률 하향폭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영국 애스턴대학교는 대미 132개국 무역 관련 데이터를 이용한 ‘관세와 승리’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와 각국의 전면적인 보복관세가 벌어지면 세계적으로 1조 4000억 달러(약 2052조 34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의 전면적인 상호관세와 각국의 보복 시 미국의 수출이 66.181% 감소해 가장 큰 피해를 입지만, 한국도 수출이 7.528% 줄어 세계 주요국 중 5번째로 큰 수출 감소를 입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수출 위주 구조인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859%포인트 떨어질 것을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 웰스파고도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등으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5~1.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해외 연구기관들이 성장률 하락을 예상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상당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 수출 기업의 미국 현지 생산 확대로 국내 투자와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정적 전망은 2월에 한은이 내놓은 경제전망에서도 예고된 바 있다. 당시 한은은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 기타 국가에 대한 관세 부과, 저강도 보복관세라는 기본 시나리오에 근거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5%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큰 폭 관세 인상, 고강도 보복관세 등이 이뤄지는 비관적 시나리오 시 성장률이 1.5%보다 0.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이 중국에 대해 총 54%의 관세를 부과한 것은 물론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 상호관세까지 부과하면서 비관적 시나리오보다 더 나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이 다음 달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 성장률을 대폭 낮출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0%대로 떨어뜨린 곳도 나오고 있다. JP 모건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1.2%에서 0.9%로 낮춘 것이다. 여기에 씨티은행의 전망치가 1.2%, HSBC와 바클레이즈의 전망치가 각 1.4%라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0%대로 낮추는 기관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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