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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늘어나는 '로봇', 의사·간호사도 편해졌을까

이송·방역·안내 등 '서비스' 중심 운용…지원 인력 만족도 높지만 의료진 체감은 '글쎄'

2025.04.10(Thu) 17:41:40

[비즈한국] 의료기관에서 ‘로봇’을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가 최근 한림대의료원과 업무 협약을 맺고 ‘로봇 친화 병원’이라는 개념을 내세웠다. 그동안 ‘로봇 친화형 건축물’, ‘스마트병원’ 등이 생겨났지만 ‘로봇’ 기술만을 중심으로 한 병원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회사는 병원 환경에 최적화된 로봇 서비스를 개발하고, 관련한 표준 및 인증체계를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의료기관에서 로봇 이용이 활성화 되려면 높은 개발 비용과 경사도를 포함한 건물 구조 등이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자동차·​기아가 개발한 배송 로봇 ‘달이’​. 음료 등 간단한 물건을 건물 안에서 배달한다.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최초의 ‘​로봇 친화 병원’ 구축 예고

 

현대차·기아가 최근 한림대의료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회사가 보유한 ‘로보틱스 토탈 솔루션’을 의료 공간에 도입하는 ‘로봇 친화 병원’ 구축을 예고했다. 한림대의료원은 실제 의료 공간을 테스트베드로 제공하고 운영하면서 사용성을 검증하고, 병원 내부 사용자들의 요구 사항 및 피드백을 수집할 예정이다. 현대차·기아는 구체적으로 병원 맞춤형 배송 로봇과 관제 시스템, 안면 인식 기반 인증, 특수 물품 배송 이력 관리 시스템을 개발한다. ‘로봇 친화 병원’의 표준과 인증체계도 공동으로 수립한다. ‘스마트병원’의 일환으로 인공지능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로봇 등을 사용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로봇 친화 병원’은 처음이다. 

 

현대차·기아는 “병원은 불특정 다수의 환자 및 의료진이 휠체어, 이동식 침대 등 다양한 사물이 혼재된 고밀도 환경으로 로봇의 정밀한 주행 성능과 안전성이 핵심 기술 요소”라며 “의료정보 보호, 감염 관리 및 출입 통제 등 특수한 목적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진정한 로봇 친화 병원 구현을 위해서는 기존 오피스와는 차별화된 병원 전용 로봇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회사는 팩토리얼 성수 등 민간 오피스를 기반으로 배송 로봇인 ‘달이 딜리버리 로봇’ 등을 운영한 바 있다. 이 로봇은 건물 엘리베이터 및 출입문 관제 시스템과 연동돼 실시간 최적 경로로 건물 전체 층을 오가며, 인공지능 안면인식 기술을 바탕으로 수령 대상자를 인식한다.

 

울산대학교병원이 2022년 도입한 항암제 이송로봇 ‘케로’. 사진=울산대학교병원 제공

 

‘로봇 친화 병원’과 유사하게는 ‘로봇 친화형 건축물’ 인증을 받은 네이버 1784 사옥을 떠올려볼 수 있다. 1784 사옥은 디지털 트윈·로봇·인공지능·클라우드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다. 건물 내부에는 100여 대의 서비스 로봇이 배달 등의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 건물 인프라와 연동된 클라우드 기반의 멀티 로봇 인텔리전스 시스템 등이 구축돼 있다. 모션 인식으로 열리는 비접촉 회의실 문, 얼굴 인식으로 통과하는 스피드 게이트 등 ‘접촉’이 거의 필요 없는 것 또한 특징이다. ‘로봇 친화 병원’도 이같이 ‘서비스 로봇’, ‘로봇 중심 공간’ 등을 기반으로 운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송·방역·안내 등 ‘서비스’ 중심…의료진 만족도는 낮아

 

병원 내 로봇은 그간 의약품 및 검체 운반, 방역, 환자 안내 등 ‘서비스’ 부문에서 활용돼왔다. 앞서 코로나19로 의료 인력 부족과 의료 서비스 전달 방식의 변화 요구가 생겨났고, 국가 차원의 서비스 로봇 실증사업과 스마트병원 사업 등이 시작되면서 ‘로봇’이 병원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서비스 로봇 실증사업과 스마트병원 사업은 지난 2020년부터 한국로봇산업진흥원과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각각 운영 중이다. 

 

의료 서비스 로봇을 가장 활발히 운영 중인 한림대성심병원의 경우 △의약품 및 검체 운반 △원내 방역 △환자 안내 △병동 간 물품 배송 △환자 교육 등 간호, 진료 지원 업무에서 11종 77대의 로봇을 사용하고 있다. 병원 측은 도입 이후 최근까지의 ‘의료 서비스 로봇’ 성과와 관련해 보도자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부서는 약제팀으로, ‘약제나르미’ 로봇이 약제를 병동 곳곳으로 배송해 약사는 대면 업무가 줄고 간호사는 직접 약제실로 내려오지 않아 두 직군 모두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LG전자가 만든 청소로봇 ‘클로이’가 병원 복도를 청소하고 있다. 사진=서울대학교병원 제공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스마트병원 개별 선도모델 58개를 9종의 모듈로 재구성해 분류하고 있다. ‘로봇’을 직접 이용하는 선도모델은 현재까지 ‘자율주행 방역로봇’과 ‘인공지능 기반 물류 이송 시스템’ 두 가지다. 각각 ‘하나로 감염관리’와 ‘지능형 원내 물류 배송’ 모듈에 해당한다. ‘자율주행 방역로봇’은 실시간 위치추적 시스템 데이터를 기반으로 밀집구역 이동 후 사회적 거리두기 안내, AI 안면인식 기술을 이용한 마스크 착용 안내, 엘리베이터 버튼 및 무인 수납기 등 각종 키오스크의 야간 UV 방역 등을 주요 기능으로 한다. ‘인공지능 기반 물류 이송 시스템’의 경우 의료용 장비, 의약품(항암제, 마약류 등), 비품(기구, 세탁물, 폐기물 등) 등의 이송 시 생체 인증(지정맥 방식)으로 허가를 거쳐 입구가 개폐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로봇이 활용되면서 지원 인력 등은 만족도가 높은 반면 의료진은 체감하지 못한다는 것이 의료 현장의 공통된 평가다. 의료진은 속도나 안전성 측면이 개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로봇 실증사업을 했던 상급종합병원의 A 교수​는 “검체를 예시로 들면 병원별로 이송이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인 곳도 있고, 사람이 직접 옮기는 시스템도 있다. 결국 속도와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데, 컨베이어벨트는 단순화된 만큼 사고가 생길 가능성이나 속도 면에서 로봇보다 유리하다. 사람이 직접 옮기는 경우도 빠른 것은 마찬가지”라며 “시간이 중요하지 않은 업무에는 일부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아직 병원의 물류 시스템을 로봇이 담당하기에는 너무 복잡하고 다양하다”고 말했다. 

 

병원 내 로봇 사용 확대를 위해서는 비용과 건물 구조 등이 장애물로 거론된다. 로봇은 종류마다 차이가 나지만 대당 평균 ​비용이 ​억 단위인 것으로 알려진다. 업체들도 국가 차원의 지원 없이는 개발이 어려워 아직까지 국가 지원 사업을 중심으로 병원 내에 로봇이 도입되고 있다. 병원 건물 구조도 문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디지털시대 의료서비스 혁신을 위한 스마트병원 육성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로봇이 통과하기 어려운 높이의 경사 구간이 있어 이를 완화하는 공사가 필요하며, 로봇과 통신해야 하는 문도 수동문이 많고, 문의 방향이나 간격, 통신 여부 등의 검토가 필요하다. 엘리베이터 역시 건물이 나뉘어 있는 경우 각기 다른 회사의 엘리베이터가 설치된 사례가 많아 어려움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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