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AK플라자 살리려 알짜 계열사 매각하나…애경그룹 고민 깊어가는 까닭

적자 이어지며 '애물단지' 전락, 최근 애경산업·중부CC 매각설…AK플라자 매각도 쉽지 않아 "실적 개선 필수"

2025.04.10(Thu) 10:44:50

[비즈한국] 애경그룹이 생활용품 제조사인 애경산업 매각 작업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그간 AK플라자 등에 자금을 지원하며 늘어난 AK홀딩스의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계열사 매각으로 당장은 재무구조가 개선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애경의 애물단지로 전락한 AK플라자의 체질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AK플라자는 ‘명품 없는 지역 백화점’을 표방하고 있지만 좀처럼 실적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이종현 기자


#애경산업·중부CC 매각설에 “확정된 것 없어”

 

애경그룹이 애경산업 매각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매각 대상은 AK홀딩스, 애경자산관리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애경산업 경영권 지분 63.38%로 매각 희망가는 약 6000억 원이라고 알려진다.

 

애경산업은 애경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생활용품과 화장품 판매로 꾸준히 현금을 창출하고 있다. 애경산업이 보유한 생활용품 브랜드 ‘케라시스’, ‘2080’과 화장품 브랜드 ‘루나’, ‘에이지투웨니스’ 등은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중국 시장의 부진으로 실적이 하락하는 분위기에도 ​애경산업은 지난해 매출 6791억 원, 영업이익 468억 원을 기록한 바 있다.

 

애경그룹은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에 있는 애경중부컨트리클럽골프장(중부CC)의 매각도 추진하는 분위기다. 중부CC는 애경케미칼이 보유한 18홀 회원제 골프장이다. 접근성이 좋아 골퍼들 사이에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중부CC의 매출액은 159억 원, 영업이익은 18억 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용산구 대형 마트에 진열된 애경산업 제품들. 사진=박정훈 기자

 

애경그룹이 알짜 계열사로 꼽히는 애경산업과 중부CC 등을 매물로 내놓은 것은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애경그룹의 지주사인 AK홀딩스는 그간 자회사에 자금 지원을 반복하면서 부채 규모가 확대됐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AK플라자에 16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고, 제주항공에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2670억 원을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원했다. AK홀딩스의 총부채는 2020년 2조 8894억 원에서 지난해 4조 918억 원으로 늘었고,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233.9%에서 328.7%로 확대됐다.

 

그룹 내에서도 현재의 유동성 리스크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분위기다. 3월 31일 열린 제55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고준 AK홀딩스 대표는 애경그룹 경영방안을 묻는 주주의 질문에 “올해 애경그룹은 뼈를 깎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애경그룹이 20~30년 뒤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미래 성장 동력을 지금부터 찾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애경 측은 계열사 매각은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AK홀딩스 관계자는 “어느 계열사를 매각하겠다고 결정지은 것은 없다. 여러 가능성을 열고 검토하는 단계”라며 “단순 재무구조 개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리밸런싱(사업 재편)에 대한 고민 등이 포함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AK홀딩스는 계열사 매각과 관련해 “​정해진 것은 없다”​며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 작업 등도 여러 요인을 고려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사진=이종현 기자

 

#“시장에 나온다고 누가 사겠나”

 

애경그룹의 계열사 매각 추진설이 확대되면서 AK플라자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AK플라자는 2020년부터 줄곧 적자 상태가 지속되며 애경그룹의 ‘애물단지’로 전락했으나 이번 매각 대상에서는 빠졌기 때문이다.

 

AK플라자는 경기 성남 분당과 수원, 원주 등에 백화점 4곳과 인천공항, 홍대, 기흥 등에 쇼핑몰 7개점을 운영 중이다. AK플라자의 지난해 매출액은 2952억 원으로 집계됐고, 영업 손실액은 180억 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 존재감도 미약하다. 지난해 기준 AK플라자의 시장점유율은 2.8%에 불과하다. 2020년 3.9%였던 점유율이 매년 줄어들고 있다.

 

애경그룹은 AK플라자의 체력 개선을 위해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 애경산업은 AK플라자에 5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빌려줬고, AK홀딩스도 600억 원 규모의 출자를 단행해 자금을 수혈했다. 특히 AK홀딩스가 지난해 연말까지 AK플라자에 출자한 금액은 2405억 원에 이른다.

 

AK플라자는 ‘명품 없는 지역 백화점’을 표방하고 있지만 좀처럼 실적 부진을 벗어나지 못했다. 2007년 삼성플라자(현 AK플라자 분당점)를 인수하면서 공격적 투자에 나서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듯했지만, 팬데믹을 겪으며 경쟁사와 격차가 벌어졌다. 코로나19 발발로 명품 소비가 급격히 확산하던 때 명품 없는 백화점인 AK플라자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한 것이다.

 

수원역사 내 위치한 AK플라자 수원점. 사진=박해나 기자

 

업계에서는 애경그룹이 AK플라자를 매각할 의지는 있으나 인수자 찾기가 어려운 상황임을 알고 있을 것으로 본다. 애경그룹은 과거에도 AK플라자 매각을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업계 관계자는 “AK플라자가 매물로 나온다면 사겠다고 나설 원매자가 있겠나. 백화점은 부동산 자산 등과 연결돼 매각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애경그룹은 AK플라자를 품에 안고 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고, 업계에서는 AK플라자의 실적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 백화점은 부동산 임대업과 같았다. 좋은 자리를 업체에 임대하고 판매수수료만 받으면 됐다. 백화점 성장기에는 사람들이 백화점으로 몰려 쇼핑을 하니 별다른 투자 없이도 안정적 수익이 보장됐다”며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성장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AK플라자는 일본 백화점을 모델로 한다. 일본이 지하철역마다 백화점을 만들어 고객을 끌어들인 것과 같은 형태”라며 “지하철로 백화점을 찾는 고객들은 20~30대 젊은 고객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MZ고객을 타깃으로 한다기에는 AK플라자​에 입점한 브랜드나 콘텐츠 등이 애매하다. 더 명확하게 콘셉트를 잡고, 변화를 추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AK플라자 관계자는 “홍대점은 최근 고성장했고, 수원점도 지난해 실적이 괜찮았다. 점차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며 “MD 등의 부분은 전략에 맞게 개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핫클릭]

· '네이버 카카오 당근도 뛰어들었다' 토종 숏폼 플랫폼, 뭐가 다르지?
· '파면' 후 방산업계 다시 활기, 차기 정부가 당장 풀어야 할 숙제는?
· 불닭볶음면 수출에 찬물, 미국 공장 없는 삼양식품 '관세 폭탄' 어쩌나
· 건기식 개인 거래 허용 1년, 중고플랫폼 살펴보니 '기준 위반 판매글이 버젓이…'
· 유통가 '탄핵 효과' 기대했지만 조용…대선 이후엔 소비 회복될까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