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산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삼양식품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양식품은 제품을 한국에서 제조해 미국에 수출한다. 미국 현지에는 공장이 없어 관세 부과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미국 현지 공장 설립 계획도 없다. 라이벌인 농심은 미국에 공장을 지었고, 오뚜기도 미국 현지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인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삼양식품은 올해 라면, 스낵, 소스 제품의 가격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경쟁 업체인 농심과 오뚜기는 최근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가격의 단기적 인상보다 해외 시장 확장을 통해 성장 동력을 강화하는 것이 소비자의 신뢰를 공고히 하고 글로벌 브랜드의 입지를 높이는 방안이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실제 삼양식품은 해외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해외 매출 1조 원을 돌파했는데 ‘불닭볶음면’이 해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끈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삼양식품의 점유율 확대 속도가 가속되고 있다”며 “특히 미국 시장에서 지난해 4분기 월마트의 메인 식품 섹션에 불닭볶음면이 입점하며 아시아계를 넘어 일반 소비층으로의 본격적 확장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이런 삼양식품에 최근 뜻하지 않은 악재가 발생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25%의 관세 부과를 결정한 것이다. 삼양식품은 현재 원주공장, 익산공장, 밀양공장 등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제품 전량을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로 수출하는 구조다. 특히 라면은 대표적인 가성비 식품으로 꼽힌다. 관세가 반영되어 가격이 인상되면 현지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 쉽다.
이는 경쟁사와도 비교되는 부분이다. 농심은 관세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지난 2005년 공장을 건설했고, 2022년에 제2공장도 준공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농심 제품은 대부분 현지에서 생산한다. 오뚜기도 미국에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했고, 캘리포니아주에 부지를 매입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삼양식품은 중국 시장 확장을 노리고 있다. 중국에 공장까지 건설할 계획이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12월 “삼양싱가포르유한회사에서 중국 생산 법인을 설립해 공장 건설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중국 자싱시 내 6개 생산 라인을 증설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양식품이 중국 공장에 투자하는 돈은 2000억 원이 넘는다. 하지만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도 미국 시장에 판매하면 막대한 관세가 따라 붙는다.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34%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중국이 보복 관세를 천명하자 미국은 다시 50%의 추가관세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삼양식품은 미국 시장 공략에 아직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삼양식품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1조 7280억 원이었다. 이 중 24.26%인 4192억 원이 중국 시장에서, 22.16%인 3829억 원이 미국 시장에서 각각 발생했다. 삼양식품 입장에서 중국 시장이 중요하지만 미국 시장도 포기할 수는 없다.

일각에서는 삼양식품이 미국 현지 공장을 건설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사장은 4월 4일 ‘대한민국 라면박람회’에서 취재진에게 “좋은 대안을 내려고 머리를 짜내고 있다”며 “(미국 현지 공장 건설에 대한 고민은) 여러 권역에서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에 2000억 원 이상 투자를 결정한 가운데 미국에 대한 추가 투자는 재무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구나 삼양라운드스퀘어그룹 차원에서 신사업 ‘웰니스&헬스케어’ 투자도 준비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이미 지난해 10월 식물성 헬스케어 브랜드 ‘잭앤펄스’를 론칭하는 등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삼양라운드스퀘어그룹 오너 일가도 신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헬스케어 사업은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그룹 부회장의 장남 전병우 삼양식품 상무가 이끌고 있다. 전병우 상무는 현재 삼양식품 헬스케어BU장을 맡고 있다. 김정수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국민들의 안정적인 영양 공급을 위해 사명을 다해온 헤리티지를 근간으로, 인간의 건강을 위해 식생활을 넘어 ‘웰니스&헬스케어’를 실현하는 전문적 역할로 업의 가치를 재정의하고자 한다”며 “헬스케어와 식품 간 경계와 고정관념을 허물고 통합적 사업 시너지를 창출하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스스로 변화하고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삼양식품은 관세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의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현지 공장 건설은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김동찬 삼양식품 대표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아직 안 나왔다. 미국 시장 판매량이 하락하면 이는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삼양식품이 실적 유지를 위해 제품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동찬 대표는 지난 4일 “당분간 인상 계획은 없다”고 강조했다.
삼양식품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는 높은 가운데 한편에서는 정반대 의견도 나온다.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면요리와의 경쟁에서 삼양식품이 우위를 점할 수 있으므로 관세가 꼭 악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으로 수입되는 파스타에서 중국산 수입 비중은 2024년 기준 8.6%로 3위”라며 “대중국 고율 관세가 시행될 경우 가격, 품질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는 한국산 라면이 미국 시장에서 더 큰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고 전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미국 관세 문제에 대해 “대응 TF를 구성해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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