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건강기능식품의 개인 간 거래 시범사업이 운영된 지 1년이 되어가지만,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기준에 맞지 않는 거래가 여전히 빈번하다. 실물 사진이 없거나, 건기식 카테고리가 아닌 다른 카테고리에 상품이 올라오거나, 전문 판매업자가 판매글을 올리는 등 기준을 따르지 않은 상품들이 거래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소비자의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차단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강기능식품의 개인 간 거래 시범사업이 1주년을 앞두고 있지만,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판매 게시글이 다수 발견됐다. 사진=중고거래 플랫폼 홈페이지 캡처
비즈한국이 지난 7일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 네 곳을 살펴본 결과 다수의 기준 위반 사례가 포착됐다. 거래 기준에 맞지 않는 상품을 게시하거나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플랫폼에서 건기식을 거래하는 경우였다. 구체적으로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중고나라와 헬로마켓에서 ‘건기식’을 검색하자 ‘리빙/생활’, ‘기타’ 카테고리에 건기식이 버젓이 올라와 있었다. 중고나라에는 소비기한을 명시하지 않은 건기식 묶음이, 헬로마켓에는 소비기한이 없거나 소비기한이 작년 4월로 1년이나 지난 상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시범사업 참여 플랫폼에서도 제품명, 소비기한을 파악할 수 있는 실물 사진이 등록되지 않거나, 소비기한이 6개월 이상 남지 않았거나, 다른 카테고리에 건기식 거래글을 올린 사례가 발견됐다. 개인이 아닌 판매업자로 보이는 판매자도 있었다. 번개장터에서는 실물 사진이 없어 상품 상태나 소비기한을 알 수 없거나, 건기식이 아닌 ‘건강식품’ 카테고리로 올리거나, 소비기한 규정을 지키지 않은 상품들이 여럿 있었다. 당근마켓 역시 건기식이 아닌 ‘가공식품’ 등의 카테고리에 건기식 매물이 게시됐다.
한 판매자는 상품 정보에 “새 상품이며 유통기한은 최신순으로 ‘출고’되니 믿고 구매해도 된다. 다른 건강식품이나 화장품도 다양하게 있으니 상점에 와서 구경하라”고 게시글을 올렸다. 이 판매자 페이지에 들어가니 1주일 사이 건기식과 화장품 50여 개가 등록돼 있었다. ‘출고’라는 문구와 판매하는 건기식 종류가 다양한 점으로 미뤄 개인이 아닌 판매업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건기식 개인 간 거래 시범사업의 목적은 개인 간 거래를 통해 자원을 재활용하자는 취지다. 사업자가 개인인 양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건기식을 판매하는 것은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행위이며 탈세 우려까지 제기된다.
시범사업 참여 플랫폼들은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이미 한 차례 지적을 받았다. 한국소비자원은 시범사업 시작 직후인 지난해 6~7월 주요 중고거래 플랫폼의 의약품 및 건기식 유통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플랫폼과 커뮤니티 등에서 개인 간 건기식 거래 124건이 확인됐고, 참여 플랫폼에서도 기준에 벗어난 거래 170건이 확인됐다. 의약품, 건기식, 미신고 해외 식품을 포함한 기타 상품 등을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에서 ‘건기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인 51.5%였다.

당시 소비자원은 “중고거래 시장 규모가 커지는 만큼 플랫폼과 커뮤니티 운영자, 그리고 이를 이용하는 개인 모두가 관련 법과 규정을 준수하고 안전한 물품을 유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번 모니터링에 앞서 중고거래 플랫폼을 대상으로 자체 모니터링을 요청했고, 플랫폼은 일부 부적합 의약품 및 건기식 등의 유통을 선제적으로 차단했지만 추가 점검에서 불법 및 부적합 거래가 확인된 바, 사업자의 차단 노력과 함께 소비자의 준법 의지와 이행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식약처와 플랫폼들은 건기식 거래 가이드라인과 기술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은 거래 사례가 반복되는 만큼 플랫폼들이 관리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식약처는 가이드라인에서 △건강기능식품 표시 또는 도안 등이 확인 가능하고 △개봉되지 않고 △소비기한이 6개월 이상 남았고 △보관기준이 실온 또는 상온인 제품 등을 거래 가능 기준으로 명시했다. 또 플랫폼 내 별도의 건기식 카테고리에서 거래돼야 하며, 개인별 거래(판매) 가능 횟수는 연간 10회 이하, 누적 30만 원 이하로 제한했다. 영리 목적의 과다한 개인 판매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당근마켓은 건기식 인증마크 판독을 위한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을 활용해 건기식을 나타내는 문구나 마크가 없는 사진이 올라올 경우 자동으로 삭제하고 게시자에게 관련 알림 메시지를 보내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번개장터는 건기식의 판매 글 게시 횟수와 수정 횟수를 합쳐 10회로 제한한다. 또 가이드라인을 준수하지 않은 게시물이 적발될 경우 횟수가 거듭되면 제재 강도가 상품 삭제, 판매 제한, 영구 판매 제한으로 높아진다.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개인 간 건기식 거래 금액은 28억 원에 육박한다. 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건기식 개인 간 거래가 임시 허용된 이후 10개월 동안 거래 건수는 8만 8330건, 거래 금액은 27억 7139만 원에 이른다. 당국은 그동안 제품 안전성, 유통 건전성 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개인 간의 일회성, 일시적 거래를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 편의성 제고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개인 간 거래를 시범사업으로 임시 허용했다. 시범사업은 지난해 5월 시작해 다음 달 7일 종료된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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