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방적 상호관세로 인해 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국외 무기구매 사업 중 일부가 지연 및 백지화 될 것으로 예측된다. 관세 탓에 구매 비용이 크게 높아져 예정된 사업비로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관세정책에 도입가격 상승으로 항공통제기 2차 사업 4월 계약 연기
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기종 결정과 함께 기본 계약을 체결하기로 예정됐던 ‘항공통제기 2차 사업’이 연기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에는 미국의 보잉(E-7A)·L3해리스(Global 6500 AEW&C), 스웨덴 사브(GlobalEye) 등 글로벌 방산업체 3곳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 사업은 2031년까지 추가로 조기경보기를 도입하는 것으로, 총 3조 원이 투입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책정된 예산보다 조기경보기 가격이 오르면서 추가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일방적인 상호 관세 정책을 발표하면서 부품 생산비도 급격하게 상승할 것으로 예측돼 4월 계약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국 방산업계도 트럼프 대통령 관세 정책로 인해 혼란을 겪고 있다. 방산 분야에 대한 별도의 제외 방침이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 조달 담당관 출신인 빌 그린월트는 보복관세와 공급망 혼란 등을 언급하면서 “일부 핵심 부품의 가격은 크게 상승하거나, 아예 조달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제조 공정을 거쳐야 하는 방산 제품은 특성상 조립 과정에서 여러 차례 국경을 넘나들어야 하고 제품 하나에도 관세가 여러 번 붙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의 동맹국인 우리나라도 미국 무기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통제기 2차 사업에서 미국 기업의 수주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예산 기준과 다르게 치솟은 도입 가격이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무역장벽 보고서에 ‘절충교역’ 지적, 계약 백지화 영향
절충교역 문제와 도입 가격으로 인해 국외 구매 사업이 백지화되기도 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5 국가별 무역장벽 보고서(NTE)에서 처음으로 우리 국방부의 절충교역 프로그램을 문제삼았다. 대다수 국가가 운용하고 있는 절충교역 제도이지만 우리나라만 콕 집어 대표적인 무역장벽으로 지적한 것.
절충교역이란 구매국이 판매국 또는 판매업체에 무기구매의 전제조건으로 기술이전, 부품 역수출, 창정비 능력 확보 등 반대 급부를 요구하는 교역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1982년 절충교역 제도를 도입했고, 미국으로부터 F-16 전투기 기술 도입 생산 사업의 절충교역으로 T-50 초음속 훈련기 설계 기술을 얻었다.
방위사업법에 따르면 국외 구매 군수품의 금액이 1000만 달러(약 147억 원) 이상이면 절충교역을 추진하는 것이 원칙이다. 경쟁 입찰시 무기구매액의 50% 이상, 미 정부와 직접 계약하는 FMS 등 비경쟁 입찰시 30% 이상을 절충교역 비율로 설정해 상대국에 해당 가치만큼의 반대급부를 요구해야 한다.
USTR이 한국의 절충교역을 문제 삼은 것은 국내 국외구매 사업에서 미국 업체들이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절충교역 이행률을 높이기 위해 미이행시 무기 구매액의 10% 수준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입찰 시에는 절충교역을 많이 하겠다고 해놓고는 계약 체결 이후에는 벌금을 내고 끝낸다. 록히드마틴이 F-35A 1차 사업 대가로 군사통신위성 1기를 주기로 했다가 취소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미국 업체들은 처음부터 제품 가격에 벌금 액수를 포함해 값을 올려 받는 형태로 절충교역 제도를 무력화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령 지난 2022년 11월 육군은 방위사업추진위원회를 열고 3조 3000억원을 투입해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아파치급 대형공격헬기를 구매하는 대형공격헬기 2차 사업 추진을 결정했다. 그러나 미국 국무부가 아파치 공격 헬기 및 관련 물품에 대한 판매 금액을 4조 6655억 원으로 승인함에 따라 예산이 무려 약 1조 3000억 원 초과했다. 절충교역에 따른 벌금을 감안해 판매 금액을 높게 잡은 것. 이로 인해 결국 대형공격헬기 도입 사업이 취소되기도 했다.
전현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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