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에서 파면 결정이 내려지면서 금융시장에 드리웠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증시는 여전히 맥을 못 추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 당일인 지난 4일 코스피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로 1.46% 하락한 2450선에서 시작했다. 이후 조금씩 낙폭을 줄여 오전 11시 15분에는 장중 최고치인 2506.71을 기록했다. 이는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결정문을 읽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나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윤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되는 순간, 지수는 소폭 하락세로 전환됐다.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투자 심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코스닥지수도 마찬가지였다. 오전 11시 20분에는 697.72를 기록했지만, 이후 점차 낙폭을 키우며 오후 2시에는 670선까지 떨어졌고, 최종적으로는 680선에서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 7892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886억 원,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7045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헌재가 윤 대통령의 헌법 위반 사실을 인정했음에도 외국인 매도세로 인해 증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못한 것이다.
신민섭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31일 공매도 재개 이후 1주일 만에 탄핵 선고까지 이뤄졌기 때문에 불확실한 요소들이 빠르게 해소됐지만, 이후인 4월 2일부터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이슈에 더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도 “탄핵 인용보다는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미 증시 낙폭 확대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선 당시 공약과 시장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 탓에, 7일 아시아 증시는 완전히 패닉에 빠졌다. 이날 코스피는 2400선이 붕괴됐고, 8개월 만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코스닥 역시 장중 4%대 폭락을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도 장 초반 한때 8%대의 낙폭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상호관세 쇼크로 인해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번 미국의 관세 조치로 인해 글로벌 성장률이 지난 1월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보다 매년 0.49%포인트씩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성장률은 코로나 이전인 2000~2019년 평균 3.8%를 기록해 왔으며, 보통 주식시장은 성장률이 3%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될 때 크게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실제 증시가 급락한 경우는 글로벌 성장률이 2%대 초중반 혹은 그 이하로 떨어졌을 때였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탄핵 결정으로 국내 증시를 짓눌렀던 정치적 리스크는 일부 완화됐지만, 관세 쇼크가 진정되기 전까지는 시장이 위기를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국내 증시의 추가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변준호 연구원은 “수출 펀더멘털 악화로 인한 증시 하락 위험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이미 극심한 저평가 상황에 직면해 있어 현재의 낮은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흐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코스피의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지만, 향후 추가적인 급락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중국 경기 회복 가시화와 중국·독일의 강력한 경기부양 기대, 달러 약세 등이 상대적 강세를 지지하는 요인이다. 또한 한국 내 정치 리스크 해소도 시장 회복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단기 충격에서 벗어난다면, 향후 증시는 60일 이내 열릴 대통령 선거에도 주목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처럼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경민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함께 통화 및 재정정책 드라이브가 강화되고, 조기 대선 국면으로의 전환에 따라 각 정당 및 유력 후보들의 대선 공약에 기반한 정책 기대감이 커질 것”이라며 “추경 예산안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이로 인해 소비 심리가 빠르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조기 대선 확정과 함께 대선 후보들의 정책 관련주에 대한 기대감이 유입될 수 있으며, 새로운 정권에 대한 기대감 역시 주식시장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관세 영향이 적은 업종이나 여야를 막론하고 국가 전략 산업으로 육성될 것으로 보이는 산업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얼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아직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어 국내 증시는 상승 모멘텀이 제한된 약보합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업종별로는 조선, 방산, 바이오 등 관세 영향을 덜 받는 분야의 상승세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경제 활성화 및 내수 회복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유통 등 내수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왔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탄핵과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 이후 치러지는 대선은 소비 성향 상승과 심리 개선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소비 심리와 소비 성향이 개선됨에 따라 국내 유통사들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며, 이 중 가장 큰 수혜 채널은 백화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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