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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파면에 대기업들 '속웃음'?

잦은 해외 순방, 때마다 기업 총수들 동행하자 '병풍' 비판도…"누가 거절할 수 있겠나"

2025.04.07(Mon) 10:27:56

[비즈한국] 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비상계엄 이후 123일 만에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다. 그 사이 재계에서는 대통령 부재에 따른 정치·외교적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게 나왔지만, 일각에서는 ‘작은 장점’도 있다는 말이 나왔다. 역대급 수준이던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및 국내 행사 동행을 하지 않아도 됐기 때문이다.

 

2030 엑스포 유치전 실패 후인 지난 2023년 12월 6일 부산 깡통시장을 방문해 떡볶이를 먹는 윤석열 대통령과 재벌 총수들. 오른쪽부터 정기선 HD현대 부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윤 대통령,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사진=연합뉴스

 

#2년 반 동안 해외 순방만 21회 

 

사실 윤 전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기업 총수’들과 함께하는 것을 즐겼다. 2년 반 사이 모두 21회 해외 순방을 나섰고, 이 중 G20 정상회의 등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인을 동반했다.

 

역대 정부들 역시 기업 총수들의 순방 동행을 유도하곤 했다. 하지만 5년 임기를 통틀어 열 차례 넘게 해외 출장에 동행토록 하는 곳은 없었다. 이는 재계만의 문제도 아녔다. 윤 대통령은 민간 기업뿐 아니라 금융공기업 회장 등에게도 동행을 권하곤 했다. 대통령실에서는 동행을 권하는 수준이었지만, 이를 ‘요청’으로 받아들이는 곳은 없었다는 게 공공연한 후문이다.

 

한 공기업 회장 비서실 직원은 “대통령실에서 해외 일정이 잡히면 ‘동행할 수 있냐’라고 문의를 해오는데 누가 갈 수 없다고 하겠냐”며 “별다른 현안이 없어도 부르는 통에 비서실 근무하면서 회장님 모시기 위해 해외만 10여 번 넘게 쫓아갔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문제는 순방국에 가더라도 별다른 현안이 없는 탓에 억지로 현지 사무실, 직원 등을 살펴보는 일정을 만들고 현지에 있는 대학 등의 방문 일정을 만들어야 하는데, 대통령실에 찍힌 곳은 아예 초대를 못 받다 보니 ‘제안’을 받으면 무조건 가야만 하는 게 대통령 해외 일정 동행이었다”며 “따로 가게 되면 의전이 되레 편하지만 대통령실과 함께 움직일 경우 회장님 의전을 따로 챙기기 힘들어 고생을 많이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윤 대통령 해외 순방이 13회나 집중됐던 2023년에만 10회 넘게 동행했다. 지난해 9월 체코 순방 때에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막판에 부랴부랴 합류했는데, 이를 두고 ‘4대 그룹 총수를 무리하게 동원했다’는 뒷말이 나왔다. 삼성과 LG는 “현지법인 임직원 격려와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고 설명했지만, 보름 뒤 아세안 3국 순방에도 총수들이 동원된 것을 놓고 ‘병풍’으로 부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기업 회장을 따라 대통령 해외 일정에 동행한 적이 있는 한 직원은 “대통령 일정이므로 보안이 워낙 엄중해서 의전 등을 따로 챙기기가 힘들었다. 따로 다니면 퍼스트클래스를 타야 할 총수들이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는 이코노미석에 앉아 10시간 넘게 가는 경우가 있다 보니 불편함이 상당했을 것”이라며 “다들 티는 안 냈지만, 가고 싶어서 같이 가는 이들이 얼마나 됐겠냐”고 반문했다.

 

#‘떡볶이 방지법’ 얘기까지 나와

 

그러다 보니 논란도 상당했다. 파리 술자리 논란이 대표적이다. 2023년 11월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국제박람회기구(BIE)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 순방 당시, 대통령은 저녁에 재벌 총수들을 불러다 놓고 폭탄주 회식을 했다. 기업 총수들에게 ‘참석할 수 있는 사람들만 참석하라’고 대통령이 직접 제안했다고 하는데, 이 제안을 거절할 수 있는 이는 없었을 것이라는 게 공공연한 후문이다.

 

엑스포 유치 참패 며칠 뒤인 12월 6일, 부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찾은 부산에까지 재벌 총수들이 급박하게 호출됐다. 시장 분식집 앞에 일렬로 서서 떡볶이를 먹거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어묵탕 국물’을 맛있게 먹으면서 리필을 부탁했던 것이 논란과 함께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총선을 앞두고 부산으로 재벌 총수들이 소환되자 개혁신당은 “22대 국회에서 기업인들의 ‘떡볶이 거부권’을 보장하는 ‘떡볶이 방지 특별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개혁신당은 “기업인은 대통령의 부하가 아니다. 시가총액이 수천조 원에 달하는 기업의 총수들이 특정 지역 선거를 위한 행사라는 의혹을 받는 자리에 나와 대통령과 떡볶이를 먹어야만 하는 나라는 공화국이 아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통령의 해외 출장 일정과 예산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일명 ‘황제출장 방지법’ 추진 가능성도 언급했다.

 

앞선 공기업 회장 비서실 직원은 ”정권이 바뀌더라도 해외 순방이나 지역 행사에 소환되는 경우가 많지 않냐, 공기업들은 대통령이 아니라 여권 실세가 부탁하기만 해도 일정을 바꿔가면서 맞춰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정치인의 면을 세워주기 위한 병풍 자리도 기업에게 득이 될 수 있기에 가는 것이지만 거절했을 때 보복이 없다는 것이 확실하게 시스템이나 문화로 자리잡지 않는 한,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거절할 수 있는 재계 총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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