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약사와 화상 통화를 통해 약을 구입할 수 있는 화상투약기 설치를 정부가 확대하려 하자 약사계가 반발하고 있다. 약사계는 안전성과 경제성 등을 이유로 사업 자체를 문제 삼았지만 정부 측을 설득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기술적 흐름을 막을 수는 없지만 약국의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 신중하게 운영돼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현재 일선 약국에 설치된 화상투약기는 모두 8기다.

#권고안 발표에 약사회, 한약사회 모두 ‘반발’
최근 국무조정실 신산업규제혁신위원회가 규제특례위원회 심의가 지연되고 있는 2개 안건을 논의하고 조정권고안을 도출했다. 안건은 일반의약품 화상투약기(스마트 화상판매기) 부가조건 변경과 반려동물 전용 의약품 구매관리 서비스 특례부여였다. 일반의약품 화상투약기 부가조건과 관련해 위원회는 △현행 11개 약효군에 13개 약효군을 추가로 허용하고 △한약사 개설 약국에 설치하는 것을 불허하고 △약국이 희소한 농촌 등 격오지에 약국 이외의 장소에 대한 화상투약기 설치를 허용할 것을 골자로 하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조정권고문에 따르면 위원회는 약품의 오남용 등 안전성이 우려된다는 의견에 대해 약사가 본인 책임 하에 약국에 판매시스템을 설치 및 관리하고, 판매 시 반드시 화상으로 복약지도를 하고, 전 과정을 녹화 및 보관하도록 한 조건을 고려했을 때 약효군 확대로 인한 국민 건강 및 안전성 우려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약사 개설 약국의 설치를 두고는 일반의약품의 한약제제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현 제도 및 관리 체계 하에서 한약사에는 의약품의 관리 권한 및 의무가 부여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돼, 향후 법령 정비 등을 거쳐 재논의할 것을 전제로 불허했다.
대한약사회, 복지부, 대한한약사회 등은 의견 제출 등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약사회는 서면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권고안 재조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한약사회는 국무조정실과 복지부 관계 부서를 방문해 입장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화상투약기 제조사인 쓰리알코리아측은 “약사회와 복지부의 의견이 받아들여질지 지켜보고 있다. 받아들여지게 돼도 끝난 게 아니다. 전체 회의에서 다시 한번 논의를 거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약사계는 일반의약품 화상투약기 실증특례를 안전성과 경제성 등을 이유로 반대해왔다. 약사법에 명시된 대면 원칙을 거스른 화상 방식의 복약지도로는 의약품을 안전하게 사용 및 관리하기가 어렵고, 화상투약기의 이용률과 판매 실적도 낮아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악사회 관계자는 “화상투약기로는 약의 세부 적응증이 확인이 잘 안된다. 의약품의 기본은 안전인데, 피해를 입었을 때 책임 소재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가장 큰 건 비용과 고용 등 현실적인 문제다. 화상투약기 기계 값에 인건비까지 약사에게는 부담이다. 한 달 수입이 겨우 기계 값 뽑는 정도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쓰리알코리아 홈페이지에 따르면 화상투약기는 보증금 1000만 원에 가입비 1000만 원으로 총 2000만 원이 드는 것으로 확인된다. 5년을 본다면 한 달에 30만 원가량 비용이 꾸준히 든다는 것이 약사회의 설명이다.
약사회의 기조가 화상투약기 철수인지, 기존 규모를 유지하는 것인지를 묻자 이 관계자는 “2년을 해봤는데 확대가 안 되고 8대에 멈춰 있는 것을 보면 시장의 판단은 끝났다고 생각한다. 근데 사업을 2년 더하고 약효군을 늘린다고 해서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조사·참여 약국 “안전성 문제없어…약사 고용도 수월”
제조사인 쓰리알코리아측은 약사회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반박한다. 박인술 쓰리알코리아 대표는 “일반의약품은 전부 자가 판단을 기본으로 나온 제품이다. 의사 처방 없이 누구나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이다. 오히려 화상투약기에는 판매 일시, 판매 약사, 판매 시 온도 등을 적고 6개월 동안 기록해야 하는 만큼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약국에서는 며칠 뒤에 가서 “이 약 여기서 샀는데”라고 하면 어떤 약사가 판매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화상투약기는 상담 약사가 “어떻게 오셨나”라고 묻는 것을 시작으로 이용자가 약을 집는 과정까지 녹화, 보관한다”고 말했다.
경제성 지적에 대해서도 “약국이 문닫은 이후의 시장을 화상투약기와 공공심야약국이 담당한다. 국민 편익을 위해 하는 것인데 경제성을 따지는 것부터 말이 안 된다. 공공심야약국은 운영 시간도 적은데 연간 수천 만원의 예산이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수익성을 개선하려면 화상투약기가 더 설치돼야 하는데, 설치 약국에 약사회 임원진이 항의 방문하러 오고, 지자체에 환경 미화 등을 이유로 고발장을 넣는 등 압박이 상당하다. 이렇다 보니 관심을 가지던 약사들도 다른 데서 하면 하겠다며 눈치를 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공심야약국과 달리 상담약사 고용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고 했다. 박 대표는 “시간당 3만 5000원을 책정해서 고용하는데, 출퇴근 스트레스가 없어 업무 강도가 낮다 보니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농어촌이나 중소도시 이하에서는 약국에서 근무할 약사가 없는데 화상투약기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사업에 참여 중인 약사 A 씨는 “수익은 거의 없지만 환자들의 편의를 위해 설치했다. 최근에는 의사 파업 등으로 인해 응급실을 찾는 것도 힘들지 않았나. 안전성 문제를 생각하면 무자격자가 판매하는 편의점에서 약을 사는 것보다는 화상투약기를 통해 약사의 복약지도를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화상투약기를 계속 유지할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한약국의 화상투약기 설치 불허 결정과 관련해 한약사회는 “한약사가 일반의약품을 다루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선”이라며 “내부적으로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규제샌드박스 신청을 위해 여러 논의를 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라고 밝혔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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