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정산 지연 사태를 겪은 명품 플랫폼 발란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이커머스에 대한 투자 신뢰도가 하락하고 있는 만큼 올해 플랫폼 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제2의 티메프 사태 방지를 위해 플랫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지만, 전문가 사이에선 현재 시장 상황에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발란 결국 기업회생절차에 이커머스 업계 긴장도 높아지나
3일 최형록 발란 대표가 서울회생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발란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와 관련해 대표자 심문기일에 출석한 것이다. 앞서 발란은 3월 3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최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올해 1분기 내 계획한 투자 유치를 일부 진행했으나 예상과 달리 추가 자금 확보가 지연돼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에 빠졌다”며 “파트너들의 상거래 채권을 안정적으로 변제하고 발란 플랫폼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회생을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명품 플랫폼 업계 1위 업체로 꼽히던 발란은 3월 24일 입점 셀러에게 지급해야할 정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관련기사 '티메프 보고 놀란 가슴…' 발란, 정산 지연에 경찰 출동 소동 전말). 당시 발란은 정산 지연 사태에 대해 “정산 지급 내역 검토 중 오류를 발견했고, 재정산 과정에 시간이 소요돼 정산이 지연되고 있을 뿐”이라며 “28일 정산 계획 일정을 공지할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발란 측은 28일 정산 일정을 내놓지 못한 채 사과문만 올렸고, 31일 결국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알렸다.
업계에서는 발란의 미정산 금액이 최소 13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발란은 회생절차를 통해 단기적인 자금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고, M&A(인수합병)를 통해 사업 정상화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셀러 사이에서는 이미 발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한 셀러는 “회사에 문제가 없다고 했던 것도, 회생절차를 밟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것도 모두 거짓이지 않았나.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발란이 2023년부터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언제고 생길 일이었던 게 아닌가 싶다”며 “발란의 인수자가 나타난다면 정상화가 가능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티메프 사태와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발란의 M&A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 중 누가 발란을 인수하겠다고 나서겠나. 외국계 사모펀드 등에 기대를 걸어볼 수는 있겠지만,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언급했다.
발란이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되면서 이커머스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투자자들에게 이커머스가 위험하다는 인식이 완전히 심어져 버렸다. 투자자들이 이커머스 투자에 보수적인 태도를 갖게 될 것”이라며 “문제는 대부분의 플랫폼이 적자 경영 상태라는 거다. 투자금에만 의존한 상태였는데 투자가 끊기면 결국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발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터졌어야 할 것이 지금까지 버텨온 것”이라며 “올해 플랫폼 기업의 줄도산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제2의 티메프 사태 막으려면 규제 강화? “규제 없이도 파산하는데”
지난해 티메프 사태가 발발하면서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긴 정산주기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한 달 이상의 긴 정산 주기를 운영하면서 셀러의 판매 대금을 자산 유동성 수단으로 사용하는 게 아니냐는 질타를 받았고, 이에 플랫폼 업체들은 정산 주기를 단축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산 기간을 두 달 등으로 길게 잡는 행태 등은 잘못된 부분이 있다. 긴 정산주기로 인해 폰지사기와 유사한 방식의 돌려막기 사기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자금 결제 방식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의 규제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정부도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 법안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공정위는 지난해 티메프 사태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 개정방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중개 거래 플랫폼은 대규모유통업자로 분류해 판매대금의 정산 기한과 별도 관리의무를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은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플랫폼 규제를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 추진 의지를 밝히기도 했으나 이 역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작년에 발의가 됐고 공청회를 진행했다. 법안 소위 일정 등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계류 중인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동안 진전되지 않았던 관련 법안 논의는 최근 발란이 기업회생절차를 밟으면서 다시금 화두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다수의 기업을 예비 범죄자처럼 취급하며 규제하려는 움직임은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짓밟는 행태가 될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종우 교수는 “나쁜 짓을 한 기업을 잡아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올바른 방향일 것이다. 모든 기업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커머스 시장의 상황에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자칫 산업 생태계를 망가뜨릴 수 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서용구 교수는 “현재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크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처럼 파산하는 기업들이 나오지 않나. 아직은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본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산 기간을 더 단축한다고 압박하면 줄도산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도 “규제가 도입되면 그것으로 인해 또 다른 새로운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는데 있어 장벽이 될 수 있다. 전체 생태계을 건전화시키는데 있어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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