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노사 갈등으로 단독 총파업이 진행된 데 이어, 이번에는 800억 원대 부당대출 사건이 적발되면서다. 은행 내부에서 사건을 허위·축소한 정황까지 나타나 논란은 더욱 커졌다. 금융당국의 감사 결과가 나온 직후 김성태 기업은행 행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와 함께 쇄신안을 발표했지만, 쇄신안 방향이 잘못됐다는 내부의 반발이 나온다.

3월 2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이해관계자 이해 상충 등 부당거래 검사 결과, 기업은행에서 882억 원의 부당대출이 발생한 사실이 알려졌다. 적발된 부당대출은 58건으로 퇴직 직원과 현직 직원, 현직 직원과 친인척 등 사적 친분으로 얽힌 이들의 공모로 발생했다.
적발 사례를 보면 퇴직 직원이 현직 직원인 배우자, 입행 동기와 공모해 7년(2017~2024년)에 걸쳐 785억 원의 부당대출을 실행·알선한 사건의 규모가 가장 컸다. 그밖에 퇴직 직원에게 2억 원을 투자한 현직 직원이 퇴직 직원의 요청에 따라 70억 원대 부당대출을 실행 후 투자금 회수 명목으로 4억 원대 부동산을 받거나, 대출을 점검·심사하는 심사센터장이 친척과 입행 동기를 통해 대출을 신청하고 본인이 승인한 경우도 있었다.
금융당국의 감사 결과 2월 말 기준 부당대출 882억 원의 대출 잔액은 535억 원으로 이 중 95억 원이 부실화했는데, 금감원은 이번 적발 이후 대출 돌려막기가 어려워지면서 부실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은행이 이 같은 사고를 인지하고도 평판 저하를 우려해 사고를 은폐하고, 금융당국에 허위로 보고했다는 점도 문제다. 금감원에 따르면, 내부적으로 2024년 8월 비위 행위를 제보받아 9~10월 금융 사고를 인지했지만, 조사 내용을 관련 부서에 전달하지 않거나 사고 경위를 허위로 기재한 문건을 작성하는 등 조직적으로 사고를 감춘 정황이 발견됐다.
실제로 기업은행의 금융사고 추이를 보면 내부통제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최근 5개년(2020~2024년) 사이 발생한 금융사고는 2020년 5건, 2021년 8건, 2022년 5건, 2023년 5건에서 2024년 11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2020~2023년에는 배임으로 분류된 사건이 한 건도 없었으나, 2024년에는 배임이 3건에 달했다(사적 금전대차 5건, 도난 피탈 1건, 금품수수 1건, 기타 1건).
2024년 발생한 100억 원 이상의 사건은 2022년 6월~2024년 11월 발생한 업무상 배임으로, 사고 금액은 239억 5000만 원이었다. 금융당국에서 적발한 규모와 차이가 크다. 기업은행은 사고 금액이 ‘사고 발견 시점의 피해 금액 또는 피해 예상 금액을 의미’한다고 명시했다.

이번 부당대출 사건으로 신뢰에 타격을 입은 기업은행은 즉각 수습에 나섰다. 김성태 행장은 3월 26일 확대간부회의를 열고 쇄신안을 발표했다. 김 행장은 “고객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감사 결과를 철저한 반성의 기회로 삼아 빈틈없는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기업은행은 사고 원인으로 취약한 내부통제 및 업무 프로세스, 불합리한 조직문화를 꼽았다. 쇄신안은 크게 업무 프로세스, 내부통제, 조직문화 분야에서 단행한다. 내용에는 △임직원의 친인척 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으로 이해 상충 차단 △대출 시 부당대출 방지 확인서 작성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감사자문단 운영 △독립적인 신고 채널 신설 △무관용 엄벌주의 정착 등이 담겼다.
3월 31일에는 ‘IBK 쇄신위원회’ 구성을 완료했다.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위원장으로 내정하고 나머지 외부 위원으로는 김우진 서울대 교수, 송창영 변호사를 선임했다. 여기에 내부 위원으로 기업은행 준법감시인과 경영전략 담당 부행장이 참여했다.
하지만 이 같은 쇄신안을 두고 내부에선 반발이 나온다. 2일 기업은행 노동조합(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은 ‘김 행장의 쇄신안은 구성과 방향이 모두 틀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류장희 노조위원장은 “부당대출 사태를 일으킨 당사자인 경영진이 아닌 일선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핵심을 짚지 못했다”며 “쇄신위 내부 인사는 사태에 책임이 있는 인물이고, 외부 인사도 10년 넘게 은행에서 활동한 법률 고문을 포함하는 등 객관성이 있는지 우려스럽다”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노조는 △경영진 총사퇴 및 책임자 문책 △중기 대출·창업 기업·기술 금융 핵심성과지표(KPI) 폐지 △퇴직 직원 낙하산 인사 근절 △여신 심사부서 완전 독립 부서로 전환 등 10가지 자체 혁신안을 제시했다.
한편 재임 기간을 1년도 남기지 않은 김성태 행장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약을 두고 4개월째 타협하지 못한 가운데, 이번엔 조직문화와 내부통제를 전면 개혁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노조 관계자는 “지금이 기업은행에 중요한 기점이라고 본다. 이번 사고를 어떻게 해결하는지, 직원 처우가 결정되는지에 따라 미래 지속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민간과 달리 행장 연임이 어려운 만큼 올해 안에 제대로 마무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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