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6.25전쟁부터 쓰인 수통도 안 바뀌는데 무슨….”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에서 선임의 가혹 행위를 견디다 못해 탈영한 ‘조석봉’은 자신을 체포하러 온 군사경찰 ‘한호열’에게 이런 말을 한다. 군에서 쓰는 수통은 ‘변하지 않는 군’의 상징처럼 묘사돼 많은 장병과 예비역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군은 장병들 보급품 불만 1위로 거론되는 수통을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신형으로 교체하고 있다. 하지만 일선 부대에 납품된 제품 일부에서 불량품이 나와 장병들의 불만이 속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일 비즈한국 취재에 따르면 1군단, 특전사, 2신속대응사단 등 일부 군 부대에 납품된 군용 수통 일부가 열탕 소독 후 밑부분이 분리되는 불량이 발생했다. 문제가 된 신형 수통을 납품한 경기 고양 소재의 중소기업 A 업체는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지난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15만 개 이상의 수통을 납품했다. 개당 납품 가격이 2만 2600원으로 총 계약액은 30억 원 이상이다.
수통은 지난 2018년까지 방위사업청과 업체가 직접 계약해 납품하다가, 2019년부터 조달청을 통한 입찰 계약으로 변경됐다. 2022년 이전까지는 단층 수통과 보온 수통 두 가지 종류가 납품됐는데, 2023년 이후 단층 수통으로 통일된 것으로 알려진다. 단층 수통은 겨울에 뜨거운 물을 담으면 휴대하기 어렵고 혹한기에는 물이 금세 얼어 마실 수도 없다. 여름에 얼음물을 담기도 어렵다. 병 표면에 물이 맺혀 흐르고, 시간이 지나면 물이 금방 미지근해져 위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단층 수통은 스테인리스 소재로 제작이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체형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40년 동안 보온병을 만든 제조업체 관계자는 “일반 보온병과 수통은 형상이 다르다. 군용 스테인리스 수통은 일체형으로 만들기 어려워 용접 기술이 뛰어나야 한다. 특히 밑바닥이 충격을 많이 받아 불량이 나기 쉽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선 군부대에서는 조달청을 통해 들어온 군수 물품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군 관계자는 “교체된 수통조차 떨어져 나간 밑부분만 땜질한 식이라 열탕소독을 하면 다시 분리될 것”이라며 “조달청이 군수품 검열에 더욱 신경을 쓰고 향후 문제가 발생할 시 적극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문제는 불량품이 생기거나 납기가 지연돼도 업체는 약간의 감점만 받고 입찰에 다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A 업체는 2023년 신형 수통 납품 계약을 체결해 그해 12월 31일까지 납품해야 했지만 6개월 이상 지연했다. 이로 인해 감점 2점을 받았지만 다른 항목에서 가점 3점을 얻는 것으로 알려져 올해 예정된 수통 사업에 참여하는 데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해 A 업체 측은 국방부 감사로 인해 생긴 지연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업체는 “군수사령부에서 새로운 규정을 확인하고 다시 제작할 것을 지시해 늦어졌다. 국방부에서 감사를 착수했고 지연문제는 업체 잘못이 아니라는 점이 늦어도 6월까지 감사 보고서에 나올 예정이다. 업체가 감점 2점을 받아야 하는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통이) 금속이라서 수축과 이완을 한다. 새로운 개발품이기 때문에 도면상 시행착오를 겪었다. 앞으로 도면을 바꾸려고 한다. 단가가 올라갈 수 있지만 문제를 즉각 해결할 생각이다. 올해 납품도 정상적으로 끝났다. 집어던지고, 망치로 빼려고 해도 안 빠지게 조치했다. 불량이 생긴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저희가 직접 가서 다 확인하고 문의가 오면 즉각 교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현건 기자
rimsclub@bizhankook.com[핫클릭]
·
도입 무산된 '골판지 드론', 다시 추진하는 까닭
·
"폴란드 옆 슬로바키아도?" K2 전차·FA-50 수출 청신호
·
'탄약 명가' 풍산, 자체 개발 드론으로 정부 사업 입찰 나선다
·
"인도·중국산은 불만족" 브라질, 방공시스템 천궁-II에 '관심'
·
유무인 넘어 '무무인' 복합체계가 미래 전장 누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