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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알짜' 이니텍 매각 완료…대표이사 없는 '경영지배인' 체제 괜찮을까

841억 원에 매각 2차전지 기업 품으로…"졸속·검증 부족 비판 해소 안 돼" 내부 성토

2025.04.01(Tue) 17:12:07

[비즈한국] KT그룹 금융·보안 계열사 이니텍의 매각 작업이 마무리됐다. 사모펀드 컨소시엄이 인수자금 841억 원을 납입하며 주인이 됐지만 곧바로 진행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차전지 소재 기업 엔켐이 최대주주가 되는 구조다. 흑자 전환을 이끈 옥성환 대표는 이번 주주총회에서 재선임안이 부결돼 취임 1년 2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다. 인수자 측 인사에 경영을 맡기는 ‘경영지배인’ 체제에 돌입하면서 당분간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KT가 비핵심 자산 및 기업 매각 일환으로 추진한 금융 보안 전문 기업 이니텍의 매각 작업이 마무리됐다. KT 광화문빌딩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KT 손자회사 이니텍, 841억 원에 매각 완료  

 

이니텍은 뱅킹서비스, 인증 암호화 기술 등을 다루는 보안 금융 전문 기업이다. ​이니텍의 최대주주가 KT 자회사 KT DS와 HNC네트워크에서 에이아이솔루션홀딩스로 변경됐다. 에이아이솔루션홀딩스는 3월 31일 잔금 757억 원을 지급 완료했다. 에이아이솔루션홀딩스는 인수 거래당사자로 선정된 로이투자파트너스·사이몬제이앤컴퍼니 컨소시엄이 설립한 알에스제일차사모투자합자회사와 엔켐이 절반씩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최종 양수도 금액은 841억 원이다. 

 

이니텍은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 변경과 유상증자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최종적으로는 엔컴이 이니텍의 최대주주로 자리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니텍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294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시행한다. 신주 395만 8183주는 코스닥 상장사 엔켐과 중앙첨단소재에 각각 261만 2288주, 134만 5895주 배정된다. 중앙첨단소재는 지난해 엔켐 관계사로 편입된 무선 통신장비 제조사다. 납입일은 오는 30일, 신주 상장 예정일은 내달 30일이다. 에이아이솔루션홀딩스는 이니텍 인수 과정에서 엔켐과 중앙첨단소재와 737만여 주(37%)에 대해 담보설정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니텍은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신규 주주의 자금투자와 당사와의 사업적, 기술적 시너지 실현을 통해 매출성장과 수익성 개선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지배인’ 체제 돌입 “졸속 매각” 내부 반발 이어져

 

이니텍 매각은 최근 비핵심 사업 정리를 통해 인공지능(AI) 등 성장 산업 투자 여력 확보에 나선 KT의 전략적 행보의 일환이다. 이니텍은 지난해 말 재무제표상 유동자산만 1073억 7000만 원 규모를 보유한 ‘알짜’ 기업이다. 2022년과 2023년 적자가 각각 25억 원, 35억 원으로 매출 400억~500억 원대 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낮았으나, 지난해 옥성환 대표 체제에서 흑자 전환하며 수익성도 개선되고 있다. ​ 

 

KT 주총 현장에서는 비핵심 사업 정리 등 현안에 대한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지난달 31일 KT 정기주주총회 현장. 사진=KT 제공

 

지난 31일 서울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주주총회에서 자산 및 비핵심 사업 매각 관련 질의에 박효일 KT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미래 성장 동력을 매각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수익성이 낮은 자산을 위주로 매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니텍을 두고는 “이니텍은 별도 주주와 합리적 경영 판단을 할 수 있는 이사회가 있는 회사로, 절차적 정당성과 이후 경과까지 잘 살펴 진행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분간 이니텍은 리더십 부재와 임직원 승계 문제 등 안팎으로 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3월 31일 개최된 정기주주총회에서 옥성환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이 부결됨에 따라 이니텍은 대표 공백 상태로 들어갔다. 옥 대표는 KT와 KT DS, KT 계열 나스미디어와 케이뱅크 등을 두루 거친 KT 인사다.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가 바뀌는 상황에서 주요 임원 교체 역시 계획됐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관련 질의에 KT DS 관계자는 “해당일 주식매매계약(본 계약)을 체결한 상대방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와 거래를 완료했다”고만 답했다. ​

 

이니텍은 경영지배인 체제로 운영된다. 같은 날 경영지배인 선임 공시를 보면 김진성 엔켐 전략기획실 상무가 경영지배인에 올랐다. 김 상무는 중앙첨단소재 사외이사를 겸하는 인사다. 경영안정화를 위해 임시주총 이사 및 감사 선임까지 경영총괄을 맡는다는 설명이다. 이니텍은 경영지배인의 권한 및 의무와 관련해 “상법 ‘업무집행지시자 등의 책임’ 등에 의거해 업무집행상의 법적권한 및 책임을 진다”고 공시했다. 새 주인을 맞은 이니텍의 신임 대표는 5월 15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될 예정이다. 

 

경영지배인은 상법의 ‘지배인’ 제도를 인수 합병이나 경영권 분쟁, 실적 악화 등의 기업 실무에 활용하는 개념이다. 상장기업이어도 정당한 선임절차 없이 사실상 대표이사에 준하는 권한을 쥘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법적 근거가 모호하고 권한과 책임이 불명확하다”며 “기업의 M&A 과정에서 자주 등장하는 경영 체제인데, 인수자 측의 의사대로 경영 전반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외에도 임무영 사내이사, 차행전 사외이사 선임안과 홍창희 사외이사 재선임안이 부결됐다. 업계에 따르면 주총 현장에서는 비상경영 체제도 거론됐다. 

 

지난달 18일 KT 광화문 빌딩 앞에서 진행된 이니텍 노조의 매각 철회 촉구 기자회견. 사진=이니텍지회 제공

 

경영진 개편과 함께 사업 전략도 재정비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이니텍은 엔컴을 유상증자 배정 대상자로 선정하는 이유로 “엔켐의 차세대 2차전지 기술을 도입, 신사업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과 사업영역 확대를 실현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중앙첨단소재와 관련해서는 “2차전지 기술을 활용한 배터리팩과 ESS 보급사업을 위해 중앙첨단소재의 철도 및 국방사업 분야의 전략적 개발과 영업 제휴관계를 수립할 목적”이라고 밝혔다.  

 

2020년대에 들어서만 이니텍의 주인이 비씨카드 산하 HNC네트워크에서 KT DS로, 다시 사모펀드를 거쳐 엔컴으로 바뀌면서 내부의 혼란도 읽힌다. 지난해 11월 설립된 이지텍 노조는 지난달 18일 KT의 졸속 매각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1인 시위 등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 계약이 사모펀드의 단기 수익 창출 목적에 치우쳐 고용 불안이 예상된다는 주장이다.     

 

황선형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이니텍 지회장은 “매각과 인수가 마무리되면서 쌍방울그룹이 얽혀 있다는 자금 출처 의혹도 명확하게 해소되지 않았다”며 “새로운 최대주주가 들어오고 경영지배인 체제에서 사업의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고용 안정과 승계가 제대로 이뤄질지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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